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시 멈춰 선 그 자리에서
나는 '고즈넉하다'라는 말을 참 좋아한다.
고요하고 아늑하며,말없이 다소곳하거나 잠잠한 상태.
그 단어 안에는 소리 없는 위로와 따뜻한 여백이 담겨 있는 것만 같다.
바람이 잔잔한 날, 시골길을 걷다 보면 아무도 없는 나무 아래 오래된 나무의자가 놓여 있는 모습을 마주할 때가 있다. 그 순간 문득, ’ 저곳 참 고즈넉하다 ‘라는 생각과 함께 괜스레 그 자리에 잠시 앉아 쉬어가고 싶어진다.
잠시 쉬었다 가도 괜찮다고 나를 불러 세운 것처럼,
적당한 바람과 햇빛, 커다란 나무 그늘과 그 아래의 나무의자가 나에게 언제든 자리를 내어 줄 것처럼 느껴진다.
조용하지만 공허하지 않고, 텅 비었지만 따뜻한 곳.
그런 분위기 속에서 나는 숨을 다시 고르고,다시 걸을 힘을 얻는다.그래서인지 마음이 지칠 때면 고즈넉한 곳에 앉아 조용히 쉬고 싶다고 생각하거나 그곳에 앉아 숨을 고르던 때를 상상하곤 한다.
가끔은 사람도 그런 존재가 있다. 언제든 묵묵히 자리를 지키는 나무의자처럼, 말없이 조용히 곁을 내어주는사람. 힘들 때, 지칠 때, 말 한마디 없이도 곁에 있기만 해도 편안해지는 사람.
그래서인지 나는 사람도, 공간도 고즈넉한 것이 좋다.
아무 말도 없이 멈춰 선 자리였지만 말 없는 자리에서 더 깊은 위로를 받는 순간이 있는 것처럼.
어쩌면, 삶에서 필요한 것은 말없이 기다려주는 한 자락의 그늘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