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날, 브런치의 유혹
The brunch is mightier than a hundred sw
브런치를 알게 된 작년, 나는 생전 처음 서울에 간 시골쥐처럼 새로운 세상에 대한 호기심으로 브런치를 마구 휘젓고 다녔다. 시작한지 한 달도 채 되지 않은 상태에서 운이 좋아 공모전에 당선되어 내 나름대로 글쓰기에 매진한답시고 열심히 글을 썼다. 서울물 한 모금 겨우 먹은 정도의 촌스러운 시골쥐 처지였건만 뒤도 돌아보지 않고 발행을 눌러버렸다. 무식하면 용감하다는 말이 딱인 꼴이다.
12월 말, 공모전 당선작이 실린 책이 발간되었다.
내 이름이 들어간 책은 과분한 영광을 넘어 동네방네 자랑이 되었고 나의 치기는 나를 넘어섰다. 브런치에서 작가님이라고 불러지는 것이 어색하지 않게 되었고 오프라인에서 누군가 작가님이라고 부른 다해도 “네”하고 돌아볼 지경에 이르렀다. 글이 책이 되어 내 손에 들어온 날, 자랑 글을 꽤 길게 쓸 계획으로 책사진도 찍고 나름 구상을 해두었다.
그때쯤, 나 뿐 아니라 다른 작가님들도 1년 동안 자신의 글을 되돌아보는 글을 많이 올렸다.
어떤 작가님은 자신의 기준으로 다른 작가의 글의 좋고 싫음을 평하기도 하였다. 하늘 높은 줄 모르고 한껏 고조되어있던 차에 반성의 시간이 되는 기회가 되었다.
필력이 부족하여 늘 직접 경험한 것이나 신변잡기 위주의 글만 쓰던 나로서는 꽤 전문적이고 문학적인 작품을 올리는 작가들을 부러워하고 있었는데 그 글을 읽고는 깊은 반성 끝에 주눅이 들어버렸다. 극소심 트리플 A형인 나는 심각한 자기평가의 덫에 스스로 빠졌다. 좋고 싫음을 표현했던 작가님의 싫음 기준에 무식하고 용감하게 쓴 내 글이 다수 포함되는 것 같았다. 한 순간에 나락으로 떨어져버리는 기분이었다. 나의 자랑이었던 브런치 작가라는 이름에 누를 끼친 것 같았고 기가 죽어버렸다. 다른 작가의 글에 기준을 들이댔던 그 작가님에게 나 혼자 삐지고 화를 냈다. 공모전 당선 글이 실린 책자랑은 고사하고 가벼운 글조차 쓰지 못하게 되었다.
The pen is mightier than the sword. 너무나 딱 맞은 명언이다. 나에게 브런치는 백 개의 칼보다 강했다. 그렇게 움츠린 채 겨울을 보냈다.
글을 쓰지 못하고 있으면서도 브런치를 늘 기웃거렸다. 여전히 많은 글들이 올라오고 있었다. 그런 중에도 감사하게 글의 조회수는 올라가고 구독자님도 조금씩 늘어나고 있었다. 멀리 미국에 계신 구독자님은 댓글을 통해 나의 안녕을 궁금해 하셨다. 나는 또 그렇게 브런치에서 감사와 위로를 얻었다. 덕분에 글을 쓸 용기가 났다. 그래도 덥석 덤벼들지 못했다.
나는 여전하다.
움츠린 겨울 그대로이다.
여전히 전문적이지도 못하고 문학적이지도 못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련이 남아있다.
봄은 나를 설레게 했다.
벚꽃이 피고, 눈꽃이 날리는 날, 설렌 나에게 브런치의 유혹이 마침내 고개를 들었다.
봄날, 브런치의 유혹은 나를 바람나게 하였다.
나의 사전엔
The brunch is mightier than a hundred swords and temptation of spring day.이다.
아프기도 했지만 다른 한 쪽에 따뜻함과 설렘이 있어 참 다행이다.
봄날의 유혹이 참 좋다.
나는 또 다시 발행을 눌러버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