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산업 시대에는 데이터를 ‘21세기의 석유’라고 부르죠. 많은 IT 기업들이 각자가 보유한 데이터를 활용해서 돈을 벌고 있는데요. 이 데이터를 놓고 국내 최대 플랫폼 기업인 네이버가 한 부동산 중개 플랫폼 기업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는 소식이에요.
네이버부동산이 제공하는 데이터베이스를 프롭테크 업체인 ‘다윈중개’가 무단으로 대량 수집해 자신의 서비스에 이용하고 있다며 정보의 무단 사용을 막아달라는 주장이었는데요. 데이터가 돈이 되는 시대에 데이터 무단 수집에 대한 갈등이 어떻게 진행될지 업계의 관심이 모이고 있어요.
이 분쟁의 쟁점은 무엇이고 서로 어떤 주장을 하고 있는지, 그리고 비슷한 사례는 또 어떤 것이 있는지 자세히 살펴볼게요!
크롤링(crawling) : 웹페이지를 그대로 가져와서 데이터를 추출하는 것. 특히 검색엔진에서 크롤러(crawler)를 활용해 웹 상의 수많은 웹페이지들을 수집한다.
프롭테크(proptech) : 부동산(property)과 기술(technology)의 합성어로, IT를 활용해 여러 혁신적인 부동산 서비스를 제공하는 산업
네이버 입장은 이래요. 네이버부동산이 제공하는 부동산 매물의 정보를 무단으로 크롤링하는 것은 불법이라고 주장해요. 네이버의 인력과 비용을 투입해서 만든 데이터베이스(DB)를 허락 없이 사용한 것은 데이터베이스권 침해라는 것이죠. 이미 불법적인 행위를 중단하라고 공문을 두 번이나 보냈지만 해결되지 않아서 소송을 제기했다고 설명했어요.
지난해 공정위 자료에 따르면 네이버부동산에 등록된 매물은 2,886만 건으로 경쟁 서비스에 비해 압도적으로 많은 정보를 보유하고 있는데, 인력과 비용을 투입해 구축한 데이터인 만큼 무임승차하지 못하도록 권리를 보호받아야 한다는 것이에요.
다윈중개의 입장은 이래요. 네이버부동산의 어떤 정보도 저장하지 않는다고 주장해요. 사용자 편의성을 위해 면적, 층, 가격정보 등만 잠시 보여주고 더 자세한 정보를 보려면 네이버 부동산에 매물 보러 가기라는 아웃링크를 제공했다는 것이죠. 단순 아웃링크이므로 데이터베이스권 침해가 아니라고 주장해요.
네이버부동산에서 로그인 없이 누구나 볼 수 있는 정보일 뿐이며, 뉴스 기사 제목만 보여주고 클릭하면 언론사 사이트로 이동하는 것과 유사하기 때문에 문제 될 것은 없다는 입장이에요.
네이버와 다윈중개의 분쟁 이전에도 IT 업계에서는 데이터 크롤링을 둘러싼 갈등은 계속돼왔어요. 주로 경쟁사를 대상으로 무단 크롤링이 있었죠.
국내 대표 채용정보 플랫폼인 사람인과 잡코리아 사이에도 크롤링 분쟁이 있었어요. 사람인이 2008년부터 잡코리아의 채용 정보를 크롤링해서 자사 웹사이트에 게재한 것이죠. 핵심 쟁점은 잡코리아가 보유한 채용 정보가 데이터베이스권 보호 대상인지 여부였는데요.
10년 간 진행된 법적 다툼에서 결국 잡코리아가 최종 승소했고, 사람인이 120억 원을 지급하는 것으로 합의에 이르렀어요. 이후 사람인은 잡코리아의 채용 정보를 크롤링할 수 없게 되었죠.
숙박 정보 플랫폼의 후발주자인 여기어때는 2016년부터 야놀자의 숙박업체 정보를 수집하는 크롤링 프로그램을 개발했어요. 아직 법적 다툼이 진행되고 있는데요.
1심에서는 저작권법 위반으로 여기어때의 유죄가 선고되었으나 항소심에서는 야놀자 DB의 일부분만 수집하였고, 대부분 공개된 정보라 권리 침해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무죄를 선고했죠. 현재는 대법원에서 심리가 진행 중이고 판결을 기다리고 있어요.
가장 최근에 나온 판결인데요. 비즈니스 SNS인 링크드인과 기업 지원 스타트업인 하이큐랩스가 공개된 데이터 크롤링 관련 소송을 진행하고 있었어요. 링크드인에 공개된 프로필 정보를 하이큐랩스가 크롤링한 것이 문제가 되었는데요. 이에 대해 미국 항소법원이 사용자의 공개 프로필에서 개인 정보를 수집한 것은 합법이라고 판단 내렸어요.
국내 여러 크롤링 분쟁과 유사한 부분이 많지만, 미국법과 국내법은 다른 부분이 있어 국내 분쟁의 결과를 예측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여요.
여러 사람이 함께 콘텐츠를 만드는 위키 사이트에서도 DB 크롤링 분쟁이 있었는데요. 서브컬처 위키인 리그베다위키를 엔하위키미러가 크롤링을 이용해 콘텐츠를 복제한 것이죠. 최종 판결은 무단으로 크롤링해 콘텐츠를 복제 및 게재하는 것은 위법이라는 내용이었어요. 이용자가 만든 콘텐츠를 데이터베이스화한 것도 권리를 인정받은 사례였어요.
양질의 데이터가 중요해지면서 비슷한 크롤링 분쟁이 늘어날 것으로 보여요. 특히 기존의 분쟁과는 다르게 네이버와 다윈중개의 분쟁에서는 아웃링크로 정보를 제공했다는 점이 중요 쟁점인데요. 결과에 따라 여러 버티컬 서비스 업체들과 양질의 데이터를 보유한 네이버나 카카오의 분쟁이 늘어날 수 있어서 판결을 두고 업계의 이목이 집중되는 이유예요.
발행일 : 22. 04. 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