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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Ichi H Aug 19. 2023

61. 저승사자

돌발상황

이틀 올랜도를 가는 비행 스케줄을 잡았다.  페이도 좋고 무엇보다 호텔도 좋은데 혼자서 많은 시간을 가질 수 있는 스케줄이고 담날 집에 가기 때문에 마침 주말에 바비큐 파티를 하려고 친구들도 초대를 해서 딱 맛는스케줄이다.


호텔에 오후에 도착하여 샤워를 하고 저녁을. 먹으러 바에 내려가니 영국항공사 직원들이 다들 비행을 마치고 내려와 북적북적하다. 바에 앉아 혼자 저녁을 먹고 있는데, 10명 중 8명은 다이어트 콜라를 시킨다. 호기심에 도대체. 왜 이렇게 다이어트 콜라를 시키냐 했더니 영국엔 다이어트 콜라가 맛이 다르단다. 하긴 멕시코도 가면 김 빠진 콜라맛이다.


다음날 오후 5시가 되어야 비행을 나가니 하루종일 시간이 넉넉하다. 운동을 하고 샤워를 급히 마치고 보태니크 가든을 가려고 길을 나섰다. 짐도 미리  싸두었다. 맛집도 미리 체크해놓고 여유 있게 시간을 보내려고. 우버를 불러 가든에 도착하니 내가 첫 손님이다. 꽃들이 만발하다. 나이가 드니 점점꽃들이 좋다. 찻 집이 있다. 따듯한 허브티를 사서 블루투스를 끼고 음악을 들으면서 꽃향기에 흠뻑 취하고 있을 때이다.


띠링띠링, 전화번호가 8자로 시작되는 번호다. 얼떨결에 받았다. 아차! 저승사자 스케줄 직원들이다. 비행을 마치고 나면 공항을 떠난 순간 승무원들은 이 번호를 최대한 피한다. 비행을 마치고 나면 받을 의무가 없기 때문이다. 단, 전화를 받고 메시지를 받으면 의무가 따른다.  아씨! 욕이 나온다. "여보세요?" 아주. 작은 소리로 전화를 받았다.


"이찌, 어디니?" 응? 보통 그런 질문은 안 하는데? " 왜?


" 지금 올랜도에 사고가 나서 너 지금. 출발 안 하면 오늘 집에 못 갈 수도 있어?"  


". 그게 무슨 말이야? 나 지금 보태닉 가든에 왔는데? "


" 얼마 정도 시간이 필요하니?"

 " 최소 45분?"


" 최소 30분 안에 공항에 도착할 수 있니?"  뭐? 아니우버를 타고 다시 호텔에 가서 셔틀 스케줄을 변경하기엔 짧아, 다시 회사가 불러주는 우버를 타고 공항까지 가야 하는 시간에 30분?  안 그럼 집에 못 간다고? 그럼 나의 바비큐 파트는 어쩌라고? 오 마이갓!


오케이! 그런데 무슨 일이야? 날씨도 화창하고 너무 좋은데 라며 투정을 부리니, 뉴스를. 보라고 한다. 뭐? 테러라도 났나? 우버를 타고 호텔에 가는 동안뉴스를 보았다. 기사아저씨도 라디오를 켜고 가면서 세상이 어찌 될라고 하시며 혀를 차신다.


올랜도 공항에는 큰 고층 호텔이 안에 있다. 호텔복도들이 둘러싸인 사이 아름다운 큰 분수대가 공항중간에 있어 물이 흐르는 소리를 들으며 검역을 지 나가는데 디즈니월드가 있는 곳이라 가족단위의 여행객들이 특히 많은 공항이다.


검역대에 줄을 선 승객들이 분주한 사이 갑자기 폭파음 같은 소리가 들려 전쟁터 마냥 사람들이 비명을 지르며 공항 전체에서 난리가 난 것이다. 미국은 워낙에 총기사건이며 테러도 있으니 익숙하지 않은 소리에 다들 기겁을 한 것이다. 아이들은 울고 어른들은 엎어지고 경찰들은 총을 빼면서 두리번두리번. 그사이 승객들을 보호하기 위해 검역대 직원들이 우왕좌왕 승객들을 재빠르게 통과시키면서 안전에 문제가 생긴 것이다. 공항전체가 갑자기 폐쇄가 되었다. 모든 출도착 비행기들이 정체되고 완전히. 아수라장이 된 것이다.


갑자기 분수대에서 비명소리가 들리면서 핏물이 흘러나왔다고 한다.  한 검역직원이 점심때를 틈타 호텔 고층에 올라가 분수대로 떨어지면서 생긴 파음이었다. 자살이다. 고인이 어떤 마음으로 그런 행동을 했는지 추측을 할 수는 없지만, 분수대에서 잠시숨을 돌린 부모님들이나 아이들이 놀랄 미은은 조금은 느껴진다.


한 기장이 승무원들에게 고맙다고 한 적이 있다. 안전을 위해서 열심히 애써주고 다들 건강하게 살아서 즐거운 하루를 보낸 것에 감사하다고. 뜻밖의 인사에 무슨 일 있었냐고 물으니, 지난주 비행을 마치고 호텔셔틀을 기다리는데, 갑자기 총소리가 났단다. 순간 호텔셔트 버스가 도착하는데, 기사가 제발 멈추지 않았으면 했다고. 이 기장은 공군출신이다. 총소리가 익숙해 몸이 반사작용을 하여 그대로 옆 드렸다고 한다. 바닥에 엎드려 기사와 눈이 마주치고 기사에게 빨리 지나가라고 손짓을. 했단다. 한 미친 남자가 공항에 들어와 총을 쏜 것이다. 단, 50미터도 안 되는 지점에서 그 남자를 보았다고 한다. 순간 이렇게 해서 죽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단다.  근접해 있던 승객 두 명은 그리 운이 좋지 않았다. 다행히 공항 경찰들의 재빠른 행동으로 총기범은 사살되었다. 아마도 트라우마가 생긴 것 같다. 그래도 바로 비행을. 나온 그 기장이 고맙기도 하다. 우린 그렇게 또 일상에 접어든다.


우여곡절로 난 8분 차이로 비행기를 놓칠 수 있는 상황을 모면하고 무사히 집에 도착했다. 바비큐 파티도 예정대로 잘했다. 이럴 땐 사람이 간사하다고 하나? 내일이 아니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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