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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earMe Aug 20. 2021

아이들은 매일 이별하며 자란다

 코로나와 함께 지낸 후로는 '여행'이란 단어를 잊어가는 것만 같았다. 재작년 여름에는 내가 다리를 다쳐 멀리 가지 못했고, 작년엔 코로나 덕분에 아무 곳에도 가지 못했다. 그랬더니 하루는 아이가 여름휴가를 갔던 게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8살인 아이 입장에서는 2년 연속으로 여름휴가를 못 갔으니 그럴 만도 하리라.


 이번에 남편과 내가 백신 접종도 완료했고 해서 용기를 내 티켓을 예매했다. 집에 있는 것이 최선이지만 조심해서 다녀오기로 했다. 이제 아이가 마스크를 잘하고 있는 덕분에 용기를 낼 수 있었다. 코로나가 처음 시작되었을 때에는 마스크가 어색하고 답답한 아이가 잠시도 하고 있지 못해서 정말 아무 곳에도 갈 수가 없었다. 어린이집도 장기간 휴원하고 음식점은 물론 실내시설은 아무 곳에도 가지 못다. 기쁘면서도 슬픈 일지만 길어지는 팬데믹 덕분에 아이는 마스크에 적응하여 학교에서도 장시간 잘 착용하고 있다.


 아이에게 여행을 갈 거라 얘기했더니 얼른 여행 가고 싶다며 매일 밤 잠자리에서 얼마나 자면 출발하는지 물어보고, 어린이집 졸업 선물로 받고도 한 번도 사용해보지 못한 여행가방에 가져갈 장난감을 고르기고 하며 즐겁게 여행을 기다렸다.


 

 드디어 여행을 떠나게 되었고, 마침내 일정의 마지막 날이 되었다. 아이는 일상에서 벗어나 여행을 온 것이 너무 즐거웠던 것 같다. 정말로 오랜만에 여행을 온지라 즐거워하는 게 눈에 보였다. 주말에만 놀아주는 아빠가 출근하지 않고 매일 같이 있어준 것도 큰 몫을 차지했다.


 마지막 날 저녁 식당에서 저녁을 먹고 나오자 아이는 어둑어둑 하늘을 보며 저녁을 너무 오래 먹어 날이 져버렸다며 억울해했다. 아직 할 일이 너무 많은데 마지막 날이 사라지는 것이 아쉬운 눈치였다. 평소 9시가 넘으면 잘 준비를 하는데, 이날은 10시가 지나서도 잘 준비를 하려고 하지 않았다. 아직도 할 일이 너무나도 많이 남아 있단다. 결국 11시에 돼서야 겨우 씻고 잘 준비를 했지만 잠자리에 누워서 아이는 갑자기 너무 서렵게 울기 시작했다. 아이가 왜 우는지 모르는 아빠가 아이를 다그치니 아이의 우울음은 더욱 커져 결국은 대성통곡을 하기 시작했다. 왜 우냐고 물어봤더니 집에 가기가 너무 싫단다. 여기서 계속 있고 싶다며, 집에 가면 학교에도 가야 하고 공부도 해야 하는데 너무 힘들다고 말이다. 여기서 아이가 말하는 공부는 하루 5분 정도 학교 숙제를 시키는데 그걸 말하는 것 같았다. 아이 어깨에 올려진 조금만 짐을 잠깐 내려놓는 느낌을 느낀 것일까? 평소 집을 너무 좋아해서 밖에 놀러 나가는 것도 싫어하는 아이가 집에 가기 싫다고 대성통곡을 하니 어찌할 바를 몰랐다.


"지금은 가기 싫지만 돌아갈 곳이 있어 여행이 즐거운 거야! 집에 가보면 또 집이 엄청 반가울 거야!" 라며 내 어릴 적 얘기를 해줬다.

 

 어릴 적 멀리 사시던 친할머니가 일 년에 한두 번씩 놀러 오시면 일주일쯤 계시다 내려가셨는데, 할머니가 내려가실 때마다 나와 언니 동생은 대성통곡을 하며 할머니를 못 가게 잡아서 몰래 도망가듯 내려가시곤 했다. 그때는 헤어짐이 너무나 슬펐었다. 지금 헤어지면 다시 만날 때까지의 시간이 억겁으로 느껴져 너무나도 슬펐었던 기억이 있다. 뒤 돌면 할머니가 있어야 하는데 눈앞에서 사리 지는 것은 영원히 없어지는 것과 같은 느낌이었다. 내 어릴 적 헤어짐의 얘기를 들려줬더니 아이는 얘기를 들으며 자정이 되어서야 스스륵 잠이 들었다.


 다음날 집에 안 가겠다고 때 쓰면 어쩌나 했는데 10시가 넘어서야 겨우 일어난 아이는 아무렇지도 않게 집에 갈 준비를 했다. 자기 짐을 다 챙겼는지 꼼꼼하게 확인하면서 말이다.

 

 긴 여행 끝에 집에 도착하자 아이는 "집이다! 안녕? 우리 집" 하며, 집구석구석 인사하며 다녔다. 그리고 다음날 아무 일 없었던 듯 학교에 갔다. 하지만 아이는 이번 여행에서 많은 것을 경험했을 것이다. 멋진 전시와 체험활동 아름다운 풍경과 즐거운 물놀이를 한 것뿐만 아니라 만남과 이별에 대해서도 말이다. 의젓해진 모습에서 아들의 마음이 한 움큼 자란 것이 느껴졌다.


 아이들은 매일 오늘과 이별하고 내일을 만난다. 만남과 헤어짐을 경험할수록 인생의 굳은살이 만들어져 결국 커갈수록 이런 감정들에 무뎌지겠지만 말이다. 그런 소중한 추억감정들이 아이를 키워주고 있는 것은 아닐까? 아이를 키우면서 매일 웃었으면 하고 바라지만, 슬픔과 이별, 좌절을 겪은 마음이야 말로 아이를 올곧은 사람으로 키워준다는 걸 이제는 나도 안다. 아이가 느끼는 수많은 감정의 폭풍들이 건강하고 올바른 때로는 따뜻한 마음이 가진 사람으로 성장해주길 기도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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