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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카루스 Dec 15. 2017

가상화폐와 그 적들

신뢰가 무너지면 화폐도 무너진다

친구와 커피 한 잔 하러 카페에 들렀다. 그 카페는 비트코인(Bitcoin)도 받는다며 계산대 앞에 큼지막한 QR코드를 붙여 놓았다. 나는 엊그제 지인으로부터 선물받은(혹은 어떤 이벤트 프로모션의 경품으로 받았다고 해도 좋다) 비트코인이 좀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비트코인으로 결제를 하기로 한다. 내 전자지갑을 열어 QR코드에  찍는다. 점원은 잠시 뒤에 내게 결제가 완료되었다며 커피 두 잔을 내 준다. 비트코인으로 결제해 줘서 고맙다며 특별히 싱글오리진으로 내렸단다. 거래가 성사되었다. 나는 맛있는 커피를 받았고 카페는 비트코인을 받았다.


그런데 만약 내 수중에 비트코인이 없었다면? 그런데도 만약 비트코인으로 결제할 어떤 일이 생겼다면 어땠을까? 예를 들어 외국에 나가 있는 친지에게 송금할 일이 생겼는데 마침 비트코인으로 송금하려고 한다면?


그랬다면 나는 비트코인 거래소로 가서 돈(현금)을 주고 비트코인을 구입하면 된다. 달러가 필요한데 없으면 은행(환전소)로 가서 달러를 바꾸는 것과 마찬가지다.


거래소에는 오늘 현재의 비트코인 가격이 나와 있다. 후와~ 흠칫 놀란다.

출처: http://news.hankyung.com/article/2017120847191

너무 비싼 거 아냐? 흠칫 놀라 돌아서려다 문득 비트코인 가격 그래프를 한번 찾아 보았다.

출처: https://blockchain.info/ko/charts/market-price?timespan=all


놀랍게도 이 그래프가 2009년부터 거래가 시작된 비트코인의 시장가격 추세다. 피자 2판에 1만BTC하던 비트코인 가격이 이제 1BTC에 $16,000을 훌쩍 넘어 버렸다. 더 놀라운 것은 내일 가격이 또 얼마나 될지 아무도 모른다는 것.


어떻게 이럴 수 있을까?



물론 모든 화폐는 가치 등락을 반복한다. 우리가 눈치채든 못하든. 달러 가격도 매일 매시간 변하고 원화도 마찬가지다. 그러니 비트코인이라고 다를 이유는 없다.

달러환율 변동추이(출처: 네이버)


문제는 그 진폭이다. 하루에 기껏해야 몇 원씩 등락을 반복하는 대개의 통화와는 달리, 비트코인의 환율은 매일 천국과 지옥을 오간다. 오죽했으면 SNS에 이런 우스갯 트윗까지 등장하겠는가(실은 우스개가 아닌 게 더 문제지만).


일반적인 경제 상식을 가진 사람이라면 이런 돈으로 물건값을 받거나 지불하려고 할까? 아닐 것이다.

화폐는 신뢰를 기반으로 한다. 사람들이 모두 믿고 거래에 사용할 때에야 비로소 화폐로서의 가치를 가지고 화폐로서의 역할을 수행한다. 그 화폐가 국가 공권력(공신력)에 의해 뒷받침되고 말고는 별개 문제다.

식당에 들어설 때 가격과 다 먹고 나갈 때 가격이 다른 화폐를 누가 신뢰할까?


신뢰가 무너지면 화폐도 무너진다.


그런데 왜 사람들은 비트코인을 사는 것일까?


사두면 나중에 그 가치가 오를 것 같아서? 아니면 그냥 새로운 것에 대한 호기심? 그런게 아님을 우리 모두 안다. 한마디로 투기다. 투기 말고는 이 현상을 설명할 방법이 없다. 최근 한 정부 금융당국의 고위 관계자의 말도 이를 뒷받침한다.


“가상통화 가격 상승은 어디까지나 다음 사람이 내가 원하는 가격에 이를 받아줄 거라는 기대감 때문이다. 이는 다분히 ‘폰지’(현상이)라 할 수 있다”

* 출처: http://www.hani.co.kr/arti/economy/finance/823029.html


엊그제 재닛 옐런 미 연준의장도 말했듯, 지금의 가상통화는 투기적 성격이 다분하다.  

한편, 재닛 옐런 의장은 이날 “비트코인은 현재 지불 시스템에서 매우 작은 역할만 담당하고 있고 안정된 가치를 가지고 있지 않다”며 “매우 투기적인 자산”이라고 지적했다.

* 출처: http://m.hani.co.kr/arti/international/america/823427.html


맞다. 지불 시스템으로서의 역할은 아주 작은 부분에 불과하다.


아무도 가상화폐로 물건값을 받으려 하지 않고 그나마 받던 곳들마저도 비트코인 결제를 거부하고 있는 분위기다. 앞에서 내가 커피 두 잔을 시켜 먹었다던 그 가게는 실은 세상에 없다. 그저 내 워너비일 뿐.


그 작은 불씨 마저도 꺼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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