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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국제시사연합 ICAU Aug 17. 2023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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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닷물 조금 먹었다고 왜 그렇게 펄떡펄떡 뛰냐, 광어보다 더 뛴다"라는 발언을 기억하시나요? 국민의힘 김영선 의원이 서울 노량진 수산시장에서 횟감이 들어있는 수조 속 물을 떠 마시며 한 말인데요. 이에 더불어민주당은 "해삼, 멍게 수준의 정치", "수조 속의 생선들도 황당했을 것"이라고 비판했습니다. 김 의원의 '광어'에 빗대어 맞대응한 것이죠.


오늘의 글로벌 인사이트,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입니다.




오염수 드링킹 이슈


아직 핵 오염수는 방류도 하지 않았는데 수산시장의 수조 속 물을 맨 손으로 떠 마시는 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요? 이에 대해 김영선 의원은 지난 3일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2011년부터 후쿠시마 원전은 매일 300t씩 방류해 왔다. 4~5년 후인 2016년부터 우리 쪽으로 왔다고 할 수 있다”, "그동안 우리 5000만 국민이 5~6년간 먹어온 물인데 안전하지 않았냐"라 말이죠. 민주당은 오염수 방류가 되지도 않은 시점에서 수산시장 수조의 물을 마시며 안정성을 강조하는 김 의원의 퍼포먼스를 “기괴한 발상”이라고 꼬집었습니다.


물론 국민의힘은 이에 굴하지 않고 소금 사재기 현상과 수산물 판매 하락을 우려해 대책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수산시장을 돌며 소상공인들을 독려하고 횟집에서 식사를 하는 등 국민의 불안감을 제거하기 위한 각종 행보를 동반하며 말이죠.


▲ 노량진 수산시장 방문해 수조 속 바닷물 마시는 김영선 국민의힘 의원 <사진=MBC>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 오염수 방류가 안전하다는 일본 정부의 입장은 변화가 없습니다. 일본이 후쿠시마 핵 오염수 방류를 결정한 것은 2021년 4월 13일인데요. 그리고 지난달 4일,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일본 정부의 후쿠시마 제1 원전 오염수 방류 계획이 국제 안전 기준이 부합한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IAEA가 일본 총리에게 제출한 최종 보고서에는 “처리수의 방류가 사람과 환경에 미치는 방사능 영향은 무시할 수 있을 정도록 '미미할 것'”이라고 밝혔고요.


또한 IAEA는 “일본이 취한 알프스(ALPS, 다핵종제거설비) 처리수 방류에 대한 접근 방식과 활동이 관련 국제 안전기준과 일치한다”고 발표했는데요. 현재 물에서 분리하기 어려운 삼중수소를 제외한 60여 가지 방사성 물질 대부분은 여과된 상태이며, “태평양에 방류될 폐수의 삼중수소 수치는 국제 수준보다도 더 낮을 것”이라는 것이 일본 정부의 일관된 주장입니다.


동시에 일본 당국은 '오염수'라는 표현에도 정정을 요구했습니다. '오염수'가 아닌 오염수에서 방사능 물질을 제거한 '처리수'를 방류하는 것임을 강조하며, 국제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 행위는 결코 없을 것임을 거듭 밝혔습니다. 또한 오염수 방류 이후 인근 바다에서 주 1회 수질 검사를 실시하며, 수산물 시장 활성화 대책으로 500억 엔 기금을 조성하겠다 말했고요.


그렇다면 여론은 어떨까요? 지난달 10일 기준, 일본 NHK 여론조사에 따르면 찬성35%, 반대 20%, 중립 40%의 결과가 나왔습니다. 전문가들은 일본의 오염수 방류가 국제기준에 부합하기 때문에 위험하지 않다고 판단했고요. 하지만 일본 국내 어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반대 의견을 강력하게 밝히는 중입니다. 또한 정치적, 경제적 입김이 들어간 보고서가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며 IAEA 보고서의 신뢰성 문제도 도마에 오른 상태입니다.




오염수, 뭐가 문제야?


오염수의 문제를 살펴보기 전, 방사능이 우리에게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 살펴보겠습니다. 인류 역사상 최악의 방사능 피해 사례로는 체르노빌 원자력 발전소 사고가 있는데요.


