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카루스 Jan 19. 2018

JTBC 가상통화 토론을 보며

코인을 보지 말고 체인을 보자!

오후에 부러 짬을 내어 어제 저녁 JTBC 뉴스룸에서 방영했는 가상통화 토론을 보았다.


가상통화 긴급토론 - ‘신세계’인가 ‘신기루’인가

https://www.youtube.com/watch?v=GfaQgl50Mv4


1시간 20여분씩이나 하는 긴 토론을 끊지 않고 끝까지 본 이유는 이 ‘가상통화 광풍’ 현상이 요즘 핫한 이슈인 까닭도 있겠지만, 그보다는 분야 전문가와 식견 있는 지식인들의 생각을 통해 내 생각을 한번 정리해보고 싶은 마음도 컸다.


패널은 네 명이었는데 실은 그 중 두 사람, 김진화 전 코빗 창업자와 유시민 작가와의 싸움이었다. 특히 김진화 창업자는 역시 비트코인 1세대 답게 비트코인(암호화폐)와 블록체인에 관해 가장 해박하고 정확한 식견과 지식을 갖고 있었다.


패널 4인의 생각이 모두 달랐지만, 공통점은 현재의 가상통화 ‘투기 광풍’이 이상적인 현상이고 따라서 규제를 해야 한다는 것에는 모두 동감하고 있었다. 다만 블록체인을 옹호하는 측에서는 거래소 자체는 놔두고 범법적인 행위만 규제하면 된다고 하는 것이고, 반대측은 그보다 더 강력하게 예컨대 거래소 자체를 폐쇄하는 것까지 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특히 유시민 작가는 단기적으로는 도박에 준해서 규제하고 중기적으로는 거래소(‘중개소’라고 부름) 자체를 폐쇄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실 나는 유시민 작가를 별로 좋아하진 않지만, 이 건에 관한한, 그가 나와 생각이 가장 비슷했다. 그는 지금 이 '게임'에서 “누가 돈을 벌고 있나?”를 물었다.


1) 채굴기업과 이에 지분을 가진 기업 및 개인

2) 중개소(‘거래소’ 아님을 강조!) 설립자 및 지분 관계자

3) 채굴업체 및 중개소 연관 기업들(예를 들면, PC부품 제조업체)

4) 거대 투기자본 및 펀드

5) 수익을 은닉하려는 범죄자

6) 상속을 은닉하려는 사람들

7) 영민하고 운이 좋은 투자자.


동의한다. 하지만 이에 대한 김진화 전 창업자의 반론도 충분히 일리가 있다고 생각되었다.

즉, 5)번과 6)번은 규제를 통해 잡으면 되고, 나머지는 자본주의 기업의 당연한 행태라고 하는.


현실로 돌아와서는 여전히 의문이 남는다. 과연 거래소를 폐지하고 거래를 금지시키는 것 말고 다른 방법으로 지금의 이 투기 광풍을 끌 수 있을까? 김진화 창업자의 말처럼(일본의 예를 들어) 제도권으로 끌어들여 금융당국의 감독을 받게 하는 게 과연 해결책이 될 수 있을까?


토론 도중 정재승 교수와 유시민 작가 간 우연히 시작된 화폐발행권 논쟁도 내겐 의미 있었다. 마침 나도 지난 주에 브런치에 <가상화폐의 정치경제학>이라는 제목으로 글을 하나 썼다 내린 적도 있기에. 유시민 작가는 화폐발행권을 국가가 독점하지 않으면 더 큰 폐해가 생길 것이라 말한다. 그러면서 정재승 교수더러 ‘인간을 너무 믿는다’고 말한다. (갑자기 유시민 작가에게서 마키아벨리의 향기가 느껴졌다) 하지만 나 역시 동감이다. 화폐는 권력이고 그 권력을 잡은 자, 누가 되었건 독점적으로 무소불위의 권력을 행사할 수 밖에 없다. 그게 인간임을 우리는 역사를 통해 이미 너무 잘 알고 있지 않은가.





마침 도서관에 희망도서로 신청한 블록체인 관련 책이 도착했으니 대출해 가라는 문제가 왔다. 오전엔 알라딘 서점에서 블록체인 개발 관련 책도 한 권 주문했다. 사실 나는 블록체인 기술 자체에 그렇게 큰 관심은 없었다. 그저 전반적으로 어떤 기술이고 어떻게 사용할 수 있는지 정도만 알면 된다 생각하고 있었다.


물론 나는 비트코인(사토시의 바로 그 Bitcoin)은 이미 실패한 실험으로 판가름났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블록체인의 가능성은 여전히 살아있고, 또 새로운 시도들을 통해 진화 발전해 나갈 것이라 본다. 어쩌면 누군가의 말처럼 “제2의 인터넷”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물론 지금의 “코인 투기 광풍”은 그와는 별개다. 그야말로 일시적인 현상이고 가만히 놔두면 언젠가는 꺼질 것이다. 지난 인터넷 거품 때처럼. 다만 그 거품을 정부가 나서서 조기(이미 조기는 아는 듯 하지만)에 진화하고 어떻게 연착륙시킬 것인지 아니면 불이 저절로 꺼질 때까지 구경하며 내버려 둘 건지는 다른 문제라고 생각한다.


이번 토론을 보면서, 그리고 실은 요즘 나 스스로 가상화폐에 대한 생각을 하면서 느낀 점은 내가 너무 화폐, 그리고 그 중에서도 너무 '비트코인'에만 관심을 집중해서 보고 있었던 게 아닌가 하는 점이다. 앞서도 말했듯 비트코인은 이미 실패한 실험이다. (유시민 작가는 '재밌는 장난감'이라고 표현). 하지만 비트코인은 다른 많은 새로운 실험들의 밑거름이 되었고 그로부터 이미 여러 가지 새로운 아이디어가 나왔고 또 새로운 실험들이 진행 중이지 않은가. 나는 어쩌면 나이브 베이즈(Naive Bayes)만 보면서 머신러닝의 최신 기술들을 다 섭렵한 듯 행동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이제부턴 코인을 보지 말자.

(비록 코인이 현재로서는 블록체인을 유지할 수 있는 유일한 장치이긴 하지만)

코인을 보면 남는 것은 과거(화폐의 역사)와 현재(투기) 뿐이다.


대신 (블록)체인을 보자.

(블록체인이 어떤 방향으로 확장되고 그 속에 무엇을 담을 수 있을까를 고민하자)

그러면 아마도 미래를 볼 수 있지 않을까?

작가의 이전글 가상화폐의 정치경제학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