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나면 반갑고 헤어지면 더 반갑다

너무 가깝지도, 너무 멀지도 않게

by dearMe

남편의 식구들은 모두 대구에 살고 있다. 남편에게는 위로 누나가 둘 있는데, 모두 그곳에서 대학을 나오고 가정을 꾸렸다. 남편만 대학 진학을 위해 서울로 올라왔고, 나와 결혼하면서 수도권에 자리를 잡았다.

지도 위에서 우리 집과 대구를 잇는 선은 고작 4시간 거리지만, 그 길은 늘 가깝고도 멀다. 마음으로 재면 제법 숨이 가빠지는 물리적, 심리적 거리다.




일 년에 많으면 네 번, 적으면 세 번 시댁 식구들을 만난다. 설과 추석은 빠지지 않고 내려가고, 어머니 생신인 5월에 한 번 더 간다. 부산이나 거제도 등 대구 근처로 여행을 갈 때면 중간에 들르기도 한다.

한번 내려가면 두 누나네 가족들과 어머니, 다섯 명의 조카까지 모두 모인다. 우리 식구까지 합치면 열여덟 명이다. 오랜만에 모여 왁자지껄 떠들며 먹고 마시면 그야말로 작은 축제다. 평소 조용히 지내는 우리 세 식구에게는 낯선 분위기지만, 일 년에 서너 번쯤은 그런 북적임도 괜찮다.

어쩌다 5월에 내려가지 못하면 설에서 추석까지 반년 넘게 얼굴을 못 볼 때도 있다. 어머니는 친구들도 많고, 외손주들을 돌보시느라 늘 바쁘다. 우리 역시 각자의 일상에 묻혀 지낸다.


그러다 문득, 얼굴이 보고 싶어진다.

주변에서는 시댁은 자주 안 봐야 사이가 좋다고들 하지만, 우리는 그 반년의 거리를 지나면 더 크게 웃는다. 이산가족 상봉이라도 한 듯 괜히 더 다정해진다. 그동안 있었던 일을 미주알고주알 나누다 보면 시간 가는 줄 모른다.

하지만 이틀쯤 지나면 문득 집 생각이 난다. 그럴 때면 괜히 휴대폰을 만지작거리며 우리집 강아지 토리를 찾아본다. 처음엔 재미있던 이야기들도 점점 길어지고, 시댁 식구들 사정을 너무 자세히 듣다 보면 어느 순간 고개만 끄덕이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그쯤 되면 집에 갈 때가 된 것이다.

작별 인사를 나누고 짐을 실은 차가 출발하면, 우리는 약속이라도 한 듯 어머니 댁 근처 맥도널드에 들른다. 드라이브 스루에서 주문한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 잔 사는 순간, 그제야 자유의 몸이 된 것이 실감 난다. 빨대를 꽂고 첫 모금을 마시면, 창밖으로 멀어지는 대구 풍경이 비로소 남의 동네처럼 느껴진다.

어머니는 음식 솜씨가 좋아 갈 때마다 갈비와 고기 요리를 한가득 차려주시는데, 시원한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 모금이 그 기름진 여운을 싹 내려준다.




만나면 반갑고, 헤어지면 더 반갑다.

서로의 삶을 침범하지 않으면서도 온기를 나눌 수 있는 거리. 일 년에 서너 번, 그 정도가 우리가 가장 아름답게 웃으며 안부를 물을 수 있는 최적의 온도인지도 모른다.


그 거리 덕분에 우리는 만나지 않으면 그리워지고, 만날 때면 더 환하게 웃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