1986년 4월 26일 이른 아침, 구소련 우크라이나공화국 키예프주(현 우크라이나 키이우 북쪽, 벨라루스 접경 지역)의 체르노빌의 원자력 발전소에서 제4호 원자로가 폭발하였고, 이로 인해 1945년 일본의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투하된 원자탄의 위력을 능가하는 치명적인 방사능 오염 구름이 발생하였습니다.


사고 당일 원전소 노동자 2명이 사망했고, 사고를 진압하려 투입된 소방관 상당수가 방사선에 노출됐습니다. 약 200여 명이 피폭 증상을 보였는데, 그들 중 134명이 급성방사선증후군(ARS, Acute radiation syndrome)으로 확진 받았고 그 중28명이 3개월 내 사망했습니다. 그리고 2004년까지는 기타 이유로 인해 19명이 사망했고요.


또한 이 사고로 인해 약 10일간 아이오딘(I-131), 세슘(Cs-137) 등 방사성 물질이 대량으로 방출됐고, 발전소와 근접해 있는 벨라루스, 우크라이나, 러시아 일부 지역의 토양과 지하수 등이 심각히 오염됐습니다. 심지어 일부 방사성 물질들은 바람을 타고 유럽까지 퍼졌습니다.


방사능에 노출된 발전소 노동자 및 주변 주민의 수는 수십만에서 수백만 명으로 추정되며, 그들은 꽤 높은 암과 백혈병의 발병률을 보였습니다. 그들이 낳은 아이들은 기형아 또는 높은 확률로 갑상선암에 걸렸는데, 이에 대해서는 방사성 아이오딘에 오염된 우유의 섭취가 원인으로 여겨졌습니다.


이처럼 무시무시한 위력을 가진 방사선 물질이 포함된 오염수가 우리 바다로 흘러들어 온다면, 어떠한 피해가 생길까요? 우리는 그 원인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알아야 하지 않을까요?


해양생태계에 미치는 영향

현재 일본은 2011년 동일본대지진으로 인해 폭발한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에서 계속해서 발생하고 있는 물, 오염수를 방류하겠다고 결정했는데요. 방류하는 오염수는 '음용 가능한 수준으로' 오염수 처리 기준을 세웠기에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고 주장합니다. 그러나 기술이라는 것이 한순간에 자칫 실수를 하면 큰 피해를 야기시킬 수 있습니다.


제대로 처리되지 않은 오염수가 방류가 되었다는 가정 하에, 방사능 물질이 해양에 노출됩니다. 노출된 해양에 사는 해양 생태계 생물은 떼죽음을 당하거나, 방사능을 가진 채 돌아다니죠. 방사능에 노출된 해양 생물로 인해 다른 생물이 피해를 볼 수 있으며, 유전자 변이로 인해 돌연변이가 나타나거나 번식률이 저하될 수도 있습니다. 또한, 생태계의 먹이사슬로 인하여 다른 해양 생태계 뿐만 아니라 다른 생태계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도 있고요.


무엇보다 각 나라마다 오염수가 닿을 기간을 다르겠지만, 해양은 하나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에 그 피해는 전세계가 감당해야 합니다.


▲ <사진=이투데이>

인류에 미치는 영향

인류는 고대시대 때부터 수렵 활동 및 물고기 잡이를 해 왔기 때문에 수산업과 뗄래야 뗄 수 없는 관계입니다. 만약 방사능에 노출된 해양 생태물을 인류가 섭취하게 된다면, 인류는 어떻게 되는 것일까요? 인간의 몸 70%가 물로 구성되어 있는데, 제대로 처리되지 않은 물을 마셨을 때 우리 신체는 어떻게 되는 것일까요?


일본 정부의 설명에 따르면, 오염수에는 삼중수소, 세슘134, 세슘137, 스트론튬90 등의 방사성 핵종 물질이 포함되어 있으며, 이 물질들을 기준에 맞춰 여과한 후 오염수를 처리수로 만들어 방류합니다. 그러나 많은 방사성 핵종 물질 중에서 삼중수소 전부가 걸러지는 것은 아니라고 하는데요. 물론 걸러지지 않은, 즉 이미 처리한 오염수에 남아있는 삼중수소가 인체에 해가 될 정도의 양은 아닙니다.


