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케터의 서재
A 회사는 자사 제품이 다른 경쟁 제품보다 훨씬 돋보이길 바랍니다. 그래서 자사 제품의 장점을 블로그에 꾸준히 작성하고 광고도 많이 돌렸어요. 열심히 “남들과는 달라, 난 특별해.”라고 외친 A 회사, 그런데 이게 웬일? 돌아오는 건 고객들의 외면뿐?
사람들은 왜 A 회사 제품이 좋다는 걸 알아주지 않았을까요?
왜냐하면 A 회사의 경쟁업체 오조오억 곳도 똑같이 외치고 있었거든요. 아무리 스스로가 특별하다고 외쳐봐도 정작 내 고객이 봤을 땐 다 거기서 거기라면 아무 의미도 없겠죠.
그렇다면 고객의 눈에 확 띄기 위해서 우리가 되어야 할 것은….
이 책을 경쟁사에 알리지 말라
보랏빛 소가 온다, 세스 고딘, 2004
핑크펭귄, 빌 비숍, 2017
이번 글에서는 <보랏빛 소가 온다>와 <핑크펭귄>이라는 두 권의 책에 대해 이야기해 볼 예정이에요. 각각의 책을 출판한 시기에는 10년이 넘는 큰 차이가 있지만 둘 다 비슷한 개념을 다루고 있다고 해서, 꼭 한 번 읽고 비교해 보고 싶었거든요.
특히, 'Q. 후배에게 마케팅 관련 책을 추천해 주시겠어요?' 글에서 “보랏빛 소는 개념과 이론적인 부분이라면 핑크펭귄은 보다 실전적인 내용”이라고 말씀해 주신 보스님 덕에 이 두 권을 선택했답니다.
♬ 저 푸른 초원 위에 그림 같은 집 (노래 부르는 중)… 아니라 소 떼가 수백 마리! 처음에야 감탄하며 쳐다봤지만, 비슷하게 생긴 소 수백 마리를 계속 보면 신기함은 온데간데없고 금세 지루해질 뿐이죠.
그런데 만약 똑같은 소들 중에 ‘보랏빛 소’가 있다면? 엄청나게 눈에 띄겠네요! 핑크펭귄도 같은 개념이에요. 검고 하얀 펭귄 떼 중에서 혼자 ‘핑크색인 펭귄’이 있다면 굉장히 흥미롭겠지요?
수많은 브랜드와 제품이 흘러넘치는 오늘날, 이 험난한 시장에서 고객의 주목을 끌고 당당히 승리하기 위해선 ‘보랏빛 소’와 ‘핑크펭귄’이 되어야 합니다.
<보랏빛 소가 온다>와 <핑크펭귄> 책에는 비슷한 내용이 정말 많더라고요. 특히 두 책의 공통 주제인 “예외적이고, 새롭고, 흥미진진한 존재가 돼라. 따분한 것들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 외에도 같은 주장을 하는 부분이 많아서 흥미로웠어요. 아무래도 둘 다 마케터가 지녀야 할 기본적인 자세와 방향을 담고 있기 때문인데요. 선배 마케터가 추천하는 책들이 같은 내용을 주장한다면, 그 원리를 꼼꼼히 새겨들을 필요가 있겠지요! 보랏빛 소와 핑크펭귄, 어떤 점이 비슷했을까요?
보통 소비자는 마케터가 아무리 열심히 광고해도 눈길조차 주지 않아요. 야속한 마음이 들지만 마케터도 회사 밖에선 소비자이기에 그 마음이 이해가 돼죠. 우리의 잠재 고객은 지금까지 수천 개의 제품과 광고에 이미 지쳐있거든요. 그래서 이 제품이 다른 경쟁 제품보다 얼마나 더 품질이 좋고 가격이 저렴한지 열심히 찾아보지 않아요. 고객이 보기에는 이 제품이나 저 제품이나 다 거기서 거기라면 그중에서 굳이 내 제품을 선택할 이유가 어디 있겠어요! 예외적이고, 새롭고, 흥미진진하게 남들과 다른 무언가로 고객의 시선을 한 번에 사로잡지 못한다면, 고객을 아예 만날 기회조차 잡지 못할 수도 있답니다.
