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되기 전까지는 절대 아이한테 휘둘리지 말고, 나 자신을 지키면서 살아야지 하는 강한 의지가 있었는데, 그 아이를 품에 안자마자 난 아들 바보가 되고 말았다. 내가 해줄 수 있는 것은 모두 해주고 싶었다. 맛있는 것 있으면 입에 먼저 넣어주고 싶고, 좋은 것 있으면 보여주고 싶었다.
집이 시골이라 아들 등하원을 차로 직접 데려다주고 있어, 둘만 차를 타고 이동하는 시간이 꽤 많은데, 그때마다 아들은 자기가 들을 노래를 골랐다. 주로 동화 팟캐스트나 만화 주제곡을 틀어달라고 요구한다. 아들바보 엄마는 보통은 아들이 원하는 걸 틀어주지만, 나도 사람인지라 정말로 가끔은 내가 듣고 싶은 노래가 있다. 한 번은 차에 타자마자 내가 듣고 싶은 노래를 틀었더니, 바로 자기가 원하는 노래로 바꿔달라고 당당히 요구하더라. 이 노래 끝날 때까지만 듣자고 애원했지만 거절당했다. 힝
그러다 우리 집 고양이 별님이가 턱뼈가 부러지는 사고를 당하게 되었다. 나는 눈물 콧물 흘리며 병시중을 들었고, 태어날 때부터 별님이와 같이 자란 아들도 자기가 할 수 있는 뭔가를 별님이에게 뭔가 해주고 싶었던 것 같았다. 딱히 해줄 수 있는 게 없었던 그는 갑자기 별님이가 좋아하는 노래가 뭐냐고 물었다. 왜 그런 걸 묻는지도 모르고, 고양이가 좋아하는 노래가 뭔지도 몰라서 그냥 내가 좋아하는 노래를 틀어줬다. 그랬더니 집에 와서 후렴부를 외워 고양이 별님이 앞에 두고 불러주더라. 그런 맘도 모르고, 내가 좋아하는 노래를 건성으로 알려줘서 미안해!
다행히 별님이는 그의 노래를 들으며 건강을 회복하였고, 시간이 많이 흘렸지만, 지금도 종종 내가 좋아하는 노래를 듣고 싶으면 아들한테 별님이가 좋아하는 노래 듣자! 하면 그 청은 들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