하지만 우리가 생각해야 하는 것은 '축적'입니다. 삼중수소의 반감기는 대략 12년으로, 인체 내부에 삼중수소가 들어오게 된다면 장기간동안 축적이 됩니다. 또한 삼중수소가 인체 내 노출이 된다면 암이 발생하거나 유전자 변이, 유전자 손상 등으로 인해 기형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바다와 거리를 둔다고 해도, 비나 눈, 안개 등의 기상 현상으로 인해 내륙도 방사능 영향을 받을 수 있고요.


2011년 일본 대지진으로 인한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 폭발로 일본 수산업계는 막심한 피해를 입어야만 했는데요. 그 이후 한국은 일본의 주변국이라는 이유 하나로, 우리나라 수산업계 역시 국내·외로 큰 피해를 감당해야 했죠. 본격적으로 ‘일본의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가 대두되면서 우리나라의 경제적 손실이 점차 현실로 다가올 것이라 예상되는 상황이고요.




IAEA 보고서, 믿을 수 있어?


이처럼 후쿠시마 원전의 오염수 방류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쏟아지자 일본 정부는 국제원자력기구(IAEA)에 안정성을 검증해 줄 것을 요청했습니다. IAEA는 한국, 중국, 미국 등 11개 국의 전문가를 포함한 조사단을 꾸려 일본 후쿠시마 원전에 방문했고, 23년 7월 5일 최종 보고서를 발표했습니다. 원자력에 대해 최고 수준의 권위를 가지고 있는 국제기구가 공식적으로 발표한 보고서는 향후 일본의 오염수 방출여부를 좌지우지한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영향력이 강하다고 할 수 있는데요. 그러나 IAEA는 오염수 방출의 안정성 조사단계부터 신뢰성에 문제가 제기되었습니다.


▲ 라파엘 그로시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 <사진=BBC>

목적 및 방법의 불분명함

일부 전문가들은 IAEA가 후쿠시마 원전에 방문한 목적과 검증 방법이 분명하지 않음을 지적했습니다. 오염수 방류의 안정성을 정확히 검증하기 위해서는 1) 오염수의 안정성 검증, 2) 알프스(ALPS)의 성능 확인, 3) 일본의 측정 분석 능력 등 특정한 목적을 설정해야 한다는 것인데요. 하지만, IAEA의 후쿠시마 오염수 관련 최종 보고서에는 이런 목적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었음을 지적했습니다.


기준 설정의 모호성

IAEA 조사단이 후쿠시마 오염수의 안정성을 점검하는 데 사용한 농도기준이 환경평가 국제안전기준을 따르지 않았다는 점도 문제가 되었습니다. IAEA 조사단은 ‘도쿄전력 후쿠시마 제1원전 원자력 시설 보안 및 특정 핵종 물질의 방어규칙’에서 일본 원자력 규제위원회가 정한 자체 농도기준을 사용했습니다. 또한 일본의 기준은 정상 가동 중인 원전에 적용하는 기준으로 중대 사고가 발생한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에 적용하기에는 부적절한 기준이라는 점이 꾸준히 지적되고 있고요.


부적절한 검증 방식

IAEA 조사단은 후쿠시마 원전을 방문해 직접 오염수 시료를 채취하지 않고, 도쿄전력이 제공한 자료를 기반으로 최종 보고서를 작성했습니다. 이 자료 마저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탱크 총 1070개 중 단 3개의 탱크에서 추출한 시료였습니다. 달노키 베레스 교수는 후쿠시마 원전의 탱크들의 방사성 농도가 모두 다르다는 점을 지적하며 시료 채취 방식에 문제를 제기했습니다. 게다가 이 3개의 시료는 탱크의 윗부분의 오염수를 채취한 것으로 탱크 밑에 가라앉아 있는 침전물은 포함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채취된 3개의 탱크의 오염수 농도 마저도 의문이 제기되는 상황이고요. IAEA의 검증 당시, 다수의 전문가들은 IAEA 조사단이 직접 조사한 자료가 아닌 도쿄 전력이 제공한 자료의 신뢰성에 의문을 제기했었으나 IAEA 최종 보고서에는 도쿄 전력 제공 자료의 신뢰성 여부는 일절 언급되지 않고 있습니다.