엥? 차별은 나쁜 거 아닌가요? 저도 처음에는 굉장히 의아했던 부분이에요. 하지만 내용을 찬찬히 살펴보니 어떤 의미인지 이해가 가더라고요! 흥미로운 부분이니 같이 한 번 살펴보시죠.
대부분 회사는 모든 고객을 만족시키려고 노력하는데, 사실 제품이나 서비스를 모든 사람의 입맛에 맞춘다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죠. 그리고 모든 사람의 요구를 다 충족시키기 위해 이것도 하고, 저것도 하는 식의 방침은 자칫 전문가로 보이지 않는다는 게 문제예요. 만약 어느 식당이 중국, 일본, 이탈리아 등 각종 음식을 다 판다면 맛을 크게 기대하긴 어렵지 않을까요? 내공 있는 맛집은 보통 메인 메뉴에 주력하더라고요. 모든 사람을 만족시키려는 방침은 결국 고객이 우리 회사를 '무엇이든 다 하긴 하지만 특별히 잘하는 건 없는 그저 그런 회사'로 인식하게 만드는 결과를 가져옵니다.
거기서 끝이 아니에요! 가장 큰 문제는 수많은 유형의 고객을 전부 만족시키려다 보니 그중 어떤 고객도 깊게 파고들지 못한다는 점이랍니다. 예를 들어, 샴푸를 사는 사람은 샴푸 그 자체를 가지고 싶어 하는 게 아니라, 윤기 있는 머릿결을 원하는 거죠. 이렇게 표면적인 요구가 아니라 고객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고객을 아주 자세히 파고들어 분석해야 해요. 하지만 너무 많은 유형의 고객을 다루는 것은 고객을 깊게 파고들기도 힘들고, 나아가 고객의 진정한 요구도 알 수 없게 만들어요. 그러니 우리는 거래하고 싶은 고객 부류를 결정하고, 이 부류의 고객 요구만 만족시키는 것이 좋다고 하네요. 보랏빛 소에서는 굉장히 직설적으로 ‘가장 많은 수익을 안겨주는 집단을 찾아라.’라고 합니다.
열심히 짜낸 참신한 아이디어, 영원하면 좋겠지만… 아쉽게도 영원한 보랏빛 소, 핑크펭귄은 없다는 게 현실! 당시에는 새롭고 흥미로웠을지라도 점점 낡고 어디서 들어본 것 같은 아이디어가 되어 가네요.
더 많은 돈을 벌고 사업을 키우고 싶다면 고객에게 들려줄 ‘새로운’ 것을 꾸준히 개발해야 한다고 해요. 왜냐하면 사람들은 항상 새롭고 전혀 다른 무언가를 접할 때만 흥미를 느끼기 때문이에요.
게다가 시간이 흐를수록 내 아이디어를 따라 하는 보랏빛 소와 핑크펭귄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답니다. 보랏빛 소와 핑크펭귄으로 가득한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다시 다른 색으로 무장해야 하겠죠?
물론 ‘보랏빛 소’와 ‘핑크펭귄’이 완전히 똑같은 내용만 다루고 있지는 않습니다. 앞서 얘기한 것처럼 보랏빛 소는 전반적으로 개념과 이론을 많이 다루고 있지만, 핑크펭귄은 보다 실전에 가까운 내용을 다루고 있답니다. 보랏빛 소가 고객의 시선을 끌 수 있는 방향을 알려준다면 핑크펭귄은 그 방향으로 가기 위해서는 어떤 길을 어떻게 가야 하는지 자세히 설명해 주고 있어요.
◾ 보랏빛 소 : 눈에 띄는 제품과 서비스를 개발하라
그리고 보랏빛 소와 핑크펭귄이 중요하게 보는 것에도 조금 차이가 있답니다. 보랏빛 소는 완전히 새로운 제품이나 서비스를 개발하는 걸 더 중요하게 생각해요. “새롭고 눈에 띄는 제품을 창조하고, 그런 제품을 열망하는 소수를 공략하라.”가 보랏빛 소에서 이야기하는 주된 내용이에요.
