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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국제시사연합 ICAU Jul 11. 2023

나엘의 비극과 프랑스 시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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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달 27일 아침 프랑스에서 발생한 비극적인 사건을 아시나요? 파리의 외곽 낭테르에서 알제리계 프랑스 소년 ‘나엘’이 검문 경찰의 과잉진압으로 인해 세상을 떠났는데요. 이 사건 이후 프랑스 사회는 분노했고, 수많은 이민자 출신 프랑스인들이 거리로 뛰쳐나왔습니다.


그들이 쏟아낸 프랑스 사회를 향한 분노는 어마 무시했습니다. 약 2508채 건물들이 손상되었으며, 나이키, 애플스토어 등 많은 상점들이 약탈 당했습니다. 이번 시위로 인해 파리 및 근교 도시들은 그야말로 ‘아수라장’이 된 것이죠. 하지만 이 때문일까요? 현재 많은 매스컴들은 이번 시위가 벌어진 근본적인 원인을 분석하는 것보다는 알제리 등 북아프리카 이민자들의 폭력성, 아수라장이 된 파리 시내의 모습을 보여주는 데 혈안이 되어있습니다.


따라서 저는 기성 미디어와 다른 부분에 포커스를 맞추어 이번 사건을 향해 여러 질문을 던져보려 합니다.


오늘의 글로벌 인사이트, ‘나엘의 비극과 프랑스 시위’입니다.




▲ ‘나엘을 위한 정의’, 낭테르 곳곳에 붙어있다. <사진=로이터>


프랑스로 온 북아프리카계 이민자들

알제리 등 북아프리카계 이민자들이 프랑스로 본격적인 이민을 오기 시작한 건 '1962년'입니다. 1962년 프랑스 식민지였던 알제리가 독립한 이후, 프랑스 정부가 과거 본국의 식민지였던 아프리카 국가에서의 이민을 허용하면서 이민자가 급속도로 증가했기 때문인데요. 사실, 1960-70년대 북아프리카계 이민자들은 ‘단순히’ 일자리를 얻어 돈을 버는 것이 이주, 이민의 주요 목적이었습니다.


하지만 1981년 프랑스의 좌파 정당 ‘사회당’ 출신의 프랑수아 미테랑이 대통령으로 집권하면서 이민의 성격이 변화됩니다. 미테랑 정부는 이민자 가족의 합류에 대한 제한조치를 폐지하고 불법이민자를 합법화하는 정책을 시행했는데요. 즉 ‘단순히’ 돈 벌러 온 사람 뿐만 아니라 그들의 가족까지도 이민을 허용한 것이죠. 정책이 변화하자 프랑스에는 북아프리카계 이민자 수가 급증하였고, 그들은 집성촌처럼 마을을 이루며 살게 되었습니다. 이민자들에게 프랑스란 더없이 좋은 조건이자 가장 매력적인 선택지였던 것이죠.


자세한 수치로 살펴볼까요? 최근 유엔 통계 따르면 2020년 기준 프랑스에 거주하는 이민자는 약 855만 명으로, 전체 인구(6530만 명)의 13.0%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그 중 아프리카 출신 이민자는 전체 이민자 중 절반에 가깝고요. 특히 북아프리카 3국(알제리·튀니지·모로코) 출신이 30%에 육박할 정도로 현재 북아프리카의 많은 사람들이 프랑스에서 살고 있습니다.




사회에 동화되지 못한 이민자들

아마 대다수의 이민자들은 ‘자유, 평등, 박애’의 프랑스에서 행복한 삶을 살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고 그들의 고향을 떠났을 겁니다. 그러나 결론적으로, 그들은 프랑스 사회에 동화되지 못했습니다. 자세한 이유를 함께 살펴봅시다.


