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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Ichi H Aug 25. 2023

6. 김치와 나의 혁명

Revolution

한국인이라면 무조건 김치부터 생각을 하게 된다. 특히 군에 속했던 기장들은 내가 한국이라고 하면 먼저 김치가 그립다고 들 한다.


20년 전 이민을 왔을 때에는 김치가 너무 그리워 눈물이 날 정도였다. 시댁에서 지내는 동안 한 번은 엄마가 무 말랭이 김치를 보낸 적이 있다. 그땐 배편으로 보냈으니 그 무말랭이가 익을 대로 익은 상태였으니 우체부 아저씨가 곤욕을 치른 적이 있다. 도대체 박스에 뭐가  들었는지, 냄새 때문에 죽는 줄 알았다고…. 지금 생각해 보면 참 죄송하다. 웃기기도 하다. 내가 정말 미쳤었나 보다.


사실 나이 차이가 많이 나는 큰 언니가 둘이 있어 어릴 때 자라면서 내 밥을 차려 먹은 일이 잘 없었다. 두 남동생들도 음식 만드는 것을 좋아해 난 그냥 시식꾼으로 정해진 게으름쟁이 누나였다. 하물며 동생들이 내 옷들을 다림질을 해줘야 할 정도 난 그렇게 게을러 꾸기 꾸기 한 옷들을 입고 다녔으며, 옷이 없어 남동생 바지를 몰래 빌려? 입고 나가고 아니면 세탁하기 싫어 집에 그냥 집에 처박혀 있던 게으른 굼벵이였다. 차라리 굼벵이는 구르기라도 하지. 머리빗는것이 너무 싫어 난 항상 커트 아님 단발이었다.  우리 애들은 어릴 때부터 나에게 절대로 빗질을 맡기지 않는다. 엄마가 소질이 없는 것을 알고 있다.


그러니 김치를 굳이 만들어 먹는다고 시도했다가 수십 번 버린 기억이 난다. 아! 대한항공 비행기가 날아가는 모습을 보고 눈물을 삼킨 날들이 얼마나 많았는지…. 정말 내가 이렇게 음식을 하고 애 둘을 낳고 김치를 만들어 먹게 된 것은 나만의 혁명이다. 역시 난 한국인의 오뚝이 피를 가지고 있어!


한국음식은 젓갈이 많이 들어가 냄새가 많이 나는 편이라 비행을 며칠을 가도 굳이 챙겨 가지 않았다. 다른 승무원들이나 승객들에게 불편을 주고 싶지 않아서였다.


그런데 어느 날 친구가 참치 샌드위치를 먹는다고 꺼내는데 구역질이 날 정도로 냄새가 쿰쿰한 것이다. 그리곤 미안하다고 내게 양해를 구하는데, 아니? 저것보다는 김치가 냄새가 더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삶은 계란을 아침마다 먹는 승무원들을 보면 제일 괴롭다. 난 삶은 계란 냄새가 너무 싫어 남편에게 일부러 삶아 달라고 할 정도이다.


시저샐러드드레싱은 특히 멸치와 계란이 섞인 소스로 비행기 안에서 먹는 것은 정말 안 했으면 좋겠다. 승객들이 가져오는 음식 중에 의외로 샐러드가 가장 불쾌한 냄새를 풍긴다. 재밌는 건 어딜 가나 중국음식은 냄새가 제일 음식 같은 냄새다. 역시 기름이 잘잘 흐르는 음식이 최고야!


난 결심했다. 다른 애들도 저런 괴팍한 냄새나는 음식을 가져오는데, 김치가 뭐 어때서!!  김치 볶음밥과 미소국을 끓여서 가지고 갔다. 음식을 꺼내서 먹으려고 김봉지도 꺼내어 준비하고 앉아 드디어 김치 볶음밥을 열었다!


프라이 계란이 소복이 앉아 있는 나의 점심 도시락을 본 동료들은 이게 뭐야? 하며 모두들 호기심으로 다가왔다. 김치볶음밥! 김치? 그거 냄새나는 거 아냐? 근데 이건 맛있는 냄새가 나는데? 무식하긴? 김치의 다양한 용도에 대해서 다 알 수 없는 동료들은 한입 먹는 모습을 빤히 쳐다 보있다.


한입 먹어 볼래? 처음에는 몇 번 사양한 동료들이 김에 야무지게 싸 먹는 내 모습에 먹고 싶었는지, 입맛을 다진다. 한입 먹어봐. 몇 개를 충무 김밥 말듯이 돌돌 말아서 줬다.


오 마이갓! 이거 너무 맛있어. 고소하기까지 하네. 아삭아삭 씹히는 게 김치야? 근데 너무 맛있는데?  당연하지! 김치볶음밥에 들어간 고소한 참기름과 짭조름 달달 아삭아삭! 그게 바로 김치야.


동료들은 그 후에 김치를 전도하는 친구들이 되었다. 이젠 아는 친구들은 김치 싸 오라고 난리다. 한겨울 동부에 있는 도시 피츠버그에 가서 호텔 근처에 우연히 순두부집이 있어 매번 갈떄 마다 들린 적이 있다. 단 한 번도 한국음식을 먹어 본 적이 없는 내 동료는 한국음식 먹어 보고 싶다고 따라 나선적이 있었다. 세상에 맛없는 음식 중에 하나가 두부라고 믿었던 승무원이었다. 그녀가 김치 순두부찌개를 접했을 때의 표정을 잊을 수가 없다. 이런 두부도 있니? 세상에 이렇게 맛있는 것을 자긴 왜 먹어 보지 않았는지 스스로 자책을 할  정도였다.


한국의 문화가 많이 발전되면서 요즘엔 승객들이 내 가슴에 있는 한국국기 브로치를 보고 반가워한다. 다들 자기가 제일 좋아하는 불고기와 김치 이야기를 늘어놓는다. 김치는 이제 글로벌 브랜드이다.  중국이 그만큼 질투를 느껴 원조 싸움을 할 정도로 한국인의 자존심이다.


내 주변에 있는 미국 친구들 몇몇은 김치가 너무 좋아서 직접 만들어 먹는 친구들이 많이 생겼다. 친구 남편이 깍두기를 만들어 왔는데, 나보다 더 잘 만든다. 김치를 모르면  힙한 사람이 아닐 정도로  김치가 주는 트렌드가 있다. 김치 몰라? 김치를 안 먹어 봤어? 오 마이갓! 하면서 자기들끼리 수다를 떠는 걸 보면 내 어깨가 들쑥 올라간다. 은근히. 나의 국기 위치도 올려본다.


김치는 낯선 땅에서 생존할 수 있게 해 준 원료이다. 나의 혁명의 밑거름이 된 것이다. 대한민국 만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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