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망의 경제학

에로스와 시장의 공통점

by 아이스핫초코

타인에게 끌린다는 감정은, 시장에서 내가 원하던 물건을 발견했을 때의 마음과 그리 멀지 않다. 갖고 싶다는 충동, 손에 넣고 싶다는 욕망. 우리는 그것을 사랑이라고 부르기도 하고, 선택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기업가를 움직이는 힘 역시 다르지 않다. 무언가를 만들고, 계획을 끝까지 밀어붙이고, 결국 돈을 벌게 하는 원동력은 본질적으로 에로스적이다. 더 나아지고 싶다는 열망, 지금의 나를 넘어가고 싶다는 갈망이 그 중심에 있다.


에로스적 사랑은 대개 가난과 결핍에서 태어난다. 충분히 채워진 존재는 타인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우리는 비어 있기 때문에 누군가를 향해 손을 뻗는다. 사랑은 타인을 통해 나를 채우려는 시도다. 구애(courtship)란 그 욕망을 조금 더 세련되게 실행하는 방식일 뿐이다. 말과 행동, 태도와 전략을 동원해 목적지에 도달하려는 과정이다.


계약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상대에게는 있지만 내게는 없는 것, 혹은 내가 가진 것을 상대가 필요로 할 때 관계는 시작된다. 필요와 결핍이 만나는 지점에서 계약이 태어난다. 애덤 스미스가 말했듯, 그 과정은 유혹과 설득으로 이루어진다. 상대를 움직이기 위한 말, 계산된 제안, 타이밍. 그것은 일종의 기술이며, 인간의 기민함이 발휘되는 순간이다.


하지만 계약의 세계에서는 모험을 하지 않는다. 감정을 걸지 않고, 상처를 감수하지도 않는다. 우리는 사람을 직접 마주하지 않고, 물건을 사이에 둔다. 사물은 안전한 완충 장치다. 물건을 매개로 만날 때, 우리는 위험해지지 않는다.


그럼에도 에로스와 계약은 닮아 있다. 둘 다 상호 이익의 관계이며, 둘 다 사랑이나 배려보다는 결핍에서 출발한다. 우리는 상대의 행복을 위해서가 아니라, 나의 부족함을 채우기 위해 움직인다. 계약은 욕망과 필요의 언어로 쓰인 관계이고, 사랑 역시 그렇다.


그렇기 때문에 에로스와 시장 교환은 개인의 삶과 사회의 삶을 동시에 움직인다. 누군가를 사랑하게 되는 순간도, 어떤 거래를 결심하는 순간도, 우리는 결국 자신을 중심에 두고 선택한다. 에로스 관계의 중심에는 언제나 ‘너’가 아니라 ‘나’가 있다. 그리고 아마도 우리는 그 사실을 애써 부정한 채,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욕망을 조금 더 아름답게 포장하며 살아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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