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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ujin Kim Mar 08. 2022

행운은 행복에 덧붙은 기회

행운이 없어도 행복할 수는 있어!

Drawn by Yujin Kim.


'행운의 상징'하면 바로 떠오르는 네잎클로버.


네잎클로버가 왜 행운의 상징이 되었는지에 대해서 여러 가지 설이 있는데, 난 그중에 나폴레옹과 관련한 일화가 제일 마음에 들었다.


나폴레옹은 러시아와의 전쟁에 패하고 돌아가던  세잎 클로버 사이에 피어있던 네잎클로버를 발견했다. 가까이에서 보려고 허리를 숙이는 순간 총알이 나폴레옹의 머리 위로 빗겨 지나갔고  덕분에 나폴레옹은 살아남을  있었다. 그때부터 네잎클로버는 '행운' 상징이 되었고 '행운'이라는 꽃말을 지니게 되었다 한다. 모든 통설들이 그렇듯 전쟁에 패해 도망가는 와중에 풀밭을  여유가 있었을까 하는 합리적인 의문이 들기도 했고, 나폴레옹이 땅꼬마라고 불릴 정도로 작은 키여서  와중에 네잎클로버가 보였나 하는 궁금증도 생겼지만 진실 여부는 별로 중요하지 않았다. 찾을 확률이  분의 일이라는 네잎클로버 덕에 프랑스 황제가 목숨을 구할  있었다는 얘기가 마음에 들어 그냥 믿어버리기로 했다.


어렸을  들었던  이야기는 신기하게도 오랫동안  기억에 남아있었고, 길을 가다 클로버가 깔려있는 잔디 위를 걸을 때면 나에게도 행운이 오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네잎클로버를 열심히 찾곤 했다. 그저 서서 슬쩍 찾아보는 것이 아니라 쪼그리고 앉아 정말 눈에 불을 켜고 열심히 찾았다. 하지만 살면서  번도 네잎클로버를 찾아본 적은 없었다. 요행(뜻밖에 얻은 행운) 아무에게나 오는 것은 아닌듯 했다. 그렇다고  인생이 그리 불행한 것도 아니었다.


"행운이 없어도 행복할 수는 있어!"


여기서 반전은 세잎클로버의 꽃말이 '행복'이라는 사실이다. 네잎클로버에 가려져 귀한 대접을 못 받던 세잎클로버의 꽃말이 '행복'이라니. 잎이 하나 더 있으면 '행운'이 되지만, 그게 없어도 '행복'이란다. 잎 하나가 더 있어서 운이 좀 더 있을 뿐이지, 없어도 불행한 것은 아니라는 얘기, 행복은 하다는 얘기였다. 왠지 희망차다.


행운은 어쩌면 우리의 삶에 더해지는 '기회'를 의미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2년 전 아들과 친했던 한국계 과테말라 친구가 남미로 떠났었다. 첫째들과 둘째들이 모두 같은 반이어서 나 역시 그 아이의 부모와 친했기 때문에 그 가족이 한국을 떠났을 당시에 많이 섭섭했었다. 그 사이에 코로나 19가 유행하여 서로 오고 간 적도 없었고, 다시 만날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도 갖지 못했는데, 얼마 전 그 친구네 가족이 깜짝 선물처럼 다시 한국으로 돌아왔다. 친구가 떠난 후 친했던 다른 두 친구들 마저 차례로 떠나보내야 했던 아들은 요즘 학교에 가기 싫다는 말을 더 자주 하고 있던 상황이라 친구네 가족의 귀국은 우리에게 행운이라 부를 수밖에 없는 선물 같은 일이었다.


아들 친구의 과테말라 아빠로부터 전화가 왔다. 한국을 떠나기 전 나에게 한국어를 잠시 배웠었는데, 다시 배우고 싶다고 했다. 그 사이 바빠서 공부를 많이 못 했는데, 한국으로 돌아왔으니 다시 열심히 해보겠다고 했다. 배우자가 한국인이라고 모든 사람이 한국어를 열심히 배우는 것은 아니다. 특히 아빠들의 경우는 회사 일로 바쁘기 때문에 한국어 공부는 우선 순위에서 밀리는 경우가 많은데 참 반가운 일이었다. 그에게 딱 맞는 교재가 생각났다. 갑자기 의욕과 아이디어가 샘솟는다.


무심코 지나칠 뻔한 나의 행운을 생각해 본다. 나에게 생긴 또 한 명의 한국어 학생. 우연히 생긴 이 행운은 한국어 선생님으로서 경험을 쌓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세잎클로버처럼 일상생활에 널려있는 소소한 행복을 하찮게 생각하지 않으려고 한다. 우연히 주어진 기회도 놓치지 않으려고 한다. 기회를 잘 살려 삶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면 그것이 스스로 행운을 만들어 가는 과정 아닐까? 그렇게 살다 보면 훗날 내 삶을 뒤돌아 봤을 때 '참 잘 살았다'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지 않을까?


한국어 초급 교재
Drawn by HM

이 그림은 내 글을 읽고 친구가 그려준 클로버들. 

"행운은 하나지만 행복은 여러개"라며.

역시, 전공자는 다르다. 탐나는 재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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