이슬람교 vs 프랑스 공화주의

사실 알제리 등 북아프리카에서 프랑스로 이주한 사람들의 종교는 대부분 이슬람교입니다. 가톨릭 신자가 대부분인 프랑스에서 이슬람교의 교리는 이질감이 큰 것이 사실이고요. 대표적으로 이슬람교의 경우에는 이슬람교의 경전인 ‘코란’을 통해서 언어를 공부해야 합니다. 즉 우리처럼 시청각 자료나, 뽀로로가 출연하는 동요, 그림형제의 동화 등으로 언어를 배우는 것은 이슬람 교리에 어긋나는 행위입니다.


더불어 이슬람교의 경우에는 생활 습관에서도 가톨릭, 개신교와 차이가 있죠. 예를 들어, 이슬람교는 하루에 5번 '의무'로 기도를 해야 하며 ‘수시’로 메카를 향해 기도를 올려야 합니다. 실제로 이슬람교 학생들은 수업을 듣던 중 불쑥 뛰쳐나가서 기도실에서 기도를 하기도 하고요. 가톨릭, 개신교의 사람들의 입장에서 이러한 문화 습관은 이질적으로 느껴지는 것이 현실입니다. 해가 떠 있을 때 금식을 해야 하는 라마단 기간도 마찬가지고요.


이처럼 이슬람의 문화는 프랑스의 기존 시민들이 이해하기엔 낯선 것들이 사실입니다. 코란을 통해 언어를 배우고, 종교의 가르침에 어긋나는 행동은 절대 안 하려하는 그들의 모습이 프랑스의 사회에서 융화되기 힘든 것 또한 사실이고요. 제1차 걸프전 이후, 많은 프랑스 지식인 및 다수의 국민들은 아랍국가 및 이슬람교에 부정적인 태도를 보이게 된 영향도 있겠지만요.


또한 프랑스는 프랑스 혁명 이후, 정치와 세속을 분리하는 것을 주요 헌법 정신으로 설정했습니다. 당연하게도 프랑스 정부는 이슬람 출신 이민자들이 길거리에서 ‘히잡’을 쓰고 다니는 것을 금지하는 등 이민자들에게 이슬람 문화의 일부를 포기할 것을 명령했고요. 프랑스 정부와 이슬람 출신 이민자들의 갈등이 더욱 심해질 수밖에 없는 구조였던 것이죠.


이에 프랑스의 사회학자 누와리엘은 “이민자 사회가 전달하는 보수적인 (이슬람 교리와 관련된) 가치와 학교를 통해 강요되는 프랑스 공화주의의 가치 사이에서 갈등하고 있다”라고 분석하였습니다. 즉, 이민자들의 이슬람 교리와 프랑스 공화주의에 기반된 제도의 충돌 현상이 이민자들의 사회 융화 실패의 요인으로 분석되는 것입니다.

▲ <사진=BBC>

사회구조적 문제

1960년대, 프랑스에 정착한 북유럽계의 이민자들은 대부분 건설 현장이나 공장에서 단순 노동을 한 ‘비숙련’ 노동자였습니다. 이민 1세대의 자녀들 대부분도 초등학교 중반에 프랑스에 이주했기 때문에 학교 교육부터 큰 어려움을 겪었고요. 따라서 많은 이민 1세대 자녀들이 고등학교 진학에 실패하였고, 그들 역시 단순 노동에 종사하게 되었습니다.


즉 그들은 고등교육을 받기보다는 단순 노동으로 생계를 유지해야 했습니다. 이러한 구조는 계속해서 되물림 되었고요.


그리고 시간이 흐르고 2000년대 들어, 프랑스는 경제위기를 겪으며 일자리 부족 문제를 겪었습니다. 정부가 노동시장 구조 개편을 시행하면서 비숙련 노동자의 비중은 줄어들었고, 자연스레 저학력의 이민자 출신 청년들은 노동 시장에서 배제되었습니다. 그들은 점점 프랑스의 사회에서 고립되었고 융화되지 못하였습니다.




