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무엇을 더 잘해야 할까
요즘 일하다 보면 이런 생각이 든다.
“이 정도면 AI가 더 잘하는 거 아닌가?”
자료 조사, 보고서 초안, 아이디어 정리까지.
AI는 빠르고, 지치지 않고, 웬만하면 틀리지도 않는다.
이 흐름은 앞으로 더 빨라질 것이다.
그렇다면 남는 질문은 하나다.
AI가 점점 더 잘하는 시대에, 인간은 무엇으로 경쟁해야 할까?
AI는 방대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평균적으로 그럴듯한 답을 낸다.
하지만 왜 이 일이 중요한지, 이 상황에서 무엇을 선택해야 하는지까지는 결정하지 못한다.
그 판단의 기준이 되는 것이 바로 맥락이다.
같은 보고서라도
어떤 조직에서
어떤 상사를 설득해야 하고
지금이 어떤 타이밍인지에 따라 완전히 다른 방향이 된다.
이런 맥락은 검색으로 얻기 어렵다.
대부분은 직접 겪어보고, 실수해 보고, 사람 사이에서 부딪히며 만들어진다.
앞으로의 일은 이렇게 나뉠 가능성이 크다.
AI: 정보 수집, 정리, 초안 작성
사람: 방향 설정, 우선순위 판단, 이야기의 흐름 설계
결국 사람의 역할은 점점 더 “무엇을 할 것인가”를 정하는 쪽으로 이동하고 있다.
비대면, 자동화, 협업 툴이 늘어날수록
아이러니하게도 사람을 직접 상대하는 능력은 더 희소해지고 있다.
회의에서 분위기를 읽고
말 한마디의 뉘앙스를 조절하고
갈등을 키우지 않으면서도 할 말은 하는 능력.
이건 매뉴얼로 배우기 어렵다.
상황 속에서 수없이 어색해지고, 실패해 보며 조금씩 익히게 된다.
앞으로 가장 경쟁력이 있는 사람은 아마 이런 모습일 것이다.
AI를 도구처럼 쓰되, 사람 사이에서는 여전히 신뢰를 얻는 사람
기술만 잘하거나, 사람 관계만 잘해서는 부족하다.
두 가지를 함께 다룰 수 있는 사람이 점점 더 필요해진다.
AI 덕분에 일이 빨라지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여기에는 한 가지 함정이 있다.
‘내 실력이 늘고 있다’는 착각이다.
이미 구조를 알고 있는 분야라면
AI는 효율을 크게 높여준다.
하지만 아직 이해가 깊지 않은 상태라면,
AI는 생각할 기회를 대신 가져가 버리기도 한다.
일을 대신 해주는 도구가 아니라
생각을 건너뛰게 만드는 도구가 될 수도 있는 것이다.
현장에서 오래 버틴 사람들의 공통점은 단순하다.
실패를 피하지 않는다
시행착오를 데이터처럼 쌓는다
“왜 안 됐는지”를 계속 되짚는다
이 과정은 느리고 불편하지만,
결국 내 것이 되는 실력은 여기서만 만들어진다.
커리어에 대한 불안,
앞으로 잘 버틸 수 있을지에 대한 걱정.
이 감정들은 대부분
“지금 내가 어디로 가고 있는지 잘 모르겠다”는 상태에서 커진다.
뇌과학에서는 이를
자신만의 ‘인지 지도’가 흐려졌을 때 나타나는 신호로 본다.
반대로 목적지가 비교적 분명한 사람은
중간에 일이 꼬여도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
길이 막히면 다른 경로를 찾을 뿐이다.
이 지도는 남이 대신 그려줄 수 없다.
직접 선택하고, 후회하고, 다시 조정하면서 조금씩 완성된다.
AI는 일을 더 빠르게 만들어준다.
하지만 어디로 가야 하는지까지 정해주지는 않는다.
인생을 항해에 비유하자면,
AI는 최신 장비에 가깝다.
속도를 높여주고, 위험을 미리 알려준다.
하지만
목적지를 정하고
풍랑 속에서 방향을 조정하는 일은 여전히 사람의 몫이다.
장비에만 익숙해지고
키를 잡는 감각을 잃어버린다면,
오히려 더 쉽게 길을 잃을지도 모른다.
AI가 점점 더 많은 일을 대신하는 시대.
그래서 더 중요한 건 어쩌면 아주 오래된 질문일지도 모른다.
나는 어떤 방향으로 가고 싶은가?
이 질문에 대한 감각을 잃지 않는 사람은,
아마 어떤 시대에서도 쉽게 밀려나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