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전 집에서 설거지도 잘 안 돕던 내가 결혼해서 어쩔수 없이 시작하게된 살림은 정말 힘들었다. 시간이 지나 조금 적응이 되어 일하는 속도가 빨라지긴 했지만, 이 일이 좋아지지는 않았다. 살림을 좋아하는 사람들도 많던데, 난 아무래도 설거지와 빨래는 똑같은 일의 반복처럼 느껴지고, 요리는 몇 시간 동안 공들여 만들어 놓은걸 몇 분 안에 없어지는 게 허무하기만 했다. 그래도 내가 해야 할 일이니 하고 있을 뿐이다.
그런 나이기에 결혼 전 가전제품을 살 때부터 식기세척기를 사고 싶었다. 집안일에 쓰는 시간을 조금이라도 줄이고 싶었다. 하지만, 전셋집에 식기세척기를 들일 공간이 없었기에 다음번 이사를 할 때 꼭 사야지 싶었다. 집을 짓게 되었을때, 꼭 식기세척기를 사야지 했는데, 여러 가지 신경 쓸 일이 많아 싱크대 제작 전에 말해주는 것을 깜박하고 말았다. 깜박했다니 보다는 이제 시간을 흘러 설거지하는 속도도 빨라졌고, 그때쯤엔 회사를 퇴사하고 전업주부를 하고 있던 때라 두 사람분의 설거지가 크게 힘들지 않아 필요한가 고민하던 중 시간이 흘러가 버렸다.
시간이 흘러 우린 세 식구가 되고, 난 다시 일을 하게 되었다. 아이를 키우며 회사와 집안일을 하다 보니 하루하루 시간에 쫓겨사는 신세가 되었다. 다시 식기세척기의 필요성을 뼈저리게 깨달으며 왜 싱크대를 할 때 식기세척기를 하지 않았는지 땅을치며 후회했다. 하지만 후회만 해서는 되는 일이 없으니 싱크대 공사를 하더라도 식기세척기를 사기로 결정했다. 우유부단한 나는 하루는 '이 정도 설거지는 금방 하는데 없어도 괜찮아'와 '내일은 반드시 식기세척기를 알아봐야지'를 매일 반복하는 사이 또 일 년이 지났다.
매일 고민만 하던 나는 하루는 쌓여있는 일에 너무 지쳐 '그냥 사버리는거야' 하고 결심하고, 식기세척기 회사 중 한 곳을 불러 사전공사에 대해 견적을 받았다. 그때는 정말로 반드시 살것 같았는데, 사전점검을 받고 난 다시 흔들렸다. 싱크대 옆에는 자리가 맞지 않아 삼십만원가량 들여서 싱크대 공사를 해야 하고, 인덕션 아래는 자리가 맞아 오만 원가량만 들여 공사하면 되는데, 문제는 인덕션 아래 식기세척기가 있으면 올라오는 수증기 때문에 인덕션이 망가진다며 인덕션 프레임을 사용하여 높여야 한다고 했다. 하아! 인덕션 프레임을 알아보니 내가 가지고 있는 인덕션 브랜드에는 프레임을 팔고 있지 않아 따로 구매해야 한다고. 어떤 것이 맞을지 사이즈 확인하고 구매해야 하는데 프레임 구매하고 싱크대 수리비까지 이십만 원가량 들 것 같았다. 게다가 프레임을 써서 인덕션을 높이면 사용이 불편하고 보기에도 예쁘지 않다. 어쩔 거야!! 여기서 다시 새로운 고민이 시작되었다.
사실 싱크대가 낡아 2~3년 후에는 새로 할 것 같은데, 지금 그렇게 돈을 많이 들여서 수리하고 싶지 않았다. 게다가 인덕션 아래 자리는 싱크대와 동선도 너무 멀었다. 그럼 지금 구매하지 않고 나중에 새로 싱크대 할 때 식기세척기를 구매할 것인가? 아니다! 지금 당장 사고 싶다! 사겠다고 맘을 먹고, 식기세척기 관련해서 검색하다 보니 당장이라고 사서 쓰고 싶어졌다.