협소한 범위 설정

해양 생태학자들은 특히 IAEA 조사단이 오염수 방출로 인해 영향을 받을 해양생태계의 범위를 너무 협소하게 잡았음을 지적합니다. IAEA 최종 보고서 27페이지에는 ‘넙치류, 꽃게, 갈조류의 3가지 해양 생물에 대해 방사성 영향 평가’에 대한 내용이 담겨있습니다. 그 중 넙치의 측정값은 하루 최소 안전기준치인1mGy(밀리그레이)의 만분의 7 수준이라며 매우 안전하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크게 2가지 문제점을 제기했는데요. 첫째는 한 어종의 안정성을 파악하려는 경우 하루 안전기준치를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체내 농축 값을 조사해야 한다는 것이며 둘째는 IAEA가 조사 대상으로 삼은 어종의 수가 너무 적다는 것입니다. 또한 전문가들은 앞서 언급한 문제에 대한 개선요구를 했으나 정보 제공자인 도쿄전력은 해당 요구를 전혀 들어주지 않았다고 불평했습니다.


IAEA와 일본의 관계

마지막은 IAEA와 일본의 관계입니다. IAEA는 173개국으로 이루어진 국제기구로 가입 국가들의 자발적 분담금을 통해 운영되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분담금을 많이 내는 국가일수록 기구 내 해당 국가의 입지는 강해질 수밖에 없는데요. 일본은 IAEA에 2020년 약 578억원을 지출했으며, 2023년 가입국 중 일본의 분담금 비율은 7.7%로 3위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또한, 일본은 분담금 비율 1위를 차지하고 있는 미국의 지지를 전폭적으로 받고 있어 IAEA의 조사는 애초에 신뢰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왔습니다. 뿐만 아니라 일본은 IAEA 설립 이후 총 6회 의장국으로 선출되었으며, 2009년부터 2019년까지는 일본인이 IAEA의 사무총장직을 지내기도 해 IAEA내에서 일본의 영향력이 막강할 것이라는 분석이 있습니다. 실제로 일본의 오염수 방류를 두고 일본 대표단인 아닌 IAEA 사무총장이 방류를 반대하는 주요 국가들을 방문하여 일본의 오염수 방류를 설득하려는 모습을 보여 그 IAEA의 중립성에 의문을 가지게 했죠.




전문가들의 팩트 체크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이슈가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자 전문가들은 '팩트 체크'에 나섰습니다. 먼저 옥스퍼드대 명예교수인 웨이드 앨리슨(82세)은 "후쿠시마 오염수의 1L도 마실 수 있다"라 발언하며 다핵종제거설비(ALPS) 처리 기술에 대한 높은 신뢰를 드러냈는데요.


그는 40년 이상 방사능과 방사선 등을 연구하며 원자력에 대한 공포와 오해를 줄이는 데 앞장 서고 있는 인물입니다. 특히 물을 마셔도 약 2주가 지나면 방사선 수치가 완화될 것이라며, 오히려 많은 매체와 관련 전문가들이 후쿠시마 방사능 오염수에 대한 공포심을 만들고 있다고 크게 비판하기도 했죠. 더불어 생물학적 영향에 대한 질문에 대해, 방류가 오랜 시간에 걸쳐 진행되면 바다의 방사능의 농도가 완화되기 때문에 사람들이 생각하는 만큼 오염된 방사능이 인체에 영향을 끼치지는 않는다고 답하였습니다.


그러나 본인은 오염수를 직접 마시지 않아 그의 말을 믿을 수 없다는 반대 여론이 존재하고요.


▲ 후쿠시마 원전 다핵종제거설비(ALPS) 처리 과정 <사진=열린시민뉴스>

위와 반대로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에 반대하는 전문가들도 적지 않습니다. 그 중 사우스캐롤라이나 생물학 교수인 티머시 무소는 다핵종제거설비가 절대적으로 방사능을 제거할 수 없다고 말했는데요. 그는 20년 이상 방사능에 노출된 생명체에 대한 DNA 연구를 통해 방사능의 생물학적인 영향을 결코 무시할 수 없다고 주장합니다. 특히 다핵종제거설비의 여러 여과 과정을 거친다고 하여도, 오염수에 존재하는 삼중수소는 제거할 수 없고, 오히려 이 물질이 기타 방사성 물질보다 더 위험한 신체적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하였습니다.


