견딜만한 지옥에서
“ 견딜만한 지옥이 가장 무섭다. “
나는 처음 이 말을 들었을 때 묘한 공포를 느꼈다.
내게 주어진 모든 상황이 어느 하나 빠뜨릴 것 없이 지옥처럼 느껴지던 때가 있었다.
숨 쉴 틈 없이 이어지는 일상, 외면하고 싶은 책임.
하지만 견딜만했다. 해결할 수 없는 일은 고민하지 않으려 애쓰며 살아왔던 나에겐, 지독하게 버거웠던 일들도 받아들이고 인정하고 나면 대부분의 모든 일은 감각의 순응처럼 견뎌내기 수월해졌다.
어느 순간부터 ‘받아들이기’는 버티는 기술이 됐다.
나는 대부분의 불편함을 받아들이는 척하며 내 감정을 외면하는 데 익숙했다. 그래서 작은 일에는 오목조목 잘도 이야기하면서, 정작 진심 어린 사과를 받아야 하는 일에는 사람 좋은 척, 없던 일인 척 덮어놓고 남을 용서하는 ‘척’을 잘했다.이 기술은 무거운 진실을 잠시 외면하기엔 유용했지만,정작 현실에선 나를 도태시켰다.
“괜찮아요”라는 무기, 버티는 기술의 함정
나는 삶이 더 악화되지 않기만을 바랬다. 그저 하루를 무사히 넘기는 것에 안도하는 마음은 변화의 필요성을 상실하게 했고, 다른 선택지는 생각할 겨를도 없이 고통이 반복되면 감정도 그렇게 무뎌졌다. “괜찮아요” 라는 무기와 버티는 기술은 그렇게 나를 바보로 만들고 있었다.
나는 너무 오래 거기에 머물렀다. 아직 뾰족한 방법은 찾지 못했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어디로 가야 하는지는 몰라도 더는 여기에 머물 수 없다는 건 알고 있다.
한 발씩 딛다 보면 , 언젠가.
견딜만한 지옥이 아닌 ,
머물고 싶은 곳에 닿아있길 바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