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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ujin Kim Feb 01. 2022

소통_공짜를 부르는 나도 몰랐던 나의 능력

공짜는 언제나 좋아

나는 한남동이 좋다. 허름한 가게와 고급 레스토랑이 공존하는 동네. 그래서 사람 사는 냄새가 나고 맛집이 많은 곳. 먹는 것이 중요한 나에게 딱 살기 좋은 동네다. 얼마 전 친구 두 명이 동네로 놀러 왔다. 비의 추적추적함을 촉촉한 운치로 바꿔줄 큰 창이 있는 브런치 카페를 찾았다. 호주식 브런치를 한다는 '글라스 어니언'이라는 곳을 발견했다. 주택을 개조한 카페라 반 층 정도 올라가면 1층이 있어 어둡지 않고 비오는 바깥 풍경도 즐길 수 있을 것 같았다. 가보지 않았던, 평점 좋은 맛집을 가는 것은 새로운 여행지로 나서는 것처럼 신나는 일이다.


브런치를 먹으러 가는 길에 우리 가족이 자주 가던 레스토랑을 지나쳤다. 야외 좌석이 있어 분위기 좋은 이태리 레스토랑. 연인들이 많이 가기로 유명한 곳이었다. 정원에 앉아 즐기는식사가 그리울 때면 우리 가족은 이곳에서 저녁을 먹었다. 주로 커플 손님이 많은 이곳에 가족 단위의 손님은 거의 없어서 사장님이나 직원들이 우리를 알아볼 만도 한데 인간적인 교류는 전혀 없었다. 직원들은 잘 웃지 않고, 많이 먹어도 에스프레소 한 잔도 공짜로 안 주는, 친근함이 없는 레스토랑이라고 친구들에게 알려줬다. 


'글라스 어니언'에는 창가를 따라 테이블이 놓여 있었다. 밝고 예뻤다. 언제나처럼 나는 시그니처 음식을 물었다. 처음 가 본 곳이면 그곳에서 제일 사랑받는 음식을 꼭 먹어보고 싶기 때문이다. 집단 지성의 힘은 이럴 때 쓰라고 있는 법. 추천받은 음식과 플랫 화이트(Flat White)라는 커피를 시켰다. 보통 플랫 화이트는 우유의 양이 적고, 커피 윗부분에 크림이 올려진 곳이 많았는데 이곳의 플랫 화이트는 라테와 비슷했다. 한참 얘기를 나누다 커피를 한 잔 더 시키려고 카운터로 갔다. 

 

"호주에서 살다 오신 분이 계세요?" 나는 궁금해서 물었다. 

"아, 제가 호주에서 카페를 하다가 한국으로 돌아와 차렸습니다" 

머리를 뒤로 묶은 젊은 남자 사장님이 친절히 대답했다. 

"제가 아까 시킨 플랫 화이트는 그냥 라테랑 비슷하던데, 제가 잘못 시킨 건가요?"

그랬더니 호주식 플랫 화이트는 우유의 양이 적을 뿐 라테와 비슷하다고 설명을 하면서, 내가 주문할 때 본인이 제대로 설명을 안 한 것 같다며 미안해했다.  

"아니요, 괜찮아요. 커피 한 잔을 더 주문하고 싶은데, 맛있는 커피를 추천해 주실 수 있으세요?" 

"그렇다면 라테를 드시되, 오트(귀리) 우유를 추가해서 드시면 맛있어요. 오트 우유는 제가 서비스로 업그레이드해 드릴게요." 사장님이 건넨 '서비스'라는 말에 즉각 감동하여 감사하다는 말과 함께 활짝 웃으며 자리로 돌아와 앉았다.

 

잠시 후 커피를 들고 온 사장님이 테이블 쪽으로 몸을 최대한 숙이며 낮은 목소리로 나에게 말했다.

"죄송스러워서 제가 크로플 디저트를 서비스로 드릴게요"

"앗, 정말요? 어머, 정말 감사합니다!" 

모든 테이블에 서비스 메뉴를 줄 수 없어 조용히 말씀하시는 것 같았다. 사장님을 따라 나 역시 낮은 목소리로 대답했지만 눈에서는 사랑과 존경이 절로 나왔다. 우리의 밀담이 옆에 앉아 있는 친구들에게조차 들리지 않았던지 친구들은 사장님이 도대체 뭐라고 하셨냐고, 왜 네 눈에서 그렇게 기쁨으로 가득찬 꿀물이 뚝뚝 떨어지냐고 궁금해했다. 

전혀 기대하지 않았던 상황이었다. 오트 우유 업그레이드로 충분히 감사했는데, 디저트까지 공짜라니. 친구들에게 설명을 해 주니, 친구 하나는 왜 내가 공짜 서비스를 안 주는 레스토랑에 그렇게 맘이 상했는지 드디어 알겠다고 했다. 자신은 서비스 메뉴를 받아본 적이 없는데, 나는 가는 곳마다 이렇게 뭔가를 받아서 기대치가 높아진 것 같다고도 했다. 크로플 위에 아이스크림이 올라간 디저트는 돈을 내고 먹어도 아깝지 않을 만큼 맛있었다. 


'사장님, 여기 단골 한 명 예약이요!'


레스토랑 사장님들은 우리 아이들 혹은 나에게 서비스를 자주 주는 편이다. 내가 공짜를 받으려고 대단히 노력한 것은 없었다. 다만 나는 어디에 가나 그저 궁금해서 질문을 많이 하는 편이었다. 그곳의 맛있는 음식이나 가게의 특별한 점에 대해 이것저것 질문하고 나의 의견을 얘기했다. 내 의견을 참작할지 말지는 사장님의 마음이지만 말이다. 내가 즐겨 가는 레스토랑이 작은 규모의 레토랑이란 점도 사장님들과 직접 대화를 할 수 있는 기회를 주었다. 관심을 가지고 소통을 하다 보니, 다소 친근한 관계가 형성되었던 것 같다.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은 결국 대단한 것이 아니다.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관심과 남을 존중하는 태도, 이러한 소통이 공짜를 부르는 나만의 마법 주문이다.


Glass Onion


Full Aussie Breakfast Scramble & Flat White(Australian)


Ricotta Cheese Salad
Avo Benedict
Croffle with Ice Cre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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