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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원동기 오류 분석
학창 시절 누구나 연애편지를 써보았거나 받아보았을 것이다. 연애편지는 사랑하는 특정한 대상이 생긴 후에 쓰게 된다. 사랑하는 사람이 생기지도 않았는데, 미리 써놓는 것은 말도 안 된다. 사랑하는 사람 덕분에 심장이 두근거리고, 머릿속에 온통 그 사람으로 가득 차 있어야 비로소 연애편지가 작성되기 시작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똑같은 내용을 열 통 정도 준비해 놓고, 상대방이 누구든지 연인이 될 때마다 한 통씩 나누어주는 장면은 코미디 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이야기다. 사랑하는 사람이 생겼다고 치자. 이 뜨거운 마음을 편지에 다 담아야 한다. 온갖 정성을 기울여 쓰지 않으면 마음을 다 표현할 수 없다. 터질 것 같은 가슴을 주체할 수 없어 밤새 써내려 간 편지, 어느새 동이 튼다. 언제 이렇게 시간이 흘렀는지 모르겠다. 시험공부를 하기 위해 지새우는 밤은 피곤하기만 했는데, 아무렇지도 않다. 행복한 마음뿐이다. 아침을 먹고 세수를 한 후 뜬 눈으로 쓴 편지를 다시 읽어 본다. 이런 너무나도 유치하다. 찢어 버린다. 밤이 된다. 편지지 앞에서 끙끙거린다. 그러기를 벌써 일주일 째……
이렇듯 정성스럽게 쓴 연애편지는 아무리 내용이 유치하더라도 받는 사람으로서는 편지를 쓴 사람이 자신을 얼마나 애절하게 사랑하는지 절절하게 느끼게 될 것이다. 베껴 써서 기가 막히게 잘 쓴 내용은 ‘선수가 아닐까?’ 의심의 눈초리를 보낼 것이다. 마음을 다해서 써야 마음을 얻을 수 있다.
한 남자가 있다. 결혼이 너무나 하고 싶다. 그러나 사랑하는 사람은 없다. 결혼 상대자로서 괜찮다 싶은 사람은 몇 명이 있다. 그 남자는 편지를 쓰기 시작한다. 결혼하고 싶은 사람은 몇 명이 있다. 그 남자는 편지를 쓰기 시작한다. 결혼하고 싶으니까 만나보자고, 과연 읽는 사람의 마음이 움직일까? 아마 이렇게 생각할지도 모른다.
‘이 사람은 나를 사랑하지 않아. 단지 결혼을 하고 싶은 거야. 굳이 내가 아니어도 될 것 같아. 다른 사람들한테도 같은 내용의 편지를 보냈겠지? 내가 거절해도 상처받지 않겠지? 거절해야지.’
여자가 남자에게 물었다. 왜 자기를 좋아하느냐고. 남자는 답했다.
“외모도 괜찮고, 집안 배경도 괜찮고, 친구들이 부러워할 것도 같다고.”
과연 이 남자는 여자의 마음을 움직였을까?
한 사람이 있다. 이 사람은 취업을 하고 싶다. 물론 간절히 입사하고자 하는 기업은 특별히 없다. 인사 담당자가 묻는다. “왜 입사하고 싶으냐고?”
이 사람은 대답한다.
“복리 후생도 괜찮고, 급여도 괜찮고, 입사하면 친구들이 부러워할 것 같다고.”
과연 이 사람은 합격했을까?
지금 수많은 취업 준비생은 사랑하지도 않으면서 단지 결혼을 하고 싶어서 여러 사람에게 연애편지를 쓰고 있다. 입사하고자 하는 간절한 열망은 없지만, 되도록 좋은 곳에 취업하겠다는 마음으로 자기 소개서를 쓰고 있다. 그저 취업하겠다는 것 이외에는 특별히 다른 이유는 찾지 못하면서 자기소개서의 지원동기를 쓰고 있는 것이다. 그러면서 이들은 항상 불평한다. 지원동기 쓰기가 왜 이리 어려우냐고. 당연히 어려울 수밖에 없지 않겠는가? 사랑하지 않으니, 관심도 없다. 상대방이 무엇을 좋아하고 어떤 고민이 있는지 궁금하지도 않다. 입사하고자 하는 열망이 없으니 그 기업에 대한 관심도 없다. 지원하는 기업의 특성이 무엇인지, 어떤 사람을 좋아하는지, 고민이 무엇인지 알 턱도 없고 궁금해 하지도 않을 것이다. 그러면서 취업하고 싶은 마음에 억지로 지원동기를 쓰는 것이다. 업종, 업계 순위, 담당하게 될 업무, 적성 등과 관계없이 여기저기에 지원하다 보니 당연히 지원동기를 쓰기가 어려운 것이다.
그러다 보니 몇 날 며칠 밤을 지새워가면서 자기소개서를 쓰지도 않고, 다른 사람에게 써달라고 하거나 남들이 쓴 것을 베끼게 되는 것이다. 회사에 상관없이 똑같은 내용을 여러 장 써놓고, 지원 회사명만 바꾼 채로 지원하는 것이다.
결국 다음과 같은 흐리멍덩한 지원동기가 탄생하게 되는 것이다.
