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여버린 물의 온도는, 열기를 식힌다.
검게 일그러진 밤,
짙은 어둠 속에서 한 줌 불꽃이 일렁이고 있다.
장작 한 토막이 불안정하게 걸쳐 있고,
그 아래엔 엎질러진 물이 고요히 번지고 있었다.
불꽃은 자꾸만 번지려 했다.
하지만 나무의 절반은 축축이 젖어 있었고,
그 젖음은 조용히 불을 밀어내고 있었다.
불은 사랑이었다.
어딘가에 닿고 싶은, 애처로운 열기.
손을 뻗고, 가까이 다가가고 싶은 간절함.
물은 상처였다.
결국 모든 것을 식혀버리는 마음.
말없이 밀어내는 마음의 벽.
그리고 장작은,
그 사이에서 흔들리는 우리 자신 같았다.
타지도, 식지도 못한 마음.
불씨가 피어나길 기다리던 날들이 있었다.
마음 안 어딘가엔, 작은 불씨 하나쯤은 있었을 테니까.
타오르고 싶었다.
무너져도 괜찮으니,
그 따뜻함 안에서 다 타버리고 싶었다.
이 풍경은 울부짖지도 않았고, 무너지지도 않았다.
그저, 그 자리에 있었다.
타지 못한 마음과,
전부 태우지 못한 사랑과,
말라버리지 못한 상처가
묵묵히 공존하고 있었다.
어떤 감정은
서로를 끝까지 이해하지 못한 채,
그저 공존한다.
불은 꺼지고
나무는 젖은 채로 썩어갈 수도,
남은 온기에 조금씩 마르다 언젠가,
다시 타오를 수도 있다.
아무리 젖었어도,
따뜻한 온기 속에 오래 머물다 보면
결국, 불꽃을 품게 되진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