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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Ichi H Jul 28. 2023

59. 내 심장이 더 소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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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한국에서 승객이 기내문을 열은 사건으로 떠들썩 한 사건이 있었다. 사람들의 많이 묻는다. 어떻게 그런 상황이 생길 수가 있냐고.  충분히 가능하다. 돌발 상황은 어쩔 수가 없다.


미국에서도 승객이 기내 중간에 있는 비상출입구를 열고 뛰어 나간 사건이 있는가 하면 예전에 한 승무원이 기네 뒷문을 열고 탈출?을 한 경우도 있다.


승무원이 가장무워서 하는 것이 바로 기내 문이다. 비행기 종류에 따라 다르겠지만, 비상탈출 시 자동으로 펴지는 슬라이드가 펴지면 밖에 있는 다른 공항 동료들이 크게 다칠 수 있는 상황이 생긴다.


어느 늦은 밤 비행을 할 때 농구 선수 같이 키가 훌쩍 큰 남자 고객이 호기심 있게 두리번거리면서 탑승을 한다. 늦은 밤 마지막 비행이고 승객들도 30명 남짓 기내가 텅텅 빈 기억이 난다. 그 남자 승객은 비상구 탈출구 좌석에 앉았다.  그곳엔 나이 지긋하신 두 부부가 각각 복도 좌석을 끼고 앉고 그 남자는 혼자서 창가 쪽에 앉았다. 공항 잡지를 잔뜩 샀는지 비닐봉지에 잡지와 스낵이 잔뜩 든 봉지를 가리키며 나눠 줄까? 하고 묻는다. 고맙다고 정중히 거절하고 지켜보기로 했다.  


보통 비상구에 앉는 승객들은 비상탈출 시 해야 할 임무가 있기 때문에 유심히 살펴보고 동의를 구해야 한다. 승객은 모든 조건이 맞고 동의도 했으나, 조금 수다스럽다는 것에 의구심을 남겼다.


기내 서비스를 마치고 동료들이랑 뒷좌석에서 수다를 떨고 있는데 그 남자 승객이 천천히. 일어나서 앞기내 쪽으로 간다. 동료 승무원은 키가 꽤 큰 편이어서 앉아서 기내를 다 볼 수 있다. 갑자기 천천히 일어나 앞쪽으로 다가간다. 두리번두리번거리는 승객의 이상한 행동에 나와 동료는 기내 앞으로 천천히 다가가는데 그 승객이 기장문쪽으로 간다.


앞쪽에 누워있던 다른 항공사 승무원도 뒤돌아 보며 우리와 눈 신호를 나누었다. 타 항공사 승무원이 승객을 멈추고 말을 걸었다. 혹시 뭐 필요하냐고? 그 남자는 화장실을 간다고 성큼성큼 걸어간다. 그러더니 기장문에 있는 eyeglass를 유심히 바라보며 문을 열려고 한다. 동료가 다가가 거긴 화장실이. 아니라고, 옆쪽에 있는 문을 열어 주었다.


그 남자는 씩 웃으면서 알아? 하면서 화장실을 들어간다? 알아? 뭐?  그 승객은 한참을 화장실에 있다가 나오면서 우리가 서있는 걸 발견하고 천천히 자기 자리로 다가가다가 타 항공사 승무원을 깨우고 이런저런 수다를 떨려고 한다. 기장에게 호출을 해서 안전벨트 신호를 켜달라고 하고 승객에게 자리로 돌아가라고 했다.


한참 후 노부부가 다가온다. 옆에 있는 승객이 조금 이상하다고, 갑자기 웃다가 울다가 뭔 짖을 할 것 같다고 한다. 아직 한 시간 반이나 남은 마지막 비행이다. 천천히 다가가 그 승객을 지켜보는데 이젠 뭐라고 혼자 중얼거린다. 조울증이다. 오 마이갓!


괜찮냐고 조심히 말을 걸었다. 답답하다고 문을 열면 안 되냐고 한다. 흠...... 내 심장 박동 소리가 울린다. 다행히 덩치 큰 두 남자 동료들이 있어 조금은 안심이 되었다. 일단 동료들에게 눈치를 주고 잠깐 기내 뒤편에 와서 대화를 할수록 있겠냐고 이름이 뭐냐고 물었다.


클리포드라고 한다. 흔쾌히 따라와 주어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저 덩치 튼 승객이 나를 덮치면 난 아마도 종이장처럼 납작해질 것이다. 조심히 대화를 끌어 보았다. 어디를 가냐, 뭐 하는 사람이냐 등등 관심을 주기 위해. 대화를 이끌었다.


클리토드의 이야기는 의외로 신기했다. 그는 마이크로 소프트 창업자 빌케이츠가 자기 친구라고 한다. 자신이 돈이 많아서 죽으면 그 돈을 모든 사람들에게 20만 불씩 나누어 준다고 한다. 그리고 대통령 선거에 출마를 하는데. 자기를 뽑아주면 20만 불을 더 준다고 한다.


오케이! 클리포드 내가 너 분명히 뽑아 줄 거야. 그는 좋아라 한다. 조금 안정이 된 것 같다. 가방을 들고 오더니 공항에서 산 많은 캔디들을 쏟아부으며 좋아하는 거 다 가져 가라고 준다.


클리포드는 선거에 출마하지 않았다. 그는 20만 불의 거금도 나누어 주지 못했다. 대신 그가 준 캔디로 내 심장박동은 정상으로 돌아왔다. 20만 불보다 더 값진 내 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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