그래서 차선책으로 싱크 대위에 올리는 6인용을 구매하기로 했다. 식기세척기를 사용해본 사람들은 모두 식기세척기를 커야 한다며 12인용을 추천해서 6인용을 구매할 생각이 없었다. 게다가 싱크대 위에 자리도 많이 차지하고 말이다. 그런데 검색하다 보니 중소업체에게 6인용이 제품을 아주 저렴하게 판매하고 있었다. 이십만원대 후반이었다. 싱크대 수비리보다 싼 가격이었다. 좋아! 그럼 우선 이 제품을 사서 3년 정도 쓰다가 싱크대 새로 할 때 12인용으로 갈아타면 되겠다 하고 생각했다. 얏호! 드디어 결론이 났다. 6인용 제품을 구매하고 설치를 기다렸다.
하지만, 나의 시련은 쉽게 끝나지 않았다. 6인용 식기세척기를 들고 설치기사분이 집에 오셨는데, 지하수를 쓰나며, 이 제품과 지하수가 조합이 좋지 않아 자주 고장이 난다고 설치를 권하지 않는다고 했다. 설치 기사분이 그렇게까지 말씀하시는데 환불할 수밖에 없었다. 정말 고민하고 검색한 시간이 너무 아까웠다. 나란 사람은 식기세척기와 인연이 없는 것 같았다. 그런데 한번 식기세척기를 사고 싶다고 맘을 먹으니 꼭 사야지만 할 것 같았다.
다시 검색해보니 식기세척기 중에 다른 브랜드를 사용하기는 분들이 지하수로 사용하는데도 십 년 이상 잘 사용한다는 글을 보게 되었다. 그 회사에서 나온 6인용 식기세척기는 육십만원대 후반이다. 원래 구매하려던 12인용과 비슷한 가격이다. 가격이 비슷한데 6인용을 사야 하다니, 억울한 기분이 들었다. '그래 안 살 거야!' 라고 결심했다.
결심은 했는데 매일 판매 페이지에 들어가 보았다. 미련이 가시지 않는 것이다. 그러던중 갑자기 특별 세일 기간이 되어 십만 원 이상 할인을 받을 수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생일 쿠폰 + 특별 세일을 받아서였다. 그래서 그냥 내 손가락이 저질러 버렸다. 잘 쓰면 되는 거다.
다음날 기사분이 식기세척기를 들어와서 설치해 주셨다. 그리고 사용해봤는데, 그동안 고민한 내가 바보같이 느껴졌다. 이런 바보 진즉에 살 것을 왜 몇 년을 고민한 거냐!! 우리 집은 세 식 구라 6인용을 하루 한 번만 돌려도 되었던 것이다. 그러면 꽉 채워서 돌릴 수 있었다. 큰 냄비가 나올 때면 따로 설거지해줘야 했지만, 작은 냄비와 프라이팬까지 다 들어갔다. 애벌세척을 해줘야 하지만, 설거지하는 시간은 획기적으로 줄어들었다. 게다가 싱크대 바로 옆에 설치해서 그릇을 넣을 때 허리를 숙이지 않아도 되어 정말 편하다. 이 이유 때문에 12인용을 사용하다 6인용으로 갈아탔다고 쓰신 분을 커뮤글을 봤는데 과연 그러하다.
이렇게 편리하고 좋은 전자제품이 있다니, 마치 손빨래를 하다 세탁기를 처음 사용했을 때 기분이 이랬겠지 싶다. 집안일을 싫어하는 나는 식기세척기, 세탁기, 청소기한테 매일 감사하며 산다. 힘든 고민과 반품 구매과정을 거쳐 우리집에 와준 식기세척기에게 감사하고, 미친척 결제버튼을 눌러준 내 손가락에 더욱 깊은 감사를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