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Yujin Kim Feb 07. 2022

우리에게 필요한 건 '용기'

친구야, 우리 두려워하지 말자.

한국에서 연락하고 지내는 대학 동창 친구가 둘 있다.

전공을 불문하고 뽑아주는 회사가 많은데도 불문과 출신인 우리는 모두 가정주부다.

차로 친정으로 가는 길, 30여 분의 주행시간을 알차게 보내기 위해 한 친구에게 전화를 걸었다.


"Bonjour! Comment ça va? (봉주르, 꼬멍 사 바?)"


오래간만에 불어로 인사를 건넸다.

그녀의 첫 마디 "하지 마!"

한바탕 웃으며 우리의 수다는 시작됐다.

아이들은 잘 지내는지, 아픈 데는 없는지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 친구가 부끄러운 듯 기쁜 소식을 전했다.


"나 대학에서 외국인들에게 하는 한국어 강의를 하게 될 것 같아"

"진짜야? 이야, 잘 됐다, 축하해!"


나도 현재 한국어 교사 양성과정 자격증을 준비하고 있고, 이제 4과목만 수료하면 자격증을 받을 수 있다.

친구 둘은 나보다 먼저 과정을 수료하고 자격증을 받은 상황이라 일만 시작하면 되는 거였다.


"나 그런데 자신이 없어. 너무 오랫동안 사회생활을 안 한 것 같아.

아침에 일어나서 매일 어디로 가는 생활을 안 한 지가 너무 오래되어서 자신이 없어."


친구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었다. 오랜 시간 가정주부로 지낸 우리는 기회가 왔을 때 겁부터 먼저 낸다.

예전에 회사 다닐 때 새로운 업무를 지시받은 적이 있다. 금감원에 제출하는 전자공시 업무를 혼자서 맡아 하게 된 것이다. 거래소든 코스닥이든 상장된 회사들은 금감원 전자공시 시스템을 통해 회사의 중대한 사안이나 분기별 보고서를 주주들에게 알릴 의무가 있다. 숫자나 내용에 실수가 있는 경우 다시 정정공시를 해야 하고 그 경우엔 회사 이미지에 좋지 않기 때문에 상당히 신경 쓰이는 중요한 업무였다.

혼자서 하기엔 업무가 너무 커 보여서 겁이 났다. 잘 해내지 못할까, 회사에 누를 끼칠까 두려웠다. 피할 수가 없는 상황이라 맡아 했는데, 내 앞을 막고 있는 거대한 바위처럼 느껴졌던 그 일이 하면 할수록 그렇게 어렵진 않았다. 실수하지 않도록  꼼꼼히 여러 번 확인해야 하는 중압감은 여전히 있었지만 말이다.

그 뒤로 두려운 일이 있으면 그때를 생각한다. 일단 시작해 보면 생각보다 그렇게 힘들지 않을 거라고 친구에게도 그 얘기를 해 줬다. 친구는 조금 용기를 얻는 듯했다.


"내가 잘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 때문에 돈을 받지 않고 하는 게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고"


외국인 친구에게 무료로 한국어를 가르친 적이 있다. 아무리 좋은 마음으로 시작했어도  시간을 내서 하는 거라 급한 일이 생기면 수업을 취소하게 된다. 그리고 배우는 사람의 자세도 달랐다. 돈을 내고 배우는 사람은 돈을 냈기 때문인지  열심히 배웠다.  뒤로 나는 정당한 대가를 받고 가르치고 있고 그게 다고 생각한다.


"일 년 넘게 고생해서 취득한 자격증인데 난 네가 정당한 대가를 받고 했으면 좋겠어. 그래야 너도 더 열심히 준비하고, 또 뭔가 이뤘다는 성취감도 생기고."


"막상 하려니까 걱정도 되고, 내가 무슨 부귀영화를 보겠다고 굳이 이 일을 하나 싶어."


"물론 이 일을 안 해도 넌 잘 살 수 있지. 근데 네 딸을 생각해 봐. 그 아이가 뭔가 힘든 일에 부딪혔을 때 쉽게 포기해 버린다면 넌 뭐라고 충고해 줄래? 아이들은 부모가 하는 행동에서 자연스럽게 많이 배우는 것 같아. 용기를 내고 도전하는 모습을 보여주면 아이들에게 힘든 일이 생겼을 때 엄마가 한 것처럼 잘 이겨낼 거야. 이제 슬슬 아이들을 돌보는 일도 줄어들 테고, 너만의 일을 만들면 좋을 것 같아. 좋은 기회가 왔는데 저버리지 말고 해봐. 넌 이제 더 이상 너만의 네가 아니잖아. 멋진 엄마의 모습을 보여줘."


“그래, 내가 잘 하면 다른 친구에게도 좋은 기회를 만들어줄 수도 있고.”


“그럼 더더욱 훈훈하지.”


친구에게 하는 말이었지만 나에게 하는 말이기도 했다. 포기하고 싶을 때 아이들을 생각한다.  아이들에게 좋은 모범이 되고 싶고 자랑스러운 엄마이고 싶다.


두려움이란 뭔가 이루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상상하는 데서 생겨나는 것이라고 했다. 가정주부로 오래 지낸 우리에게 무엇보다 필요한 것은 용기인 것 같다. 두려움 앞에 당당히 맞서는 힘. 힘에 부치거나 무섭더라도 옳은 일을 선택하는 힘. 얼마 전에 필사한 버츄카드의 '용기'를 생각하며 친구에게도 이 용기가 전해지길 바란다.




작가의 이전글 소통_공짜를 부르는 나도 몰랐던 나의 능력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