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든 회사 생활은 빨간 맛

그 시절을 버티게 해준 매운맛 한 접시

by dearMe

일하는 걸 좋아했던 나는 회사 생활이 재밌을 때도 정말 많았다. 그런데 문제는 늘 일이 아니라 사람이었다. 누구나 그렇겠지만, 나에게 가장 어려운 대상은 항상 매니저였다. 그때는 회사 일도 재밌고 성과도 인정받아 승진도 하고, 회사 생활이 한참 즐거웠던 시기였다. 그런데 갑자기 어느 날 매니저가 바뀌었다. 새로 온 매니저는 나와는 여러모로 상극인 사람이었다. 한번 사람이 싫어지니 옆에 있는 것도 싫고, 심지어 그 사람이 숨 쉬는 것조차 너무 싫었다. 같은 공간에 있는 것 자체가 버거워 아침마다 일어나 회사에 가는 일이 지옥처럼 느껴졌다. 즐거웠던 회사생활이 단 한 사람 때문에 한순간에 나락으로 떨어진 듯했고, 그래서 그 매니저가 너무 원망스러웠다.




그날도 하기 싫은 야근을 마치고 집으로 가는 길에 지하철역 앞에서 그 트럭을 발견했다. 평소에도 집에 가는 길에 그 자리에 낡은 트럭이 서 있었던 것 같았다. 그날은 트럭을 개조한 가게가 문을 열고 떡볶이를 팔고 있었는데, 내가 본 장면은 정말 놀라웠다. 작은 트럭 앞에 길게 두 줄이 늘어서 있었는데, 한 줄은 포장 줄이었고, 한 줄은 서서 먹으려고 기다리는 사람들이었다. 작은 트럭 안에는 여러 명이 일하고 있었는데, 줄을 관리하는 사람, 포장하는 사람, 돈 받는 사람, 떡볶이를 만드는 사람까지 좁은 공간에서 일사불란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무슨 맛인지 너무 궁금했지만, 혼자 사 먹는 게 왠지 창피해서 그날은 용기를 내지 못했다.

다음날 출근하자마자 친한 회사 직원에게 말했다.
“어제 작은 트럭에 사람이 엄청 줄 서 있더라! 오늘 퇴근길에 꼭 나랑 가보자!”
신신당부로 약속을 받고, 퇴근길에 그 동료와 함께 길게 늘어선 줄에 동참해 떡볶이를 기다렸다. 사람들로 북적거리는 트럭 앞 좁은 틈에 끼어 떡볶이 한 접시를 시켰는데, 처음 한입 먹는 순간 기절하는 줄 알았다! 내가 알던 떡볶이보다 만 배는 매웠다. 전에 먹어본 어떤 떡볶이와도 비교할 수 없는 차원의 매운맛이었다. 너무 매워 정신이 아찔했지만, 묘한 쾌감에 눈물, 콧물을 닦아가며 결국 한 접시를 다 먹었다. 다음날은 그 매운 떡볶이 때문인지 속까지 쓰린 것 같았다. 다신 안 먹을 것 같았지만, 회사 스트레스가 심한 날이면 그 떡볶이가 자꾸 생각났다. 내가 꼬셔서 데려갔던 회사 동료도 그 맛에 중독됐는지 먼저 먹으러 가자고 할 때도 많았다.



여러 번 시행착오 끝에 우리는 이제 떡볶이를 먹으러 가기 전에 편의점에서 물티슈와 쿨피스를 반드시 챙겼다. 왜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작은 트럭 떡볶이를 먹으러 몰려드는지 새삼 이해가 갔다. 하지만 처음 호기심에 먹었다가 너무 매워 한입 먹고 그대로 버리고 가는 사람들도 종종 있었다.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이 떡볶이는 정말 이 세상 매운맛이 아니었다.

이런저런 핑계로 회사를 버티고는 있었지만 결국 매니저와의 관계는 극복되지 못했고, 함께 떡볶이를 먹으러 다니던 직장 동료가 먼저 퇴사한 것을 기점으로 나도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회사를 나오게 되었다.

회사를 그만둔 후에는 그 지하철역에 갈 일이 없어 아직도 그 트럭 떡볶이집이 운영 중인지 모르겠다. 하지만 그 시절 혹독했던 회사 생활을 떠올리면 속까지 쓰리게 만들었던 매운 떡볶이보다 먼저, 그 떡볶이를 함께 먹으며 매니저 뒷담화를 나누었던 직장 동료가 생각난다.


미치게 매웠지만 이상하게 위로가 되었던, 그 시절의 떡볶이가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