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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Ichi H Aug 31. 2023

66. DNR

Do Not Resuscitate 심폐소송술 금지

운명하셨습니다! 승무원들은 심정지가 온 승객이 있으면 그들의 죽음을 알리지 못한다. 그것은 승무원의 일이 아니다.


승객이 잠들었다고 생각했다가 나중에 심정지가 와서 운명하신 분들이 있다. 비행기 안에서 메디컬 응급상황이 생기는 일은 생각보다 많다. 산모가 아이를 낳을 수도 있고, 당이 떨어져 그냥 픽하고 순간 쓰러지는 분들도 보았다. 또한 심정지가 오는 것을 느끼지 못하다가 갑자기 심장에 압박을 느끼고 쓰러지는 분들도 있다. 뇌졸중은 특히 흔하며 복통 호소를 하다가 쓰러지는 분들도 보았다. 가스가 가득 찬것을 참고있디가 그 고통에 비명을 지르는 분도 보았고, 술을 밤새 마시고 아침밥을 걸렀다가 멀미가 심해 쓰러지는 사람도 보았다.


 한 여성 승객은 변비가 너무 심해서 숨을 못 쉬어 쓰러지는 경우도 보았다. 이건. 참 웃기는 상황인데, 기내 서비스를 마치고 한참 늦은 점심으로 샐러드를 먹는데, 한 여성이 천천히 다가오면서 뭐라고 뭐라고 하는데, 무지 소리가 작다. 가까이 귀를 가져다 대는데, 여성이 내 어깨에 툭 하고 쓰러진 려고 한다. 순간 손을 잡고 괜찮냐고 했더니, 그녀의 작은 목소리가 들린다.  “ 똥! 똥! ” 뭐?


화장실 문을 열려고 하다가 어지러움에 쓰러질 지경이었다. 그녀를 부추겨 화장실 문을 열어주고 안내를 했다. 한참을 나오지 않아 남편을 찾아가 혹시 살아있나 확인하라고 했더니,  부인이 변비가 심해 숨을 못쉴지경이란다. 나참 내….. 그 후 난 수시로 그녀의 생사를 확인해야 했다.


 한 여성분은 갱년기 증상이 심한데, 생리를 하는 것 같은데, 기내 이불이며 패드를 모두 다 깔고도 흐르는 피를 막을 수가 없었다. 너무나도 안타까운 상황을 보았다. 어째 나도 곧 갱년기인데….


중년의 남자 고객은 당일치기로 비즈니스 미팅을 마치고 샌프란시스코에서 샌디에이고로 집에 돌아가는 중이었다. 그 고객은 화장실에 갇혀 돌아가셨다. 화장실에서 이상한 소리가 나 승무원들이 체크를 하는데, 별다른 반응이 없었다. 승무원은 그렇게 또 몇 분 간 기다리다 다시 체크를 하는데, 아무 소리가 나지 않아 경고를 하고 문을 열려고 했다. 문제는 문이 절대로 열리지 않아 결국엔 착륙을 해서 문을 떼어서 열었는데, 남성분이 심정지가 와서 돌아가셨다. 그분이 쓰러지면서 장신의 발이 가로로 열리는 문을 가로막아 승무원들이 문을 열 수가 없었다. 또한 안타깝게도 그분은 한 승무원의 남편이었다.


승객이 돌아가시면 만석일 경우 그 승객을 옮길 자리가 없다. 대체로 여행 동반자 있으면 같이 앉아서 가거나 낯선 분들이라도 도착할 때까지 옆에 앉아있어야 한다. 기내 이불을 덮어주고 눈을 감겨주고 얼굴을 절대로 가리지 않는다. 그분들의 마지막 길을 존엄해야 하는 것이 승무원의 일이다. 만약 만석이 아니고 주변의 승객을 다른 자리로 옮길 수가 있다면 그분을 안전벨트를 매어주고 착륙하거나 필요하다면 승무원이 옆에 같이 앉아서 착륙을 한다.


아직 온기가 남아있고 마지막 가는 길을 최대한 존중하고 엄숙하게 해야 한다. 아직 의식이 있어 혹시나 응급치료를 하려고 노력도 하고 최선을 다했는데, 끝내 그분들이 재생을 하지 못하면 그 죄책감으로 많이 슬퍼지는 상황이 생기기도 한다. 승무원들도 사람인데… 승무원들은 기본 메디컬 지식을 알아야 하고 대처를 하게끔 해마다 교육을 받는다. 대체로 이런 상황이 종종 생겨서 메디컬 병명이나 약들 그리고 기본 대처 방법을 알고 있으면 많은 도움이 된다. 이런 응급상황이 생기면 응급처치를 할 수 있게 보조를 해주는 일은 기장의 몫이다. 재빨리 비상착륙을 하거나 메디컬 어드바이저를 연결하여 대처를 할 수 있게 승무원을 보조해야 한다. 이럴 땐 누구의 지시를 기다리는 것보다 말 그대로 재빠른 팀워크가 필요하다.


심장이 멈추면 승무원들은 더 이상 심폐소생술을 하지 않는다. 앞으로 그런 일들이 없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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