무소의 주장에 따르면, 삼중수소는 투과력이 약하기 때문에 생물체의 세포 내에서도 투과를 하지 못하여 연속적인 세포 손상을 일으킵니다. 즉, 도쿄전력이 주장하는 물리적 반감기는 10일~14일이지만, 생물체 및 유기화합체와 결합하게 되면 그 반감기는 500일에서 600일까지 늘어나게 되는 것이죠. 동시에 지속적인 노출로 인해 삼중수소가 축적된다면 신체의 DNA에 유해한 영향을 끼칩니다.




이웃나라 중국의 입장


그렇다면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에 대한 이웃나라 중국의 입장은 어떨까요?


결론부터 말하면 중국은 기본적으로 반대, 그것도 ‘극구 반대’의 입장을 취하고 있습니다. 일본의 무책임한 태도에 대한 비판을 넘어 IAEA 보고서 자체와 그 권위에 대한 회의까지 여실히 드러내고 있고요. 대표적인 사례로, 중국 주일본대사 우장하오는 7월 4일 기자회견을 통해 오염수 방류에 대해 강도 높은 비판의 목소리를 전달했습니다.


"排海缺乏正当性。日方未同周边邻国等利益攸关方进行充分协商,单方面作出排海决定,单方面作出对外宣布,实际上是把排海作为唯一选项强加于各方,但排海并非唯一选项,也不是最安全、最优化的处置方案。"


"오염수의 해양 방류는 정당성이 결여되어 있다. 일본은 주변 국가 등 이해관계자들과 충분한 협상을 거치지 않고, 일방적으로 결정 및 대외 통보하였으며, 실질적으로 방류가 유일한 선택지인 것처럼 각측에 강요하였으나, 방류가 유일한 선택지라는 일본의 주장은 사실이 아니며, 이는 안전하지도, 가장 이상적인처리 방안도 아니다."


"IAEA评估报告不能成为日排海通行证。… IAEA应秉持客观公正和专业原则,充分尊重采纳工作组各方专家的意见,即将公布的最终报告应该经得起科学与历史检验。"


"IAEA의 보고서는 일본 오염수의 '통행증'이 될 수 없다. (중략) IAEA는 객관성, 공정성과 전문성을 잃지 않고 개별 전문가의 의견을 최대한 반영하여 곧 발표될 최종 보고서에 과학적, 역사적 검증을 통과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이외에도 왕원빈 중국 외교부 대변인 등과 같은 중국 고위 인사들은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문제에 있어 우 대사와 크게 다르지 않은 태도를 보이며 일본의 오염수 방류에 비판적인 입장을 견지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정치권 뿐만 아니라 중국 내부 시민들 사이에서는 대일본 불매운동의 조짐까지 보이고 있습니다. 최근 중국의 일부 SNS에서는 일본산 화장품, 유아용품 등을 정리한 불매 리스트가 배포되었는데요. 누리꾼들은 더 나아가 일본산 원자재를 사용하는 중국 제품, 이들을 대체할 대체상품까지 작성/공유하여 일본의 해당 결정에 대한 반감을 내보였습니다.




먼나라 미국과 유럽의 반응


그렇다면 먼나라 미국과 유럽의 반응은 어떨까요? 놀랍게도 중국과는 완전히 상반된 입장입니다.


7월 4일 미국 정부는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계획에 대한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평가를 존중한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백악관은 그간 일본이 오염수를 투명하고 과학적인 절차를 따라 처리해 왔으며 해양 방류 계획을 성실하게 이행해 IAEA 검증을 받은 만큼 방류를 막을 이유가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또한 한국, 중국을 비롯한 태평양 국가들의 반대 목소리에 대해서 매슈 밀러 미 국무부 대변인은 정례브리핑을 통해 "IAEA의 원자력 안전기준은 여러 섬나라나 개발도상국을 포함한 모든 IAEA 회원국과 협의를 통해 마련한 것"이라며 "IAEA 최종보고서는 오염수를 방류하는 일본의 계획이 국제적으로 공인된 원자력 안전 기준에 부합한다고 결론 내린 점"을 미루어 보았을 때, 그 안전성을 의심하기 어렵다고 덧붙였습니다.


유럽의 상황도 다르지 않습니다. 2021년 미국, 그리고 지난해 영국 등 주요국에 이어 유럽연합 역시 12년 만에 기존 일본산 식품에 대해 가했던 수입규제를 공식적으로 철폐했습니다. 폰데어라이언 EU 집행위원장은 과학적 증거와 IAEA의 평가에 근거해 27개 회원국이 모두 합의한 결론이라고 강조했는데요. 이러한 규제가 없어지면서 후쿠시마현 생선과 버섯, 미야기현 죽순 등 식품 수입 시 요구했던 방사성 물질 검사 증명서를 제출할 필요가 없어졌습니다.


