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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지호 Nov 04. 2016

1명 채용 지원자 100명, 그럼에도, 우리의 인사철학

16년 4/4분기에 들어선 후 Refresh Club의 새로운 포지셔닝을 위한 방향성 확립과 완전한 서비스 개편을 앞두고서 이와 더불어 조직의 개편도 서슴없이 이행되었다. 사실상 기존까지의 조직에서는 채용 전담이 타 경영진의 역할이었지만 내가 부임한 이후 구성원을 채용하는 임무는 대표이사께서도 특별히 관여가 없을 만큼 전적으로 내가 직접 전담하고 있다.


나는 한 사람이 가진 사고방식과 가능성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너무나 잘 알고 있는 사람 중 한 명이다. 그렇기 때문에 기존의 창업 멤버를 모집하는 수준으로 진솔하며 진지하게 회사의 업무를 떠나 나의 삶에 들어와 줄 수 있는 그런 욕심쟁이를 찾고 있기도 하다.


최근 우리는 출시에 앞서 브랜드 마케팅과 데이터 분석에 입각한 인사이트 발굴을 돕는 디지털 마케터 채용을 시작하였다. 그 결과 감사하게도 공식 채널과 개인 메일을 통하여 약 100여 명에 가까운 지원자들이 기꺼이 자신의 프로필을 전달해주었다.


그러나 아직도 진행 중이다.


실제로 검토 대상자는 20명도 채 되지 않았고, 미팅이 진행된 건 불과 5건밖에 해당되지 않았다. 그 이유를 나의 인사 철학과 함께 기록하여 들추어보고 특별히 지나친 과신이 있다면 찾아보고자 한다.





1. 그들은 그들 스스로를 포장하지 못한다. 더군다나 마케터로서.

2. 한 사람마다 많은 일들을 수행하였다. 그러나 그것은 경험이지 경력이 아니다.

적어도 경력이라는 것은 내가 어떠한 팀 내에서 어떠한 임무를 얼마나 분담하여 주도/참여했는지, 그 결과는 프로젝트 전에 비해 얼마만큼의 퍼포먼스가 나와주었는지 (혹은 추산) 이 단순한 공식이 빠져있다. 그래야 회사가 당신에게 투자하는 이유가 성립되어 연봉 협상에 들어갈 수 있을 텐데 말이다. 그 전 회사에서 얼마 받았기 때문에 이 정도 받아야 하는 연공 방식은 우리 제도와 맞지 않는다.


3. 본인의 목표도 없는데, 회사의 목표를 중요시하게 생각할 일 없다.

4. 적어도 문장이나 문맥의 기본을 지켰으면 한다.

1000자가 되는 글에 띄어쓰기가 없는 글도 있다. 어린아이가 웃어른에게 보내는 애교 섞인 앙칼진 문체들도 더러 있다. 자신을 드러내는 글인데 반복해서 읽어보지 않는 것일까. 이는 책과는 거리가 멀어 보이고, 따라서 새로운 지식을 받아들이는 방법이 익숙하지 않을 사람으로 보인다.

5. 원하는 연봉을 이야기하는 것은 좋으나 자신이 왜 그만한 가치가 있는 사람인지를 설득하지 못한다.

자취를 하고 있고, 가정이 있는 것은 본인의 문제이다. 우리는 지금 당신에게 지원과 후원이 아닌 투자를 하고 수익을 창출해야 할 이유가 존재한다. 얼마를 받을 수 있는지는 우리를 설득시킬 수 있는 본인의 협상력과 스킬에 달려있다.

6. 집요하게 파고드는 성장에 대한 갈망과 욕심이 보이질 않는다.

우리 회사도 아직 널리 알려지지 않은 비주류 사업체인 것은 맞다. 그러나 앞으로 주류 문화에 들어가게 만들고야 말 것이다. 영원히 비주류로 남아있을 만한 사람은 이미 다 내보낸 상태에서 그러함을 반복할 의향이 없다. 나는 적어도 새로운 인재가 회사의 비전과 우리의 삶에 들어와 2, 3년 내에 더 멋진 곳으로 보내줄 수 있는 각오가 되어있는데 말이다. 그 기회를 먼 미래라 생각하고 현실과 타협하는 소극적 모습이 팀 전체의 에너지에 영향을 미칠까 걱정이 되는 바이다.


7. '앞으로 하겠다' 가 아니라 '앞으로 하려고 지금도 무엇을 하고 있다'는 대체 어디 있는 것일까.