세계 초일류를 지향하고, 00산업 분야에서 국내 최고의 입지를 차지하고 있는 귀사에서 최고의 인재가 되기 위해 지원하게 되었습니다. -
일명 ‘초·최·최’ 자기소개서라는 것이다. 00에 해당하는 부분만 바꾸면 어떤 회사든 지원할 수 있는 자기소개서. 탈락시켜도 별로 상처받을 것 같지 않다. 기업은 눈곱만큼의 고민도 없이 탈락시킨다.
대학교에서 공부하면 할수록 중국에서 일하면서 중국에 정통한 사람이 되고 싶다고 생각을 하였습니다. 지금 중국에 진출한 귀사와 같이 호흡하며 제가 공부한 중국어와 중국 문화를 바탕으로 중국에서의 업무를 배우고 문화를 이해하여 중국의 거대한 시장 속에서 같이 생활하기 위해 귀사에 지원하게 되었습니다. -
위 지원동기는 기업으로 하여금 ‘중국과 관련된 업무를 하고 싶은 마음’은 전해주지만, ‘중국에서 일하는 것을 다른 회사도 아니고, 굳이 지원하는 기업에서 일하고자 하는 마음’은 하나도 나와 있지 않다. 게다가 지원 기업에 ‘기여’하고자 지원하는 것이 아니라, 중국에서 업무를 배우고 문화를 이해하며, 생활하기 위해 지원을 한다고 썼다. 기업이 학교나 문화원도 아니고, 단순히 생활하고자 하는 사람의 터전이 되어주는 곳도 아니다. 이런 지원동기로는 절대로 합격할 수 없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지원동기 하나 잘못 썼다고 기업이 속 좁게 탈락시키겠어요?”
취업 특강 중 한 학생이 필자에게 한 질문이다. 필자의 대답은 ‘그렇다’이다. 기업은 속이 좁다. 왜 속이 좁을까?
기업은 ‘채용실패’ 때문에 골치가 아프다. 이것은 말 그대로 채용에 실패하는 것이다. 합격시킨 사람이 입사하지 않는 것이다. 합격 발표를 하고 합격자들을 한 장소에 모이도록 하면 오지 않는 사람이 한둘이 아니다. 국내 대기업은 평균 10퍼센트 정도는 오지 않고, 많을 때는 이 수치가 30퍼센트를 넘긴다. 즉, 1백 명을 합격시키면 열 명에서 서른 명은 입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중소기업은 말할 것도 없다.
‘안 오면 또 뽑으면 되지’라고 대수롭지 않게 생각할지도 모르겠지만, 대기업에서 공채를 통해 신입사원을 뽑는 작업은 최소 3개월에서 길게는 6개월이나 걸리는 대규모 프로젝트다. 현장 부서들에 몇 명을 뽑아줄지 파악해야 하고, 서류전형을 통한 1차 문턱을 높일 것인지 낮출 것인지, 아예 서류전형을 통한 1차 문턱을 높일 것인지 낮출 것인지, 아예 서류전형을 하지 않을 것인지 등등을 결정해야 한다.
또한 면접에서 쉬운 질문을 할까, 어려운 질문을 할까 결정해야 하고, 30분 만에 면접을 끝낼 것인지, 합숙면접을 할 것인지, 채용공고는 어디에 낼 것인지도 결정해야 한다. 그리고 서류를 신청 받고, 면접을 통해 합격자를 발표하는 데까지 엄청난 시간이 소요된다.
또 비용은 얼마나 들까? 한 채용전문 포털업체에서 국내 상장사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바로는 채용비용은 1인당 2백만 원을 넘는다고 한다. 결국 합격자가 입사하지 않으면 기업은 엄청난 시간과 돈을 들여 다시 뽑아야 한다. 손실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지원자 중에는 상당수가 시험 삼아 원서를 내는 때도 있고, 여러 군데 동시에 합격을 하는 때도 있다. 합격하면 마음이 바뀌는 사람도 있다. 입사하고 나서 1년도 안 되어 그만두는 사람들도 부지기수다.
기업 처지에서는 이러한 사람들을 골라내야 한다. 그래야 채용실패에 따른 손실을 막을 수가 있다. 그렇다면 채용실패를 당할 사람들을 골라낼 방법은 무엇일까? 당연히 자기소개서를 철저하게 파악하고, 그 중에서도 지원동기에 관심을 기울일 수밖에 없다.
상황이 이런데 어느 회사나 통할 수 있는 지원동기를 쓸 것인가? 홈페이지에 나온 회사의 비전을 보고 ‘기업의 비전과 나의 비전이 맞는다.’는 식의 누구나 쓸 수 있는 내용을 쓸 것인가? 최근 나온 기사 몇 줄을 보고 ‘발전하는 모습이 마음에 든다.’는 지원동기를 쓸 것인가?
아시아나 항공사에 지원하면서 아시아나 항공사의 서비스를 한 번도 받아보지 않고, 신한은행에 지원하면서 신한은행지점에 가본 적도 없고, 코레일에 지원한다면서 KTX 한 번 타본 적도 없고, SK텔레콤에 지원한다면서 호주머니에는 KT휴대전화기가 들어 있는 사람이 될 것인가?
적극적으로 시간을 투자해서, 지원하는 기업의 서비스를 받아보고, 지원하려는 회사의 본사나 지점을 방문해 보라. 또한 그곳에 다니는 직원을 단 한 번이라도 만나려는 노력을 해보라. 결과는 합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