하지만 EU집행위원회는 별도 보도 자료에서 “규제는 완전히 해제되었지만 일본 정부의 지속적인 모니터링이 중요하다”라고 강조하며 “특히 오염된 냉각수 방류 장소 인근의 생선, 수산물, 해조류가 이에 포함된다”라고 지적했습니다. 또한 일본정부가 모든 결과를 투명하게 공개하는 것도 수반되어야 할 것이라고도 강조했고요.


영국을 비롯한 유럽연합이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에 대해 적극적인 찬성의 입장을 펼친 것은 아니지만 EU의 수입규제 철폐로 미루어 볼 때 중국을 비롯한 태평양 도서국가들과는 다르게 비교적 긍정적인 입장이라고 판단됩니다.




한국과 일본의 반응 분석


한국의 여론

우선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에 대한 국내 여론은 매우 부정적입니다. IAEA 보고서 발표 이후 7월 14일, 한국의 뉴스 매체 ‘뉴스토마토’가 전국 성인남녀 1040명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를 살펴보면 응답자의 64.6%가 오염수 방류에 대해서 반대 입장을 보였으며 찬성은 24.6%에 그쳤습니다.

▲ 뉴스토마토가 발표한 7월 14일 후쿠시마 오염수 관련 여론조사 <사진=김한솔 에디터 제작>

IAEA 보고서에 대한 신뢰 역시, 동일 여론조사기관에서 동시에 실시한 결과 60%가 신뢰할 수 없다고 응답하였습니다. 이처럼 한국 국민은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에 대해 부정적이며, IAEA 보고서 역시 신뢰할 수 없다는 입장입니다.


다만 이러한 ‘반대’ 분위기는 정치적 성향과 상관없이 형성되어 있습니다. 일각에서는 소위 야당의 선동으로 인해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를 반대한다고 비판하고 있지만, ‘보수’ 정치인으로 알려진 유승민 국민의힘 전 원내대표도 이번 정부의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과정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고요. 또한 여론조사 결과를 살펴보면, 중도층, 무당파, 보수층도 이번 방류에 대해 반대의 목소리를 내고 있는 것으로 보여집니다. 즉 윤석열 대통령 핵심 지지층 이외에는 찬성하지 않는 분위기인 것이죠.


일본의 여론

그렇다면 후쿠시마 오염수의 당사국인 일본 내 여론은 어떨까요? 일본 내 여론은IAEA 보고서 발표 전과 후로 여론이 나뉩니다. 우선 7월 1일(IAEA 보고서 발표 이전)에 일본 닛케이신문 주관으로 실시된 여론조사를 살펴보면, 일본 국민의 46.7%가 찬성을 일본 국민의 45.3%가 반대를 하며 거의 찬반 여론이 팽팽한 양상을 보였음을 알 수 있습니다.

▲ 닛케이신문이 발표한 7월 1일 후쿠시마 오염수 관련 여론조사 <사진=김한솔 에디터 제작>

하지만 최근 일본의 여론을 살펴보면 찬성의 목소리가 압도적으로 많아졌습니다.닛케이신문이 7월 31일에 발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일본 국민의 58%가 오염수 방류에 찬성함을 알 수 있었는데요. 보고서 발표 이후로 찬성 여론이 급격히 증가했습니다.

▲ 닛케이신문이 발표한 7월 31일 후쿠시마 오염수 관련 여론조사 <사진=김한솔 에디터 제작>

앞선 여론조사 결과를 통해 알 수 있듯, 일본 내에서도 후쿠시마 오염수 반대 여론이 꽤 많이 분포되어 있었습니다. 사실 일본 내에서 “냄새나는 것에는 뚜껑을 덮어라”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일본 정부 조직은 민감한 문제를 지속적으로 은폐하였는데요. 일본 관료들은 과거 2015, 2016년 아베 신조 전 총리와 와이프가 연루된 ‘모리토모 학교 비리 사건’ 등을 통해서도 민감한 문제가 터지면 조직적으로 은폐하는 모습을 보여줬었습니다. 그래서 일본 국민들은 2021년, 스가 총리가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를 하겠다”라고 선언했을 때, 정부가 조직적으로 후쿠시마 오염수의 위험성을 은폐할 것이므로 방류를 반대한다는 여론이 일본 내에 팽배해 있었습니다. 하지만 기시다 총리 취임 이후, 일본 내 여론이 조금씩 찬성으로 변경하는 기류가 형성되었죠.


