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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Ichi H Aug 24. 2023

64. 성소수자

무의식속에 강요당하는 침묵

파트너가 있다는 게. 무슨 소리야? 오래전 존이라는 친구와 비행을 한 적이 있는데 난데없이 나에게 이런 질문을 한다. 그게 무슨 소리야? 그건 왜 물어?


알고 봤더니, 일찍 게이트에 도착해 기장이랑 인사를 나누면서 호구조사를 했나 보다. 보통 처음 보는 기장이나 승무원들끼리 간단하게 비행 가기 전 브리핑을 하면서 호구 조사를 하는 애들이 있다. 결혼은 했어? 어디 살아? 애는 몇이야? 나이는? 난 한 승무원이 내 남편 나이도 물은 적이 있다. 농담으로 돈 많은 늙은 할아비랑 산다고 했는데, 은근슬쩍 믿는 표정이었다.


이젠 이런 호구조사도 익숙해져서 대충 상황에 맞게 대답해 주고 그냥 넘어간다. 존은 기장이 반지를 끼고 있어서 결혼했냐고 물었단다. 그랬더니 기장이 파트너가 있다고 대답을 했는데, 굳이 그걸 나에게 다시 물은 것이다. 파트너? 아 그래 저 기장 파트너가 있나 보네.


존은 그 대답에 만족하지 못하고 듣고 싶은 말을 굳이 들어야 만 했나 보다.  뭐야 그럼 게이야? 난 조금 의아해 한 표정으로 존에게 그게 문제야?라고 했더니 구시렁 구시렁댄다. 존은 유타에서 출퇴근을 하는데 조금 괴짜인 사람이다.  존은 조금 평상시에도 괴짜라 승무원들이 같이 비행하기를 꺼리는 친구이기도 하다.  젊었을 때 모델을 할 정도로 잘생긴 얼굴인데 이젠 살이 찌고 그 괴짜 성격 탓인지 얼굴 표정도 조금은 이상하게 보일 정도로 달라졌다.


사실 이 기장은 내가 조금 아는 기장이다. 평상시 말이 없고 표정이 웃는 표정이 아니라 다들 무슨 화난 사람이라고 승무원들이 말 걸기를 꺼리기도 하는데, 한 번은 같이 밥을 먹으면서 대화를 하다 보니 사람이 조심스럽고 신중하지만 배려가 많은 기장이라고 생각했다. 굳이 자기가 게이라고 밝히지는 않았지만, 기장들의 세계에서 굳이 게이라고 밝히며 불편한 조종석 분위기를 조성할 필요가 없으니 조심스러워하는 분들이 있다.


기장이 나를 부른다. 잠깐만 조종석에 올 수 있냐고. 오케이! 커피 브레이크라고 존에게 핑계를 대고 조종석을 들어갔는데, 기장이 혹시 존이 자기에게 불만이 있냐고 묻는다. 아마도 느낌이 왔나 보다. 아! 멍청한 존! 일이 더 커지는 것을 막기 위해 난 기장에게 존이 무지 괴짜라고 또 원래 평상시 이상한 말과 행동을 가끔 한다고 무시를 하라고 했다. 같은 승무원들도 조금 꺼리는 사람인데 그래도 승객들에게는 친절하다고 했다.


기장은 조금 누그러졌는지 고맙다고 내게 인사를 한다. 기장에겐 그 승무원을 교체할 수 있는 권리가 있다. 특히 이런 차별을 문제 삼으면 존은 크게 경위서를 써야 하고 불편한 상황을 만들 수가 있다.


요즘에 주변의 학부모 친구들의 고민이 아이들이 정체성을  잃어간다는 것이다. 게이도 아니고 레즈비언도 아니고 트랜젠드도 아니고 그냥 여러 성격을 복합적으로 가진 얼굴들을 하고 있어 하루하루 사간이 지나면서 또 새로운 사람으로 바뀐다고 한다. 이름도 여러 가지다. 그런데 그게 새로운 이슈일까?


성소수자들이 요즘엔 많이 사회에서 받아들여지고 있지만, 아직도 그들의 존재를 부정하고 꺼리는 사람들이 많다. 주변의 가족들이나 친구들이 가까운 가족이나 친구들에게서 상처받고 힘들어하는 모습을 많이 보았다. 우리  큰딸도 대학교에서 파트너가 생겼다. 워낙에 남자 동창 친구들도 많고 예쁘고 가녀린 아이라서 주변에서 더 놀랐다. 그런데 둘은 정말 참 잘 어울린다. 우리에겐 처음부터 그다지 문제가 되지 않았다. 사실 오히려 내 주변에 있는 게이 친구들이 나에게 재는 아닌데?라고 부정을 했다.


어릴 때부터 아이의 성장을 지켜본 게이 삼촌들은 아이에게 많은 조언과 충고를 나 대신해주는 어른들이다. 아이는 신체적으로 정신적으로 참 건강한 아이다. 내 아이지만 그 속을 잘 모르는 것은 맞다. 부모가 다 알 수는 없다.


그 아이의 여자친구는 예쁘고 건강하고 가족들도 화목하고 참 잘 자란 아이다. 우린 그렇게 아이들을 축복해 주고 굳이 다르게 대한적이 없다. 그냥 있는 그대로 받아들였다. 처음에 아이가 얘기했을 때 그래? 엄마는 너를 존중해 주고 건강한 만남을 가자면 상관없어했더니 오히려 아이가 놀라 했다. 남편은 처음에는 걱정되고 의아했지만, 서로 존중하고 아껴주는 모습에 지금은 오히려 더 많이 좋아한다.


무의식속에 강요당하는 침묵이 가장 무섭다. 난 오히려 내 아이가  부모에게 스스럼없이 다가올 수 있어 감사했다. 아직도 주변에 아는 몇몇 성소수자 친구들은 부모에게 침묵으로 대하는 친구들이 있다. 성인이 되어도 아직도 그 침묵을 깨지 못하고 있다. 설령 그 침묵을 깨어도 가족들이 침묵으로 대한다. 상처가 클 수밖에 없다.


승무원을 하면서 많은 사람들을 대했지만, 좋은 사람의 정의는 한 가지다. 참된 사람이면 된다. 누가 누구를 판단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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