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잘 쓰지도 못하고, 많이 읽지도 못하지만, 나는 늘 책 읽는 것을 좋아했다. 누가 뭐라해도 그것만큼은 명확하게 얘기할 수 있다. 가장 좋아하는 것은 늘 추리소설 / 연애소설 이긴 하지만. 그런데 문제는 책 한 권을 읽는데 시간이 너무 많이 걸린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좋아하는 책을 읽기 시작하면 밤을 새워서 한 권을 다 읽기도 했다. 다른 사람들은 소설류의 책은 한두 시간 안에 읽어버리는데 나는 가벼운 책을 한 권 읽는데도 몇 배의 시간이 걸렸다. 그렇다고 그런 것이 딱히 문제가 되지는 않았다. 아이를 키우기 전까지는 말이다.
결혼하기 전에는 출퇴근 시간에 지하철에서 잠들기 전 침대에서 늘 책 읽을 시간이 있었다. 문제는 아이가 태어나고부터 시작됐다. 아들이 태어나고부터는1년에 한 권도 못 읽는 지경에 이르렀다. 집중력도 떨어졌고, 느린 속도로 읽으니 읽었던 곳을 다시 읽기만 하고 진도는 더 나가지 않았다. 적은 시간에 많이 읽는 기술이 필요했다. 그래서 속독을 위해서 도서관에서 관련된 책을 빌려서 읽었다. 책을 읽기 위해서 책을 읽는 격이 되었다.
나의 독서법의 가장 큰 문제점은 이해가 안 가거나 등장인물의 이름이 헛갈리면 자꾸 뒤로 돌아가는 것이었다. 이런 문제 때문에 독서 속도가 현저하게 느려지고 있었다. 이 책을 읽고 그 방법을 고쳤다.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 손가락 사용법이었다. 손가락으로 지금 읽고 있는 줄을 가르치면서 읽으면 절대로 뒤로 돌아가지 않고 깜박하고 딴생각이 들었다가도 바로 그 자라로 금방 돌아올 수 있다.
나의 독서법의 두 번째 문제점은 옛날 학교에서 배운 고지식한 방법대로 처음부터 끝까지 다 읽는 것이었다. 소설이라면 괜찮겠지만 그 외 책들은 목차를 살펴보고 필요한 부분만 읽거나 목차를 먼저 읽어 전체적인 흐름을 파악하고 읽으면 필요 없는 부분은 훅하고 빠르게 읽고 지나가는 방법이 있다. 1만 권 독서법의 저자는 그런 방법으로 책에서 필요한 부분만 취해서 빠르게 독서하는 방법을 소개해 주었다.
책을 항상 들고 다니기 힘들어 전자책 읽기를 몇 번 시도해보다 포기한 경험이 있어, 오디오북에 대해서 회의적이었는데, 생각보다 오디오북은 나에게 최적의 독서법이 었음을 최근에 깨닫고 있다. 공짜 오디오북이 생각보다 많이 있고, 운전하는 시간이 많은 나에게 운전하면서 들을 수 있으니 이보다 좋은 방법이 없다. 설거지하거나 청소하면서도 듣고 있어 요즘은 오디오북으로 하루 한 권씩 책을 듣는 중이다. 무선 이어폰 구매가 오디오북 사용의 날개를 달아 주었다.
덧, 이 책들을 읽었던 시기는 아이가 어린이집에 들어가고 여유 시간이 조금씩 생기면서부터다. 아이와 24시간 있을 때는 한 시간이라도 내 시간이 있다면 세상 못 할 일이 없을 것 같았다. 하지만, 실제로 여유시간이 조금 생기니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만 늘어갔다. 아이를 등원시키고 나면 인스턴스 음식을 먹으며 SNS나 뉴스포털를 보면서 시간을 허비했었고, 나는 점점 우울한 외톨이가 되어가고 있었다. 회사생활에 바쁘게만 살다가 어느 날 주부가 되고 엄마가 되더니, 아무것도 아닌 존재가 된 것만 같은 뭔가 허망한 기분에 시달렸었었다. 뭔가 이루고 성취할 만한 일이 나에게 필요했고, 1일 1권은 아니더라도 책을 완독 했을 때의 만족감으로 그 허한 마음을 달래고 싶었던 것 같다. 책은 언제나 나에게 친구이자 선생님이자 동반자가 되어 주었다. 가장 힘들 때 내 옆에 있어주고, 위로해준 친구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