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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줌마 Sep 28. 2020

선생님, 아이돌 가수 같아요!!!

교사는 최고의 교수학습자료이다.

하필이면 컴퓨터가 말썽이다. 아이들에게 보여줄 동기유발 자료로 준비한 영상을 보여주어야 하는데 화면이 보이지 않는다. 낭패이다. 우리 교실이면 사전에 확인하고 미리 수리하거나 했을 텐데 전담교사인 경우는 각 교실의 컴퓨터 상태를 알지 못하니 이런 사태가 발생하였다.    


아이들은 지난 시간에 보여준 동기유발 영상이 재미있었다며 이번 수업도 기대된다고 수업에 흥미를 보였는데 이대로 아이들의 수업 참여도가 낮아질까 걱정이 되었다. 특히 이번 수업은 전구의 직렬연결과 병렬연결에 관한 내용이라 크리스마스트리의 화려한 전구쇼, 청계천 불빛 축제 등의 동영상 자료로 아이들의 호응이 엄청날 거라 기대하고 있던 나로서도 실망이 컸다. 급한 대로 교과서의 그림을 보고 동영상 자료를 이야기로 풀어내어 수업을 진행하였다.    


과학실험 수업은 아이들이 좋아하는 활동적인 시간이다.

고학년의 경우, 주로 탐구학습모형을 적용하여 ‘탐색 및 문제 파악, 가설 설정, 실험설계, 실험, 가설 검증, 적용 및 새로운 문제 발견’이라는 요소와 단계로 진행된다. 탐구학습 모형에서 교사는 학생 발달 수준을 고려하여 안내 정도를 조정하는 역할로 학생 스스로 여러 가지 상황 속에서 사고하고 탐구하여 탐구 과정의 능력을 기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코로나로 인해 과학 수업의 양상도 변하였다.


과학실에서 수업할 수 없다. (방역문제로 특별실 이용 금지)

과학실 수업을 할 수 없으니 과학실험이 제한적이다. 탐구 과정의 능력을 기르기 힘들다.

모둠 수업을 할 수 없다. (거리 두기 제한)

모둠 수업이 이루어지지 못하니 실험설계 과정의 토의를 할 수 없으므로 제시된 방법에 대한 논의 없이 진행되어 외형적으로만 실험이지 인지적으로는 비탐구적인 활동이 된다. 자칫하면 과학 수업이 실험은 없고 과학이론만 전달하는 수업으로 전락할 수도 있다.   

 

아이들은 자신들이 직접 수업에 참여하는 활동에 흥미를 느낀다. 아이들의 더욱 신나는 배움을 일으키기 위해 나는 조금 더 노력하기로 하였다. 조금의 수고로움으로 아이들이 즐겁게 배울 수 있다면 그것이 교사의 역할이고 기쁨이기 때문이다.    


다소 위험한 요소가 있는 실험은 교사 혼자 대표 실험을 하고

실험 준비물을 개별로 나눠주기 곤란한 실험 예를 들어 액체의 양을 몇 밀리미터로 제한하여서 해야 하는 경우 등은 아이들 몇 명을 대표로 하여 실험을 한다.

그 외 실험은 최대한 아이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개별 실험으로 진행한다. 이때 실험 물품 및 준비물을 철저히 소독하고 아이들은 비닐장갑을 끼고 실험 도구를 만지며 수업에 참여한다.

준비물도 아이들의 접촉을 최소화하여야 하므로 교실 세 곳에 각각의 준비물을 따로 담아 분산하여야 한다.   

 

이렇게 준비한 수업인데 컴퓨터가 안 되니 속상하였다. 이번 수업은 개별 실험이다. 아이들은  전지와 전구, 스위치를 연결해가며 전구의 불을 밝히며 신나게 활동하여 나의 속상함이 조금 수그러졌다.    

실험단계가 끝날 즈음, 컴퓨터 기사분이 오셔서 문제를 해결해주었다. 동기유발 자료를 정리 학습 시간에 보여주는 것으로 대체하면 될 것이라는 생각에 기분이 좋아졌다.    


“와!~~~~~~~ 됐다. 나온다. 여기 보세요. 나와요. 나와.!”


"선생님, 아이이돌 가수 같아요!!!.”    

이게 무슨 소리? 낼모레면 곧 예순인데 아이돌이라니?


준비한 자료를 보여줄 수 있다는 사실에 말 그대로 내가 너무 방방 뛰었나 보다. 큰 소리로 격하게 좋아했나보다. 아이들은 TV 화면의 동기유발 자료보다 나의 호들갑이 더 재미있었다. 민망했다. 교사가 감정을 조절하지 못하여 수업에 방해가 되었다는 걱정도 되고 한편으로 아이들이 교사에게 집중하고 있었으니 이 수업 성공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남은 시간 동안 잘해야 한다. 나를 진정시키고 아이들을 다시 집중하도록 하여 무사히 수업을 마쳤다. 게다가 내가 준비한 동영상 자료는 아이들이 정말 좋아하여 나름 괜찮은 수업이 되었다.   

 

교사는 최고의 교수학습자료이다. 


다양한 수업모형의 적용, 수업자료 준비 등도 중요하지만 환하고 밝은 미소의 선생님은 다른 교수학습자료보다 훨씬 더 중요하다.     

매일 아침 단정한 차림으로 아이들을 만난다.

예쁘게 차려입은 날은 아이들도 “선생님 오늘 예뻐요”라며 좋아한다.

얼굴엔 미소를 장착하고 수업을 한다.

다양한 몸짓과 언어 등으로 수업을 한다.

놀이 활동 시간에는 가끔 아이들의 웃음을 위해 과장된 리액션 등으로 망가져준다.    


여교사는 짧은 치마는 물론 반바지도 못 입게 하던 시절이 있었다. 요즘은 각자 개성을 살려 옷을 입고 너무 튀거나 과하지 않으면 누구도 제재하지 않을 뿐 아니라 교사들 스스로 아이들 앞에 서는 자신의 모습을 생각하여 옷차림을 한다.    


그날 나는 어땠나?

한 달 만에 만나는 아이들이라 수업 준비는 물론 옷도 마음도 신경을 썼다.

개별 실험 준비 괜찮았다.

반가운 마음에 너무 활짝 웃었지만 이것도 괜찮다.

기하학무늬의, 무릎이 살짝 드러나는 파랑 원피스가 너무 화려했나?

수업자료를 제시하며 너무 과장된 몸짓과 언어를 사용했나?    


과하면 부족하느니만 못하다고 한다. 아직도 이 기준에서 헤매고 있다니 배움에 끝이 없다더니 나 혼자만의 문제이겠지만 가르침에도 끝은 없나 보다.


어찌 됐든 결론은 교사는 잘해야 한다. 

한 번의 실수라도 학생들에게 미치는 파급력이 대단한 것이니 정말 잘해야 한다. 최고의 교수학습자료는 아무나 되는 것이 아니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반성하고 다시 배운다.    


ps : 명퇴 후 지금은 잠시 기간제 교사가 되어 아이들을 다시 가르치고 있습니다.


 사진출처 : 블로그 잭잭 스튜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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