◾ 핑크펭귄 : 패키징에 목숨을 걸어라
반면, 핑크펭귄에서는 ‘패키징’을 더 중시합니다. 똑같은 제품을 팔아도 패키징을 잘한다면 고객에게 강한 인상을 남길 수 있어요. 스타벅스처럼 말이에요. ‘원하는 대로 준비되는 커피, 아늑하고 친근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곳’이라는 스타벅스의 패키징은 세월이 흐르면서 고객의 머리와 가슴에 긍정적인 이미지를 남겼죠. 결국 이것이 스타벅스가 수많은 카페 중 가장 강력한 브랜드를 만들 수 있는 원천이 되었답니다.
슬프지만 처음부터 내 제품을 사용하려고 대기하는 사람은 별로 없어요. 대다수 사람은 지금 사용 중인 제품에도 충분히 만족하고 있답니다. 그리고 이 사람들은 제품의 좋은 점을 아무리 어필해도 그 말을 무시할 가능성이 높고요.
하지만 틈새시장의 얼리어답터라면 말이 다르죠! 아무래도 얼리어답터는 새로운 걸 가장 먼저 사용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니까요. 일반 사람들과 달리 얼리어답터는 여러분의 말에 열심히 귀를 기울인답니다. 그렇기 때문에 성공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얼리어답터를 충분히 유혹할만한 제품을 개발해야 한다고 하네요. 만약 여러분이 최초의 틈새시장을 지배한다면, 이 유행은 곧 대중에게로 옮겨갈 거예요.
새로운 걸 개발하기엔 시간도 없고, 인력도 없고... 그냥 앞서 나간 기업을 따라 할까? 앞서 나간 기업은 예외적이고 흥미로운 무언가를 했기 때문에 앞서 나가게 되었어요. 그런데 내가 이 방법을 따라 한다고 해서 그게 예외적이고 흥미로울까요? 이미 사람들은 그 방법에 대해 다 알고 있는데요? 이게 바로 앞서 나간 기업을 따라 하는 게 어려운 이유랍니다.
내가 와달라고 하지 않아도 고객이 스스로 찾아왔으면 좋겠다... 헛된 소망이 아니에요. 바로 희소성을 무기로 이용하는 건데요, 내 아이디어는 아무나 이용할 수 없다고 말하면 고객들이 더 열광하게 된다고 하네요. 심지어 줄까지 서서 기회를 기다린다니!
고객이 스스로 찾아오게 만드세요. 이런 환경을 만들어 놓으면 다른 사람들에게도 여러분의 제품이 인기 있다는 인상을 줄 수 있답니다. 그럼 내 제품에 관심을 보이는 사람도 점점 늘어나겠죠?
세 가지 박스 전략을 개발하세요. 제품 구성이 하나만 있을 때, 고객들은 '산다', '사지 않는다' 둘 중 하나밖에 고를 수가 없어요. 그러니 ‘대 · 중 · 소’ 또는 ‘특별 · 보통 · 저렴’과 같은 세 가지 선택안을 만들어 보세요. 이제 사람들은 가격이 너무 비싸다고 생각하거나 살지 말지 고민하려고 하지 않을 거예요. 대신 '저것 중 어느 걸 사지?'라는 물음에 더 관심을 기울이게 되겠죠. 왜냐하면 고객에게 선택권을 부여하면 무의식적으로 자신이 어떤 종류의 사람인지 결정하고, 그에 걸맞은 제품을 선택하려는 경향을 보여주거든요.
이 질문에 저는 꼭 두 권 다 읽어 보는 걸 권해 드리고 싶어요. 둘 다 어렵지 않은 책이라서 교양서적처럼 가볍게 읽을 수 있거든요. 또 각각의 책이 다루는 내용이 비슷하면서도 조금씩 달라, 오늘 저처럼 2가지 책을 비교하며 보스님의 상황에 맞는 인사이트를 찾아보셔도 좋을 것 같네요!
이미 이 책을 읽어본 보스님은 어떤 부분이 가장 인상 깊었는지, 아직 읽지 않으신 보스님은 어느 부분이 궁금증을 유발하는지 책에 대한 의견을 함께 댓글로 나눠봐요.
보스님이 이번 마케터의 서재를 통해 '고객의 시선을 확 끌어당길 방법'을 발견하실 수 있길 바라며… 오늘은 이만 미래의 보랏빛 소와 핑크펭귄, 여러분께 작별 인사 전해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