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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ujin Kim Feb 16. 2022

<자리잡아, 봄> 친구의 전시를 기다리며

지난 1월 친구인 심희정 화가와 함께 타데우스 로팍(Thaddaeus Ropac)에서 열리는 알렉스 카츠(Alex Katz) 전시회에 다녀왔었다. 감상평을 블로그에 올렸는데, 후기가 친구의 마음에도 들었던 모양이었다.

친구가 나에게 2월 22일에 있을 그녀 전시회 소개 글을 부탁했다. 기존의 전시회 소개 글과 다르게 딱딱하지 않고 어렵지 않은, 관객에게 다가갈 수 있는 글을 부탁했다. 한 번도 해 본 적 없는 새로운 도전이었다. 작품을 잘 소개할 수 있을지 걱정이 되어 물었다. 

"난 경험이 없는데 이런 큰일을 내가 해도 되겠어?"

"네가 얼마 전에 쓴 알렉스 카츠 전시회 글을 보니 마음에 들더라. 네 다른 글들도 읽어 봤고. 

좋지 않았으면 너한테 부탁하지 않았을 거야. 최근 몇 년간 너만큼 내 작품에 관심을 가지고 지켜본 사람도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 그래서 너에게 부탁하는 거야. 그리고 내 전시회를 통해 네가 소개 글을 써 본다면 너에게도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지 않을까?" 

감동이었다. 친구와 함께하는 성장.

그림에 관심이 많았지만 실제 그림을 그리는 작업이나 작품으로 탄생하기까지의 과정에 대해 잘 모르는 나에게 심희정 화가는 흥미로운 사람이었다. 친구로서 좋기도 했지만, 그녀 작업실을 드나들며 그리는 방법과 재료, 또 작가의 생각을 물어볼 수 있어서 좋았다. 작가에게 직접 듣는 그림 해설은 색다른 재미가 있었다. 서로의 의견을 묻고 아이디어를 나누면서 우리는 그렇게 작품을 매개로 시간을 공유하고 있었다. 지난 2년간 그녀가 작품 활동하는 모습을 누구보다 가까이에서 지켜보았기에 소개 글로 또 한 번 응원해 줄 수 있다면 그것으로도 의미가 있었다. 게다가 내 글쓰기 지평을 넓혀주려고 이런 기회를 준다니. 본인 전시회 준비도 바쁜데 내 성장까지 생각해 주는 예쁜 마음이 느껴져 고마웠다.

미술 작품이나 색채를 표현하는 방법을 알고 싶었다. 미술 관련 서적을 사고, 빌리고, 전시 관련 글을 찾아 읽었다. 잘 해내고 싶었다. 무엇보다 친구에게 폐를 끼치고 싶지 않았다. 전공자가 아닌 나에게 어려운 표현은 어차피 맞지 않았다. 기존과는 좀 다르게 에세이 감성을 넣은 소개 글을 써 보았다. 초안을 작성하고, 친구와 두 번 정도 조율하며 글이 완성되었다. 


친구와 친구 남편이 마음에 들어 했고, 그 둘이 좋다 하니 나도 좋았다. 

이제 전시회까지 일주일이 남았다. 초대 엽서와 전시 포스터도 나왔다. 


푸르른 줄기 사이로 핑크색의 새순이 조심스럽게 세상을 바라보듯

엽서에서 떨어진 의자 조각이 마지막 퍼즐처럼 제자리를 찾아가듯

저만의 봄을 찾아 모두가 한 걸음 나아가기를 

우리의 봄이 다른 이들에게도 그렇게 조용히 찾아오길 바란다.


친구야, 마무리 작업 잘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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