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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ujin Kim Dec 08. 2022

바티칸은 알고 있었다.

합법적으로 절세할 방법을 찾고 있었습니다만.

독일은 세금의 천국이다. 

국민에게 각종 세금을 따박따박 잘도 걷어낸다. 2020년 기준 OECD 국가들의 소득세 평균이 25.9%인 것에 반해 독일의 소득세는 39.3% 라고 하니 독일의 세금이 얼마나 높은지 알 수 있다. 이렇게 걷은 세금으로 우리가 소위 말하는 복지국가가 건설된 것이다. 

독일은 기혼 여부, 자녀가 있는 지의 여부에 따라 세금 등급을 6개로 나누고, 등급에 따라 차등을 두어 0%부터 45%까지의 근로소득세를 부과한다. 부양가족 없이 혼자 사는 경우는 1급, 본인이 편부모로 아이를 부양할 경우 2급, 기혼으로 배우자가 소득이 없거나 배우자 보다 소득이 높은 경우 3급, 기혼이며 소득이 비슷한 경우 4급, 기혼이며 배우자보다 소득이 낮은 경우 5급, 계약직이나 아르바이트로 수입이 있는 경우는 6급에 해당한다. 


아이가 생기기 전, 우리 부부가 독일에서 둘 다 일하던 시절, 남편 세금 등급은 3급으로, 내 세금 등급은 5급으로 근로소득세를 냈다. 월급이 많은 사람의 세금 등급을 3등급으로 해야 세금을 적게 내어 가계 소득에 유리했다. 남편이 근로소득세로 월급의 약 35% 정도 지불했다면 나는 내가 받은 월급의 절반을 세금으로 냈다. 많이 벌지도 못하는데 월급의 절반만 수중에 들어오니 기분이 영 좋지 않았다. 게다가 독일에서는 근로소득세 말고도 근로소득세의 8~9%(주에 따라 차등이 있다) 정도 교회세를 원천 징수했다. 어디 그뿐이랴. 독일 통일 이후 동서독 간의 경제적 격차를 줄이기 위해 걷기 시작한 통일세(Solidaritätszuschlag)도 소득세의 5.5% 수준으로 걷었다. 통일세는 현재 고소득 상위 10%를 제외하고는 폐지되었다고 한다. 한민족인 북한과의 통일을 위해 내는 세금도 없는 내가 독일에서 독일 통일세를 내고 있다니. 상황이 이렇다 보니 한 달 동안 열심히 일한 내 노력의 대가는 내 통장에 들어오기도 전에 절반이 원천 징수되어 사라졌다. 




합법적으로 절세할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시작했다. 아무리 머리를 굴려도 절세를 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천주교에서 탈퇴를 하고 교회세를 안 내는 것뿐이었다. 결혼 후 독일에 거주 등록을 할 때 종교란에 '천주교'라고 기입을 안 했다면 안 떼였을 세금이었다. 독실한 천주교 신자는 아니었지만, 초등학교 때부터 성당에 다니면서 세례성사와 견진성사까지 받은 터라 천주교회에서 탈퇴를 한다고 생각하니 죄책감이 들었다. 하지만 내가 공식적으로 천주교회에서 탈퇴한다고 해서 행정상의 절차일 뿐 내가 천주교인 이라는 사실은 변함이 없지 않을까 하고 합리화하기 시작했다. 세금이 너무 아까웠던 게다. 지금 생각하면 얼마 안 되는 세금이었는데 그 당시에는 왜 그렇게 크게 느껴졌는지 모르겠다. 게다가 첫 아이가 태어나기 전까지 딱 2년만 일을 했기 때문에 근로소득세도 2년만 냈는데, 결론적으로 오버를 한 셈이었다.   


결국 나는 천주교에서 탈퇴하겠다는 신청서를 관공서에 제출하고 공식적으로 '무교'가 되었다. 약간의 월급이 더 들어온다는 사실에 만족하며 즐겁게 살고 있던 어느 날 엄마가 전화로 물었다. 


