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정만으로 시작했기 때문에
시장 조사가 명확하지 않았기 때문에
지인들의 긍정적 답변이 만족스러웠기 때문에
고작 100명 한테 물어봐놓고 90%가 긍정적이었다고 착각했기 때문에
실제 고객의 마음속은 아직도 모르고 있기 때문에
페르소나 따위는 생략되었기 때문에
내 지인들이 페르소나와는 전혀 상관없다는 사실도 모르고 있기 때문에
고객은 구매자뿐만 아닌 제공자도 포함된다는 것을 간과했기 때문에
내 아이디어가 지구 상에 존재하지 않는다는 믿음 때문에
이건 하면 무조건 대박이라는 착각 때문에
이 아이템이 성공할 거란 확신은 지구 상 존재하는 전 인류를 통틀어서 본인 혼자였기 때문에
애당초 추정을 잘못했기 때문에
객관적 사실이 아닌 추정 자체가 문제인걸 모르는 게 문제이기 때문에
작은 목표도 없는데 큰 청사진만 그려져 있기 때문에
정작 잘 만드는 방법을 몰랐기 때문에
만들고 나면 알아서 사용자가 늘어날 것이란 확신 때문에
예측에 실패했기 때문에
추정으로 만들어진 예측이었기 때문에
시장 테스트와 사용성 조사를 간과했기 때문에
첫 구매자를 VIP(인터뷰 관리 대상자)로 인식하지 못했기 때문에
구매자들은 100% 만족하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구경 왔다가 떠나는 유저층이 구매자보다 훨씬 많다는 것을 알면서도 놓치고 있기 때문에
이때 가격 전략의 유용성이 주는 기회가 얼마나 큰 지 인지하고 있지 못하기 때문에
우리가 가고자 하는 방향에 의구심이 들었지만 그대로 달렸기 때문에
공들여 만들었다 보니 흘린 땀이 아까워 피벗(사업방향 전환) 하지 못했기 때문에
한 두 명 구매자가 남긴 애정 어린 답변에 언젠가 가능성이 있다는 상상이 들었기 때문에
실제로 알고 보니 시장 자체가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에
내가 가진 경력과 인프라로 영업이 어려울 것 같지 않았기 때문에
내 영업성과는 내 성과가 아닌 기존 회사의 브랜드 가치였단 걸 잊었기 때문에
이 좋은 것을 안쓸 사람은 없다는 지대한 신앙심 때문에
만들고도 판매되지 않아서 망하는 이유가 제일 많다는 것을 간과했기 때문에
잠재고객 두드릴 시간에 SNS 하고 앉았기 때문에
대기업이 들어올 걸 알면서도 방치하고 있었기 때문에
몰랐음에도 방치하고 있었기 때문에
굴지의 기업들이 요구하는 여러 미팅 제안이 '우리 아이템의 가능성이 높은 것'이라 여겼기 때문에
미팅 때마다 영업비밀 대응책 없이 스스로 대외비를 누설하고 다녔기 때문에
투자자들이 얼마나 무서운 조직인줄 모르고 스스로 대외비를 누설하고 다녔기 때문에
내가 성공하려면 남이 죽어야 한다는 사실을 잘 깨닫지 못하기 때문에
바쁜 것에 행복해하는 순수함 때문에
매출(버는 것)과 이익(남는 것)의 구분이 미숙했기 때문에
원가분석을 등한시했기 때문에
비즈니스 모델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시장이 원하는 가격을 제공하지 못했기 때문에
심지어 비즈니스 모델도 못 찾았기 때문에
만들고도 정작 내가 쓰지 않는 서비스(제품)이었기 때문에
왜 만드는지 이유조차도 아는 사람이 없기 때문에
반대로 내가(회사가) 필요해서 만들었지만 거진 나만(회사만) 썼기 때문에
소수의 사용자가 내뱉는 감동에 또다시 멋진 사업이라 착각하기 때문에
자본이 없었기 때문에
있어도 쓸 줄 몰랐기 때문에
벌어도 관리할 줄 몰랐기 때문에
벌 줄도 몰랐기 때문에
이 사안들을 그저 자본력의 한계(돈이 없어서)라 판단했기 때문에
그래서 투자가 하나의 방법이 아닌 회사의 목표였기 때문에
팀원들의 이탈 때문에
설립자들의 갈등 때문에
사기를 당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불안하기 때문에
혹은 너무 맹목적이었기 때문에
책과 공부를 멀리(혹은 중단)했기 때문에
한 가지만 잘하기 때문에
난 변함없는데 변화가 따라주길 기대하고 있기 때문에
CEO가 되고 싶었기 때문에
사실 CEO의 타이틀이 탐났기 때문에
실패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반복되기 때문에
내가 왜 실패했는지도 모르기 때문에
지금 이 순간에도 기록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남 탓이었기 때문에
그러나
사실은 모든 걸 통틀어서 바로 내 탓이었기 때문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