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7 아버지는 치매라서 좋겠다

결혼식

by 열정의 개척자

집에서 나와 대학원을 다니면서 명절이 아니면 아버지를 볼 일이 없었다. 아버지도 굳이 나를 찾지는 않았다. 대학원 졸업이 얼마남지 않아 직장도 정해지고 사귀던 여자친구와 결혼 결심을 했다. 그래도 아버지에게 말은 해야 될 것 같아서 오랜만에 연락을 했다.


“아버지 결혼하려고요”

“그래 한번 보자”


‘한번 보자’ 왠일로 보자고 하는지 모르겠다. 아버지가 철이 드셨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약속을 정하고 아버지를 보러갔다.


“결혼하려고 하니?”

“네”


“내가 돈이 없어서 지금 도와줄 수 있는게 없다.”

“괜찮아요. 양가 상견레랑 결혼식에 오실건가요?”

“그래 당연히 가야지”


그렇게 상견레 약속을 잡고 헤어졌다.

그런데 우리 아버지는 역시 상상을 초월하는 분이었다.


결혼식에 어머니 자리를 비워두던가 누나가 앉았으면 했다. 그런데 아버지 생각은 달랐다. 자신의 내연녀를 앉혀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싶으셨다. 거기까지도 이해했다. 그런데 정말 우리 아버지는 우리 아버지다. 전화가 왔다.


“네가 결혼하는데 내가 결혼식도 하지 않고 엄마를 자리에 앉힐 수는 없으니, 다음달에 가족들만 모여서 밥을 먹으면서 인사하려고 한다. 그러니 네가 돈을 좀 내야겠다.”


전화를 받으며 속으로 얼마나 욕을 했는지 모른다. 결혼식에 도움을 주는 것도 아니고, 내 등록금을 들고 가고, 집을 팔아서 돈을 가져가고, 나는 집이 없어 친구 집을 떠돌며 살고 있고, 결혼해도 당분간 여자친구의 원룸에 얹혀 살 예정인데, 나보고 자기 결혼식 돈을 내라고 한다. 그러면서 하는 말은 모든게 ‘너 때문이야’란다. ‘엄마 자리 채워야지’라고 한다. 난 제발 그 자리 비워두었으면 좋겠는데 말이다.


하지만 그게 끝이 아니었다.


“예단도 해야지. 그동안 고모와 작은 아버지에게 받은게 있으니 돈을 준비하라고 한다. 물건은 자기가 산다고 한다.”


부끄러웠다. 아내에게는 지금까지도 말을 하지 않았다. 나는 돈을 끓어 모아 돈을 주었다. 내가 실수를 했다. 아버지에게 결혼한다는 말을 하는게 아니었는데, 언제 어디에서 결혼하는지 말을 하지 않고 결혼식을 했어야 한다.


아버지는 그런 사람이었다.


아버지는 나보다 먼저 사람들을 모아 잔치를 하고 인사를 했다. 모든 게 나 때문이라고 한다. 아들이 결혼식 하는데 제대로 형식을 갖추어야 할 것 같아서 어쩔 수 없이 자신이 먼저 결혼한다고 한다.


그날 함께 온 여자친구에게 너무 부끄러워 할 말이 없었다. 분명히 우리 엄마는 죽었는데 갑자기 내연녀는 새엄마가 되었고 아버지 돈으로 집 사서 사는 내연녀의 아들과 딸이 있고, 흥겹게 모두 한복을 갖추고 잔치는 10년도 양복을 입은 나랑은 너무 비교가 되었다.


아버지 결혼식이 모두 끝나고 고모가 조용히 왔다.


“미안하다. 고모가 할 말이 없다. 우리 오빠가 이정도였는지 몰랐어. 미안해”

“괜찮아요 고모, 죽은 사람만 억울한거죠. 그리고 그게 제가 가지고 태어난 복이죠”


“고모 제 결혼식에 꼭 오세요. 기다릴께요”


내 결혼식에는 내연녀가 엄마 자리에 앉았다. 우리 엄마를 죽인 사람이 그 자리를 차지하고 앉아서 마치 엄마인양 행새를 했다. 나에대해 잘 알지 못하는 사람들은 결혼식에 와서 우리 엄마라고 생각했다. 엄마에게 죄를 지었다. 내 결혼식은 살면서 엄마에게 지은 가장 큰 죄였다.


아버지의 치매는 이제 점점 더 심해지고 있다. 아버지는 내 결혼식을 기억하지 못한다. 며느리도 기억하지 못하고 손주들도 기억하지 못한다. 아버지는 치매라서 좋겠다. 그들에게 미안하지 않아도 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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