"너 천주교에서 탈퇴했니?" 

"어, 엄마가 그걸 어떻게 알아?"

"성당 교무과에서 전화가 왔더라. 따님이 천주교에서 탈퇴를 했는데 알고 계시냐고."


깜짝 놀랐다. 독일에서 내가 신청한 탈퇴 신청서는 접수와 함께 로마 교황청까지 전달이 되었나 보다. 로마 교황청은 내 기록을 찾아 내가 교적을 두고 있었던 한국의 성당에 알렸고, 성당에서는 이 사실을 엄마에게 친절하게 전화까지 해서 알렸나 보다. 교황을 보조하여 전 세계 가톨릭 신도를 통치하는 중앙기관인 교황청이 얼마나 중앙집권적으로 잘 운영이 되고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었다. 신자들의 입적과 탈퇴에 대한 정보가 한 나라안에서 뿐만아니라 전세계적으로 투명하게, 여과없이 공유되고 있었다. 


이 세상에 비밀은 없었다.

'God knows everything!'



내 세례명은 소피아(Sophia)였다. 초등학교 3학년 때 세례를 받을 때 언니의 도움을 받아 고심 끝에 직접 골랐다. 세례명을 정하는 것은 보통 좋아하는 성인의 이름을 골라 일생동안 그 성인을 수호자로 공경하며 덕행을 본받으려 애쓰라는 의미인데, 난 '지혜'라는 의미의 소피아란 이름이 아주 마음에 들었다. 지적 허영심은 초등학교 때부터 있었나 보다. '지혜'란 사물의 이치를 빨리 깨닫고 사물을 정확하게 처리하는 정신적인 능력으로 원인을 이해하고, 자신의 감정적인 반응을 통제하여 이성과 지식이 행동을 결정하게 하는 것을 의미했다. 어린 나이에도 지혜로운 사람을 꿈꾸며 소피아라는 세례명을 선택했던 나는 자신의 행동이 어떠한 결과를 가져올지 생각하지 못하고 결국 그렇게 어리석고 허무하게 천주교 교적에서 제외되었다.      


인간과 세계에 대한 근본 원리와 삶의 본질을 연구하는 학문인 철학, 즉 'Philosophy' 에도 지혜의 의미가 담겨있다. '소피아'라는 이름에 걸맞게 본질에 대해 생각해본다. 종교가 삶에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기본적으로 내가 중요시하는 것은 바른 사람이 되는 것이다. 신앙을 갖고 있으면서 나쁜 짓을 하는 사람을 숱하게 봤기 때문에 교회나 성당에 나가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남에게 피해를 입히지 않고 바르게 생활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절세에 대한 강한 의지와 무지함에 등 떠밀려 천주교 교적에서 제외된 것 같은 황당한 느낌은 들지만 주어진 상황에서 최선을 다하기로 했다. 현재에 충실하게, 바르게 살기로.  





 이름. 세례 때 새 이름을 받는 것은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새로 태어남을 뜻한

세례명은 좋아하는 성인의 이름을 골라 정하며, 일생 동안 그 성인을 수호자로 공경하며 그 덕행을 본받으려고 애쓴다.


흔히 본명(本名)이라고도 한다.


가톨릭 신자들이 세례 때 받는 이름. 세례 때 새 이름을 받는 것은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새로 태어남을 뜻한다.


세례명은 좋아하는 성인의 이름을 골라 정하며, 일생 동안 그 성인을 수호자로 공경하며 그 덕행을 본받으려고 애쓴다



가톨릭 신자들이 세례 때 받는 이름. 세례 때 새 이름을 받는 것은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새로 태어남을 뜻한다.


세례명은 좋아하는 성인의 이름을 골라 정하며, 일생 동안 그 성인을 수호자로 공경하며 그 덕행을 본받으려고 애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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