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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키리우스 Jul 21. 2018

01-2 발상의 전환

나는 IT업계에 들어오기 전 DNA 실험실 연구원으로 2년 반 정도 근무했다.


대학교때 책을 하나 잘못 보는 바람에 편한길 마다하고, 월급도 짠 실험실에 제발로 기어들어갔다.


분자생물학!

생물을 쪼개고 쪼개면 결국 ACGT 염기 서열만 남는데 그걸 연구하는 학문이다.


바닥까지 내려간 그 논리적 완결성과 앞으로 더 가야할 분야가 많다는 확장성에 뻑 가고 말았다.


갑자기 과거를 얘기하는 이유는 이 분자생물학 바닥에 불가능을 깬 아주 좋은 사례가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고정된 사고 범위 내에서 막다른 길에 다다르면 방법이 없다고 판단하고 생각의 확장을 포기해버리는 경향이 있다.


그런데 그럴 때마다 여지없이 판은 깨지고 만다.

어디서?

기득권이 없던 새로운 플레이어들로부터!


후진 OS로 PDA를 후지게 작동시킨 주제에 독점적 권리로 이익을 취하던 마이크로소프트가 하루아침에 더 나은 UX의 애플에 몰락하고 구글에 확인 사살 당했던 사례야 워낙 유명하고...


(그래서 빌게이츠는 지금 라이벌은 없고 있다면 어딘가 자라고 있을 새로운 플레이어일거라고 주구장창 얘기했음)


암튼 다시 과거로 돌아와서.

분자생물학의 핵심은 DNA인데 그게 우리 눈에 보일리가 없다.


우리몸에 100조개도 넘는 세포마다 한세트씩 들어있는게 보일리가.(세포도 안보이는데)


근데 우린 실험실에서 DNA를 본다.

더 직접적으로 말하면 DNA뭉치를 본다.


보통의 동양인은 머리카락이 검은색이다(간혹 멋있게 흰머리가 되는 경우도 있지만)

만약 머리에 검정 혹은 흰 머리카락이 딱 한올만 있는 사람이 10미터 앞에 있다면 그 사람은머리카락이 없는 사람으로 보일것이다.


그런데 같은 조건에서 한 100가닥이 모여있다면?당연히 보일것이고. 왜 머리카락이 저기만 있을까? 희안하네 황비홍인가?

그런 되도 않는 농담을 할 것이다.


DNA가 눈에 보인다는 건 이런 경우다.

하나의 세포에서 DNA를 뽑아낸 뒤 복사를 한다.

하나를 두 개로 - 두 개를 네 개로, 네 개를 - 여덟 개로 이런식으로 수십번 복사를 하면 하나가 800만개로 증폭된다.


그 증폭된 DNA를 염색하면 비로소 황비홍의 포니테일처럼 우리 눈에 보이게 된다.


그런데 DNA를 복사하려면 문서의 스테이플러를 때고 한장씩 복사기에 넣듯 쌍으로 붙어 있는 이중나선을 단일나선으로 분리시켜야하는데 이때 필요한게 열이다.

무려 90도 이상


근데 그렇게 열을가해 DNA를 단일가닥으로 분리시킨 뒤 복사를 하려면 '자 이제 작업을 시작합시다' 라고 명령을 하는 리더가 필요한데 이놈이 중합효소라는 단백질이다.


단백질은 열에 약해 90도가 넘음 죽는다

그래서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명령을 내리는 자가 죽었으니


리더의 목숨을 구하기 위해 열이 아닌 화학약품으로 대신하고 어쩌고 이 바닥도 아 어렵다 걍 대충하자 잇몸으로 대신하던 찰나


왠 젊은넘이 이바닥 꼰대들한테

'아니 근데 화산 온천에도 세균이 사는데요

걔도 몸에 DNA 복제시키는 십장이 있을터 걔를 데려와서 리더를 빌려 우리 DNA 복사에 씁시다'


그 세균은 뜨거운 물에 사는 놈이라고 이름도 써머스 아쿠아티쿠스

이 놈의 리더를 빌린게 아주 혁명적인 변화였다. 고온에도 아주 편안하게 자기일을했다


그 결과 이제 우리는 머리카락 한올로. 담배꽁초 하나로 사람도 찾고 범인도 찾을 수 있게 되었다

https://youtu.be/iQsu3Kz9NYo

새로운 발견도 아니었다

원래 있던거 사고의 폭을 넓힌 것 뿐이었다(노벨상은 덤)


마케팅 이 바닥에도 막다른길에 몰렸다 생각하는 경우가 많겠지만

답은 항상있을것이다


여기만큼 눈뜬 장님과 그들이 못보는 데이터가 많은 곳이 없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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