먼저 기시다 총리의 정치적 기반을 살펴볼까요?. 기시다 총리는 도쿄에서 학창 시절을 보냈지만, 아버지의 고항이 히로시마인 관계로 히로시마에 정치적 기반을 두었으며 와이프 역시 히로시마 사람입니다. 기시다는 1993년부터 현재까지 약 30년 동안 히로시마에서 당선된 10선 의원이고요.


독자 분들 중에서는 "히로시마랑 오염수 방류랑 뭔 상관이지?" 라고 의문을 가질 수 있습니다만, 한 사건을 떠올리면 해당 의문이 바로 해소될 것입니다. 바로 1945년 8월 6일의 ‘히로시마 원자폭탄’ 사건입니다. 사실 히로시마 원자폭탄 사건 이후, 히로시마 사람들은 일본 내에서 보이지 않는 차별을 많이 당했다고 합니다. 일본인들 사이에선 근 몇 년까지도 “히로시마 사람? 그럼 방사능?” 등의 인식이 일부 존재했고요.


기시다는 이러한 히로시마의 원폭 피해 이미지를 개선하기 위해 의원 생활 중에 많이 노력했습니다. 그리고 히로시마 사람들의 아픔을 치유해 주는 정치적 행보를 보여주기도 했죠. 그러므로 일본 내에서는 "히로시마 출신인 기시다가 이번 후쿠시마 오염수 문제를 처리하니 이전 총리들과는 다르지 않을까?" 라는 여론이 형성되었고, 많은 일본인들이 반대에서 찬성으로 넘어간 것으로 분석됩니다.




일본인에게 직접 묻다


이러한 분석과 더불어 디테일한 일본인들의 생각을 알아보기 위해, 국제시사연합에서는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에 찬성하는 일본인과 방류를 반대하는 일본인과의 인터뷰를 각각 실시하였습니다.


먼저 오염수 방류를 찬성하는 일본인과의 인터뷰입니다. 해당 일본인은 오사카에 사는 20대 중반의 남성이며, 지지하는 정당으로는 일본의 보수 성향 정당인 오사카유신회를 지지한다고 합니다.


     1. 많은 일본인들은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에 찬성하는가?


A: 왜냐하면 IAEA에서 안전성을 입증하였기 때문이다. 사실 나도 보고서가 나오기 전엔 반대했었다. 하지만 국제기구인 IAEA에서 안전하다고 했으니,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 생각하였고 이번 방류를 지지하게 되었다. 많은 일본인들도 나와 같은 생각일 것이다.


     2. 많은 한국인들은 일본의 방류에 불안해하고 있다. 그 현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A: 솔직히 타국의 입장에서 불안하겠지만, 국제기구의 조사도 나오지 않았는가? 한국의 대통령도 완전한 지지 의사를 밝히진 않았지만, 긍정적 반응을 보인 것으로 안다. 많은 일본인들은 한국의 야당이 불안감을 조성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3. 후쿠시마 어민들이 반대하는 주요 이유는 무엇인가?


A: 후쿠시마 어민들도 이번 방류가 안전하다고 생각할 것이다. 솔직히 그러지 않고서야 그들이 그곳에서 어업을 진행하겠는가? 그들이 반대하는 것은 이번 방류로 인해 후쿠시마의 과거 참사가 재조명되는 것에 대한 불안감 때문이다. 하지만 어민들이 이렇게 반대할수록 과거 대지진이 계속 언급될 것이다. 솔직히 일부 일본인들은 그들이 반대하는 것이 정부 보조금을 더 받으려고 이러는 것이라고 생각하기도 한다.


반대로 방류에 반대하는 일본인과의 인터뷰입니다. 해당 응답자는 삿포로에 거주하는 20대 중반의 남성이며, 일본의 야당이며 중도진보 성향의 입헌민주당을 지지한다고 밝혔습니다.


     1. 당신은 왜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에 반대하는가?