특정 직무로써 경력도 스펙도 학벌도 나이도 성별도 아무것도 내세울 게 없어도 괜찮다. 모든 사람이 열심히 하겠다고 한다. 그러나 그중에서 부족하지만 실무에 뛰어들 수 있도록 직무 관련 서적 최소 5권 10권을 읽은 사람은 단 한 명도 보지 못했다. 나는 그들과 마주했을 때 인간적 대화와 직무의 배경을 이해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내 책상엔 이번 달에 구매한 책만 8권이 놓여있고, 출퇴근에 지하철에서 보는 전자책이 따로 있으며, 책마다 내가 얻은 인사이트는 사진이나 책갈피로 모두 표기되어 있다. 내가 만약 그러한 간절함이 있는 구직자라면 내가 이행하고 있는 모습 그대로를 가져가서 보여주었을 것이다.

8. 공모전이나 졸업작품과 같은 결과는 뛰어나지 않는다면 오히려 독이 될 수도 있다.

본인 스스로가 이 작품에 얼마나 공을 들였나를 떠나 제 3자가 마주하는 결과의 느낌을 예측할 수 있을 것이라 본다. 차라리 기획자라면 자신이 관심 있게 사용해본 서비스를 자신만의 방식으로 설계해본다던지, 마케터라면 지원하는 회사에 조사와 분석을 거쳐 장단점에 입각한 방향성을 제시해본다던지 그것이 곧 실무에 투입되어도 이상하지 않을 자신의 기본기를 보여주는 강력한 무기가 되어주진 않을까.



이렇게 고집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오로지 개인적인 경험에 의한 직관력이나 사치와 같은 믿음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한 동일시된 사고의 이해자가 함께 하였을 때 그들 모두 미래에(지금 현재) 너무나도 성장한 모습들과 관계가 계속 사회 속에서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때가 되면 다시 우리의 삶으로 나의 삶으로 끌어들이기 위한 개인적 투자가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나는 실무진들도 가끔 함께 데리고 들어간다. 그들의 미션은 순수 그들과의 대화이다. 얼마 전엔 입사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신입 친구를 데리고 들어갔다. (이 친구는 건축 설계 5년 학과정을 거쳐 졸업한 뒤 서비스 설계에 관심을 가지고 형편없는 개인 포트폴리오로 지원했었다. 내가 제시한 건 시용 평가 3개월, 최저 연봉. 현재 이 친구는 2개월 만에 정규직 전환과 30%의 연봉 인상에 따른 재계약과 별도의 성과 인센티브 계약을 체결하였다. 심지어 출퇴근도 자유다. 입사 4개월 차에 27인치 모니터도 선물로 사주었다. 그만큼 성실과 실력에 우리가 압도당했고 내가 해야 하는 서포터의 역할을 만들어주었다. 다시 말하지만 이 친구는 갓 졸업한 신입이다.) 그는 나에게 '본부장님은 참 까다로우신 것 같아요. 전 괜찮아 보이는데..' 라며 배시시 웃는다. 이는 내가 아닌 우리 팀의 융합을 위해서이다.


사람 욕심이 까다로운 이유는 다른 곳에도 있다. 엄청나게 화려한 경력과 업계에서 알아주는 마당발이라는 믿음을 주고서 최고의 대우를 해주었으나 약속한 성과는 없이 새벽마다 법인카드로 접대비를 긁어대는 문자가 날아오는 상황도 겪어 보았다. 놀랍게도 그는 동종업계이다 보니 그때와 똑같은 방식으로 이력서 접수 후 사무실로 직접 전화를 걸어왔고, 나는 목소리를 듣는 순간에 그 라는걸 알아챘다.




이처럼 사람만큼 어려운 투자가 없는 것이다.


험난하고 치열한 경쟁 사회 속에서 무형의 가치이자 자산은 우리들의 열정이요, 지식이 되어야 한다. 그리고 그러한 간절함과 모든 면에서 욕심을 낼 줄 아는 인간들이 모인다면 그것이야 말로 자연스럽게 팀과 조직 자체가 마스터마인드 그룹(Marster Mind Group_ 꿈과 생각이 비슷한 이들이 모여 빠른 성장을 도모하는 집단)이 되지 않을까 하는 철학인 셈이다.


어쩌면 회사의 인사 조직을 나의 개인적 취향에 초점이 맞춰진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나의 또 다른 철학은 '사공이 없다면 내가 사공이 되어'이다. 아마 조직이 더욱 커지고, 팀이 세분화 된다면 모두를 커버할 수는 없겠지만, 지금은 지금인 것이다.


어디로 가야 할지는 알고 있으니 때로는 기다림 없이 모두 함께 사공이 되는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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