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Ichi H Sep 21. 2023

7. 불륜이 이혼 사유가 되는 걸까?

불편함


아! 불편해 불편해!


사내에서 알만한 사람들은 다 아는 기장과 승무원, 가명으로 맥스와 캐시커플이라고 하겠다. 맥스는 사실은 캐시와 불륜을 저지르고 부인과 이혼을 하고 캐시랑 재결혼을 하였다.


사실 둘 다 사교적이고 잘생긴 선남선녀이다. 그런데 기장은 내가 딱 싫어하는 타입이다. 얼굴이. 반반한데 무지 말이 많다. 수다가 많아서 귀가 아플 정도이다. 같이 비행이라도 하면 밥을 같이 먹어야 하는 부담감에 괴롭다. 그렇다고 다들 모여서 밥 먹는 자리에 혼자 빠지면 애매한 상황이 생기기도 하여 다른 동료들이라도 있으면 멀리 떨어져 앉는다.  그런 맥스를 좋아했던 캐시가 난 도저히 이해를 할 수가 없었다.


얼마 전 두 사람은 결혼기념일에 하와이 일정을 일부러 같이 잡아서 비행을 했다고 한다. 그런데 사달이 났다. 누군가가 캐시가 다른 승무원 남자와의 불륜을 목격을 한 적이. 있는데, 그 남자 친구가 같은 비행기에 탔다는 것이다. 무슨 상황인가? 캐시가 맥시랑 싸웠다가 투덜대더란다.


캐시는 참 예쁜 승무원이었는데 최근에 성형수술을 한 건지 그녀의 얼굴이 너무도 변형이. 되어서 놀란적이 있다. 그런데 무슨 해괴한 일인가? 남편과 남자 친구가 같은 비행기에 탔다니….. 불편하지. 친구는 너무 불편해서 초긴장상태로 비행을 했다고 한다. 곧 맥스 귀에 들어가는 것은 시간문제일 텐데….


예전에 한 앳된 승무원이 남자친구 자랑을. 하며 다른 동료에게 남자 친구 사진을 보여줬다가 머리채를 붙잡힌 적이 있다. 알고 보니 그 남자친구 기장은 동료의 남편이었다. 사실 이런 비슷한 상황이  종종 생기기도 한다.


불륜을 하는 친구들을 보면 불륜을 당하고 나서 자기가 다시 불륜을 저지르는 상황을 많이 보았다. 보상 심리인가? 상처를 받아. 보았으면 하지 말아야 할 것이 다시 남에게 상처를 주는 것일 텐데…. 이럴 때 불륜이 이혼 사유가 되는 것일까?


승무원과 기장의 스케줄은 수시로 바뀌니 때론 집에 일찍 오기도 하고 지연이 되어 늦게 오기도 한다. 그럼 때론 배우자의 거짓말이 들통이나기도 한다. 이건 거짓말이 들통난 건 아니지만, 내 남편의 지극히 우유부단한 성격을 많이 보여준 에피소드이다.


예전에 난 비행을 마치고 공항 근처 남자 친구집에 잠깐 들른다고 하고 삼삼오오 모이는 친구들과 노느라 한두 잔 술을 마시다가 결국엔 새벽에 집에 도착한 적이 있다. 분명 비행을 마치고 친구집에 놀다가 갈게 한 말을 금세 잊어버리는 남자다. 남편도 주말이어서 집에서 쉬니 실컷 놀다가 간 기억이 난다. 웬만한 남편들은 남자 친구 집에 놀러 간다면 걱정이라도  할 것이지만, 워낙에 게이 남자 친구들이 많으니 내 남편은 그다지 신경을 덜 쓰는 경향도 있다.


우리 남편은 내가 18년 동안 비행을 했지만, 아직 항공스케줄이나 나의 일에 대한 관심이 없다. 비행 가나 보다. 비행 끝났나 보다. 비행이 없나 보다라고 아주 단순히 나의 스케줄을 파악하고 있다. 승무원이 쓰는 흔한 직업 단어도 수백 번을 들어도 머릿속에 저장이 안 된다. 어떨 땐 서운하다가도워낙에스트레스받는 직업을. 하는 분이라 그나마 다행이라고도 생각한다. 굳이 알필요도 없으니까.


새벽에 도착해서 대충 씻고 살금살금 잠자리에 들어가는데 남편은 내 얼굴을 보면서,


“. 어? 비행 안 갔어?”


“뭔 소리여? 비행은 어제 끝났는데, 데릭집에서 놀다가 왔구먼?”


“ 너 내일 집에 온다고 하지 않았어?”


 ”그랬지? 그게 오늘이야. 근데 비행은 어제 끝났는데? 왜? 여자친구 장롱에 숨겼어?’


” 엉! 혹시나 해서 집에 일찍 가라고 했어 “.


“ 그래? 걸렸으면 죽었어!? 안 걸려서 다행이네?”


잠결에 우린 이렇게 농담을 주고받은 기억이 난다. 그땐 이렇게 가끔은 긴장감을 줘도 좋은 것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  


불륜은 우리에게 불편함을 준다. 그 불편함을 알고서 하는 불륜은 이유가 많을 것이다. 또한 그것이 다 비난을 받아야 할까?  그냥 불편함이 아닐까? 아주 불편한 관계?





매거진의 이전글 6. 김치와 나의 혁명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