이민자들이 거리로 나온 이유


경찰의 불시 검문 강화 및 과잉 진압

앞선 여러 이유들로 인하여 북아프리카 이민자나 흑인 출신 이민자들은 프랑스 사회에 잘 적응하지 못하고 절도, 강도 등 범죄를 저지르기 시작했습니다. 그러자 프랑스 경찰들은 아랍계, 흑인 등 해당 인종에 대한 불시 검문을 시행했습니다. 그들이 불시 검문에 불응하면 경찰은 폭력을 사용하기도 하였죠. 이번 사건의 피해자인 나엘도 경찰의 폭력으로 인해 사망한 것입니다.


사실 이러한 사건은 비단 이번에만 일어난 것이 아닙니다. 2005년, 아프리카계 청소년 두 명이 경찰의 추격 단속을 피하다 감전사를 당했던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2016년에도 프랑스의 아프리카계 청년이 경찰의 과잉 진압으로 인해 사망한 사건도 있었고요. 그러나 경찰은 반성하는 태도를 보이지 않았고, 결국 앞선 사건들과 유사한 나엘 사건이 또 다시 일어났습니다. 프랑스의 많은 유색인종 시민들은 더 이상 분노를 감추지 않은 것이죠.

▲ 극우 정당 ‘국민연합’의 정치지도자 마린 뤼펜 <사진=연합뉴스>

프랑스 정치권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반(反)이민 정서

프랑스에는 극우 정당으로 유명한 '국민연합'이라는 정당이 있습니다. 이 정당은 이민자에 대한 혐오와 이슬람에 반대하는 정책을 주장하고 있죠. 처음에는 큰 인기를 얻지 못했지만, 세계 경기 불황과 유럽 내의 난민 문제가 발생하면서 국민연합의 극우 정책이 점차적으로 더 많은 지지를 받게 되었습니다.


실제로 최근 프랑스 대선에서 국민연합 후보인 르펜은 42.5%의 득표율을 기록해 마크롱 대통령(58.5%)을 따라잡을 정도의 성과를 거두었습니다. 이는 2017년 대선에서 마크롱이 66.1%를 기록한 것에 비해 르펜이 33.9%의 득표율을 기록한 것과 비교하면 격차를 크게 좁혔다고 볼 수 있습니다. 또한, 프랑스 총선에서도 2017년 국민연합은 단 8석만 차지했는데, 이번 2022년 총선에서는 반 이민 정책과 반 이슬람 정책으로 인해 88석을 얻게 되었습니다.


이들의 성장으로 인해 프랑스 정치권에서는 반 이민, 반 이슬람 정서가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 잡았습니다. 그러면서 이민자들을 대변하는 정당들도 점차 사라졌고요. 프랑스 내 이슬람, 이민자의 목소리를 대변해 주는 사람들 역시 정치권에서 부재하게 되었습니다. 이같은 문화적, 사회적 불만의 상황에서 발생한 니엘 사건은 화가 난 시민들을 거리로 뛰쳐 나오게 하는 촉발제가 된 셈이고요.




우리나라에게 주는 교훈

대한민국도 최근 저출생 등 여러 이슈들로 인하여 '이민자 수용을 확대'를 주장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최근 동남아시아 지역이나 중국에서 한국으로 귀화하거나 이주하는 빈도도 늘고 있고요.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나라는 이민자들의 한국 사회 동화를 위해 무엇을 해야 할지, 할 수 있을지 고민해 봐야 합니다.


최근 파리의 시위 확산 이후, '이민자 포용 정책은 ‘감성과 동정’의 영역이니 삼가해야 한다'라는 취지의 글이 한국의 주요 신문에 기재되었습니다. 과연 이민자 포용이 단순한 감성의 영역일까요? 최근 김기현 국민의힘 당대표가 내년 총선에 한국에 체류 중인 중국인 투표 제한을 총선 공약으로 삼을 수 있다는 발언도 떠오릅니다. 이러한 목소리가 주를 이룬다면, 한국에서도 또 다른 소년 ‘나엘’이 등장할지도 모르겠네요.



Editor 피아프Pia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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