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다섯 살인 나는 올해도 어른은 되지 못하고 지나가는 것 같다. 어릴 땐 몸만 작았지 내가 어른이라 생각했는데, 지금은 몸만 늙었지 속은 철없는 어린이 같다는 생각이 든다.
어릴 때 나는 철은 진즉에 들고 어른들의 속내쯤은 모두 꽤 차고 있다고 생각했었다. 너무 작은 육체 속에 성숙한 내가 들어와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사춘기를 넘어서면서 그 생각은 틀렸고, 난 철이 없는 사람이라는 생각을 갖게 되었다. 비로소 어른으로써 내 행동에 책임을 져야 되었을 때는 그런 어른들의 무거운 짐 따윈 질 준비가 안되어 있었다. 해마다 나이는 꼬박꼬박 먹어가고 어른들만 할 수 있는 것들도 거뜬히 해내고 있는데도 난 아니라고 생각했다.
내 명의의 차가 생기고, 집도 생기고, 나만의 가족도 생기고 한 아이의 엄마가 되었는데도 말이다. 그래도 난 내가 어른이 아닌 것 같다. 화가 나는 일이 있으면 참지 못하고 짜증을 내고 하기 싫은 일은 뒤로 미뤄버리기 일쑤다. 먹고 싶은 음식이 있으면 참지 않고 먹어버린다. 어떨 땐 초등학생 아들이 나보다 더 철들어 보인다. 아들은 밤에 빵을 먹고 있는 나를 보며 아들은 '엄마 밤에 그런 거 먹으면 살쩌'라고 말해준다.
어른이 되면서 부모님의 통제가 없으니 더 마음대로 행동하게 된 것 같다. 어릴 땐 통제가 필요 없는 나를 어른이 억압한다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너무나 큰 자유를 주체하지 못하는 것 같다.
나이만 들면 힘든 일도 묵묵히 해결하고, 어려운 결정도 한 번에 내리는 멋진 어른이 될 줄 알았은데, 전혀 아니었다. 줏대도 없는 내 마음은 매일 갈대처럼 욺직인다. 어떨 땐 회사를 다니는 게 좋으면서도, 어떨 땐 참을 수 없이 싫었다. 고정수입이 있고, 소속이 있어 좋지만, 내가 원하는 일은 못하고 회사에 매여있는 내 시간이 너무 아깝다. 그렇다고 딱히 뭔가 하고 싶은 일이 있는 것도 아니다. 뭘 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뭔가 나만의 일이 하고 싶다. 더 가관인 것은 그 하고 싶은 일을 열심히 찾아보지도 않는다는 것이다. 그저 앉아서 '아! 회사일 하기 싫다. 뭔가 재밌는 일을 하고 싶다.' 이런 망상을 하면서 매일 허송세월하고 있는 것이다. 내가 생각해도 정말 한심하다.
사십 대 중반이 되었고 어린 저런 많은 일들을 겪고, 여러 가지 경험을 했지만 아직도 뭘 하고 싶은지, 내가 뭘 잘할지 답을 찾지 못했다. 뭘 어쩌라는 거지? 난 도대체 뭘 원하는 걸까? 나는 도대체 언제 찾아지는 걸까? 내가 좋아한 건 도대체 언제쯤 알게 될까? 어쩌면 관 뚜껑에 못 박히기 전까지도 알 수 없을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