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잘할 수 있는 걸 생각해 봐!
요즘 나는 길을 잘못 들어 헤매는 사람처럼
방향을 잡지 못하고 흔들렸다.
아이의 방학으로 혼자만의 시간이 사라졌고,
무언가 시도조차 해보지 못하는 날들이 이어졌다.
그 시간이 나를 조금씩 불안하게 만들었다.
콘텐츠가 넘쳐나는 시대에
나만 뒤처지고 있는 건 아닐까 걱정도 됐다.
‘월 천만 원 벌게 해 준다’는 달콤한 말에
이곳저곳 기웃거려 보기도 했지만,
과연 내가 할 수 있을까 싶은 막막함만 더 커졌다.
아침에 친구에게 이런 걱정을 쏟아냈다.
그러자 친구는 아주 단순한 말을 건넸다.
“네가 잘할 수 있고, 계속할 수 있는 걸 생각해 봐.”
'거창하지 않은 내 경험이 스토리가 될 수 있을까.'
'내가 할 수 있는 건 뭘까.'
그 질문을 붙잡고 있다가 오래전에 로그아웃해 둔
브런치 어플을 다시 열어보게 됐다.
읽지 않은 알림이 몇 개 쌓여 있었고,
나는 예전에 써 두었던 글들을 하나씩 다시 읽기 시작했다.
사실 별생각 없이 읽기 시작했는데,
글을 따라가다 보니
그 시절의 시간들이 어제 일처럼 떠올랐다.
대부분은 예전에 쓴 글을 다시 보면
괜히 부끄러워진다는데,
나는 뻔뻔하게도 이런 생각이 먼저 들었다.
“이걸 내가 썼다고?”
“꽤 잘 썼는데?”
“나 이런 글 쓰던 사람이었네.”
그 순간 조금 웃음이 났다.
그 글을 쓴 사람이 분명 나인데,
마치 다른 사람이 쓴 글을 읽는 것 같은 느낌이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왜, 난 글쓰기를 멈췄지?”
나에게 글쓰기는 생업이 아니었다.
나는 내가 해야 하는 일과 좋아하는 일 사이에서
늘 균형을 잡아야 했고,
회사 일이 바빠질수록 글쓰기는 뒤로 밀려났다.
우리 회사에는 매년 숨 돌릴 틈도 없이 바쁜 성수기가 있다.
그 시기가 시작되면 글을 쓸 시간도,
체력도 남지 않았다.
그렇게 글쓰기와 자연스럽게 멀어지게 됐다.
그런데 예전에 써 두었던 글들을
다시 읽다 보니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글 속의 나는 지금의 나보다 더 단단해 보였고,
어딘가 더 안정되어 보였다.
여전히 육아는 서툴고, 어설픈 엄마지만
그때의 나에게는 지금보다 조금 더 여유가 있어 보였다.
그래서였을까.
읽다 보니 그때의 나에게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그때 내가 글을 써 두지 않았다면
지금의 나는 그 시절의 나를
이렇게 다시 만날 수 없었을 테니까.
그래서 브런치를 열어본 김에
다시 한번 써보려고 한다.
대단한 이야기는 아닐지도 모른다.
여전히 나는 아이를 키우고,
일을 하고,
가끔은 지치고,
그런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평범한 사람이다.
그래도 괜찮다.
예전의 내가 그랬듯
지금의 나도 그저 솔직하게 한 줄씩 써보려고 한다.
어쩌면 몇 년 뒤의 내가 오늘 쓴 글을 다시 읽으며
“생각보다 괜찮은데?”
하고 웃게 될지도 모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