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아, 엄마 꿈에서처럼 그렇게 빛나게 살아.
어느 날 꿈에 난 공항에 서 있었다. 어딘가로 가려고 에스컬레이터 앞에 다다랐을 때, 맨 아래 계단 쪽에 항아리 하나가 보였다. 얼른 가서 뚜껑을 열어 보니 황금빛 꿀이 들어 있었다. Winnie the Pooh(위니 더 푸) 만화의 그 황금빛 꿀. 어떻게 할까 잠시 망설이다 가져가려고 항아리를 가슴에 안았고, 잠에서 깼다. 첫 아이를 가졌을 때 꾸었던 첫 번째 태몽이었다.
어느 날 꿈에 이번에는 내가 해변에 서 있었다. 해변에 서서 주변을 둘러보니 반짝이는 모래알이 사실은 모래가 아니고 전부 보석들이었다. 파스텔톤의 빛나는 보석들이 너무 예뻐서 황홀하게 쳐다보다 한 줌을 쥐어서 가슴에 품었다. 첫 아이를 가졌을 때 꾸었던 두 번째 태몽이었다.
난 물욕이 있는 여자인지 꿈속에서 빛나는 것들을 거둬들였다. 화려하게 빛나던 예쁜 꿈, 딸이 생긴 줄 알았다. 딸이 너무 갖고 싶었던 터라 내심 기대를 했었다. 2009년 2월에 아이가 태어났고, 아들이었다.
예쁘고 섬세한 아이.
예민해서 잠에 잘 들지 못하는 아이.
사춘기까지 시작되어 엄마가 말을 마치기도 전에 자기 말로 받아치는 순발력 있는 아이.
사춘기이지만 아직 절정에 달하진 않았는지 엄마 보고 귀엽다며 뽀뽀도 해준다. 꿈에 나왔던 꿀처럼 달달한 아들이다.
"아들아, 넌 꿈이 뭐니?"
"엄마, 난 섬을 살 거야."
"정말? 어디에?"
"Blue Island. 바하마에 있어."
"그 섬에서 뭐 할 건데?"
"엄마, 난 공룡을 부활시킬 거야."
"(띠용..)아.. 정말? 공룡이 우리를 잡아먹으면 어쩌려고?"
"그 섬엔 공룡만 살거니까 괜찮아."
"그래도 좀 무서운데..."
"엄마, 그런데 어떤 비행기를 타고 내 섬으로 가지? 루프트 한자 아니면 아시아나?"
"그 섬엔 아무 비행기도 안 갈 것 같은데. 사람들이 자주 가는 섬에나 비행 노선이 있지. 넌 우선 경비행기부터 사야겠다."
"아, 그래?"
아들이 6학년이었을 때 나눴던 대화이다. 꼬마였을 때도 공룡을 좋아해서 우리 집에는 독일 슐라이히(Schleich) 사에서 만든 각종 공룡들이 많았다. 공룡을 가지고 방에 쭈루룩 세워놓고 오랜 시간 놀곤 했었다. 6학년이 되면서 DK 출판사에사 나오는 공룡 책을 열심히 보더니 또다시 공룡 열기에 빠졌었나 보다.
호기심에 Blue Island를 검색해 보니 진짜로 'private island for sale' 이라고 나오는 웹페이지가 있었다. 엉뚱한 생각이라고 생각했지만 꿈을 실현시키기 위해 실제로 섬까지 찾아 놓은 것이 기특했다.
선사시대 동물들을 시대별로 나에게 설명해 주고 자기가 제일 좋아하는 Megatherium을 귀엽다고 보여주는 것을 보니 아이가 이렇게 꿈을 꾸다 보면 공룡은 부활시키지 못해도 뭐라도 될 것 같았다. 나는 언젠가 아들이 산 섬에서 휴가를 한번 보내게 되는 걸까? 브라키오사우르스 같은 초식공룡들만 부활되기를 가만히 바란다.
아들아, 엄마 꿈에서 빛났던 것처럼 그렇게 빛나게 살아.
2021.12.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