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절하지 못하는 나 자신에게

존버의 끝은 어디인가, 기계적 손절이 필요한 이유

by 아이스핫초코

어느 날, 평소보다 빠르게 떨어지는 차트를 바라보며 나는 이렇게 되뇌었다.

“괜찮아, 다시 오를 거야.”

그리고 또 하루, 또 한 주가 지났다.

하지만 계좌는 회복되지 않았다. 오히려 더 깊은 수렁으로 빠져들 뿐이었다.


나는 왜 손절하지 못했을까?


1. 손실을 인정하는 것은 나를 부정하는 일처럼 느껴진다


사실 투자에서의 손절은 단순히 돈을 잃는 게 아니다.

그건 ‘내 판단이 틀렸다’는 걸 인정하는 일이다.

그래서 힘들다. 자존심이 상하고, 자책하게 되고, “내가 이 정도밖에 안 되나”라는 생각이 스며든다.


그러다 우리는 기다림이라는 탈을 쓴 도피로 자신을 위로한다.

“존버하면 언젠가는 돌아올 거야”

“내가 손절하면 그 순간이 저점이겠지”


하지만 그런 ‘희망회로’는 종종 더 깊은 손실로 이어진다.

감정에 휘둘리는 투자자의 말로는 대부분 비슷하다.

“그때 팔았어야 했는데.”


2. 존버는 전략이지만, 만능은 아니다


존버가 항상 나쁜 건 아니다.

비트코인을 초창기에 사서 5년간 존버했다면? 아마 인생이 바뀌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런 성공은 거의 복권 당첨급의 확률이다.

대부분의 경우, 우리는 정보도 부족하고, 대응도 느리고,

감정에 약하다.

특히 단기 투자나 트레이딩에선 존버는 전략이 아니라 방임이다. 마치 브레이크 없이 내리막길을 달리는 자동차처럼.


3. 그래서 필요한 건 기계적 손절이다


기계적 손절이란 감정을 배제한 시스템 손절이다.

어떤 종목이든, 진입 전에 미리 정해놓는 거다.


몇 % 하락하면 무조건 매도

이동평균선을 이탈하면 무조건 정리

손실 금액이 하루에 몇 % 이상이면 거래 중지


이처럼 규칙을 만들어두면, 상황에 따라 흔들리지 않는다.

내가 아니라 시스템이 판단한다.

그리고 이 규칙을 따르는 순간, 나는 나의 감정으로부터 자유로워진다.


4. 손절은 실패가 아니라 리스크 관리다


손절은 나쁜 게 아니다.

오히려 살아남기 위한 필수 조건이다.

큰 돈을 버는 사람들은 기가 막힌 종목을 찾아내는 것이

아니라, 잃을 돈을 최소화하는 능력이 뛰어나다.


기계적 손절은 그 첫걸음이다.

손실을 ‘컨트롤할 수 있는 영역’ 안으로 넣는 것이다.

그렇게 손실을 통제해야, 수익도 예측 가능해진다.


5. 나를 믿지 말자, 시스템을 믿자


나는 언제나 감정적인 존재다.

욕심과 공포, 자존심과 부정이 뒤엉켜 있는 사람.

그런 나에게 ‘시장’은 너무 냉정하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다짐한다.

“다음 진입부터는, 손절 라인부터 설정하자.”

“계획 없는 존버는 하지 않겠다.”

“나 자신이 아니라, 시스템을 신뢰하자.”

혹시 이 글을 읽는 당신도 지금 계좌를 들여다보며

망설이고 있다면, 이 문장을 꼭 기억하길 바란다.


“손절은 패배가 아니라, 퇴각이다. 다음 전투를 위한 생존 전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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