A: 먼저 내 의견을 말하기 전에, 내 의견이 주요 여론이 아님을 밝힌다. 이미 많은 국민은 방류를 찬성하고 있다. 우선 나는 처리 시설에 대해서는 큰 문제가 없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일본 정부의 설명이 불분명하다고 생각하여 이번 방류를 반대한다. 그들은 감성에 호소할 것이 아니라, 더욱 많은 자료를 공개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현재 많은 일본 언론들은 현재 중국의 원전 처리수가 후쿠시마 처리수보다 ‘삼중수소’를 더 많이 배출한다고 보도하며 후쿠시마 처리수가 안전하다고 보도하고 있다. 하지만 난 일본의 처리수도 해양생태계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것은 단순히 검출량이 적다는 것이지 솔직히 말하면 위험물질이 검출되고 있는 것 아닌가? 오히려 우리 정부는 원전의 리스크를 고민해야 할 것이며, 탈원전을 고민해야한다고 생각한다.


     2. 많은 한국인들은 이번 방류에 불안해하고 있다이에 대한 당신의 생각은?


A: 사실 IAEA 보고서가 발표되기 이전엔, 일본의 입헌민주당도 반대의 목소리를 냈었고, 한국의 야당 의원들과 반대 기자회견도 가졌었다. 하지만 보고서 발표 이후, 일본 내 찬성 여론이 커지자 입헌민주당도 반대 목소리를 내는 것에 대해 주저하고 있다. 솔직히 한국인들이 이번 방류로 화가 많이 났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다만 이번 일로 일본 국민과 한국 국민의 사이가 나빠지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3. 민감한 질문일 수 있지만너는 방류 이후 수산물을 먹을 것인가?


A: 어쩔 수 없지 않은가? 하지만 찝찝한 것은 사실이다. 사실 동일본 대지진 이후 일본 내에서 ‘먹어서 응원하자’라는 캠페인이 전개되었고, 많은 일본의 프랜차이즈들이 후쿠시마산 농산물을 식재료로 사용하고 있다. 앞으로 이러한 현상이 해산물에서도 이어질 것이라 보인다. 먹기 싫다고 해도 먹게 될 것 같다.




방류가 가져올 영향


이처럼 현재 많은 일본인들은 오염수 방류를 지지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지지하게 된 배경에는 기시다 정부의 정치력, IAEA의 안전하다는 보고서 발표 등이 한몫했는데요. 이러한 여론이 지속적으로 존재하고 있는 만큼, 일본 내 방류에 대한 반발은 앞으로도 크게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따라서 오염수 방류가 불러올 스노볼 효과에 대해서도 고민해 봐야 합니다.


▲ 환경운동연합, 시민방사능감시센터 활동가들의 기자회견 <사진=뉴시스>

먼저 국민들이 유독 후쿠시마 오염수 이슈에 대해 피로함을 느끼는 이유가 있습니다. 바로 '과학'이 승리한다고 주장하는 국민의힘과 '도대체 국익에 무슨 도움이 되냐'는 민주당과의 진흙탕 싸움 때문인데요. 한국일보 이준희 기자의 표현을 빌리면"오염수는 처음부터 정치문제"였습니다. 정파적 이해 앞에선 핵종, ALPS, 삼중수소 등의 과학적 소양이 필요하지 않죠. 오염수 방류가 정치적 문제로 비화된 만큼 우리나라 정치 판도도 함께 혼란스러워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무엇보다 오염수 방류로 피해를 입는 국민에 대한 지원책이 시급합니다. 국민의힘 윤재옥 원내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10년, 30년, 100년 기간이 문제가 아니라 우리 국민들이 안심할 때까지 후쿠시마산 수산물 수입을 하지 않겠다는 게 당과 정부의 확고한 입장”이라고 말했는데요. 이어 “어민이나 수산업 종사자들이 피해를 본 일이 있다면 당연히 지원해야 하고, 현재 수산물 소비 위축으로 인한 경기 침체와 관련해서도 어떻게 경기를 진작시킬 것인가를 포함한 종합적인 수산업계 지원대책을 정부 차원에서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과연 오염수가 방류된 후 우리나라는 어떠한 방향으로 흘러갈지 그 미래와 대응에 대해 귀추가 주목되는 시점입니다.



Editor 이경민, 박희상, 유효정, 박선영, 김예림, 장윤수, 신성은, 장유정, 김한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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