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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Ichi H Feb 24. 2023

15. 한 기장의 마지막 비행

아버지의 눈물

애리조나에서 새로운 기장이 바뀌는데, 모두 축제 분위기다. 기장의 은퇴 전 마지막 비행이다. 아내와 아들들 그리고 동생식구들까지 모두 동참을 하는 그의 마지막 뜻깊은 비행이다.


피닉스 애리조나에서 캘리포니아 오렌지 카운티로 가는 짧은 비행이었다. 같이 사진도 찍고 식구들도 모두 앞 좌석에 앉아서 응원을 하도록 승객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탑승을 한 후였다.


탑승 수속을 하기 전 모두 기장의 오랜 노고에 감사인사를 표하고, 기장도 아쉬운 마지막 비행 소감을 하면서 모두가 마음이 찡하기도 했다.


탑승 수속이 시작되었다. 모두들 각자 위치에 가서  기다리고 있었다. 잠시 이상한 분위기가 감지되었다.


갑자기 기장이 부기장을 비롯해 승무원들을 부른다. 지상 티켓 직원이 울상이다. 기장이 브리핑을 새로 한다고 한다.


우리가 승객 한 분을 잘 모셔서 데려가야 한다고, 그 승객은 제일 먼저 탑승을 해서 제일 먼저 내릴 것이라고 한다. 비록 기장의 은퇴 전 마지막 비행이지만. 축제분위기의 방송은 삼가라고 한다. 기장은 당신의 마지막 비행은 이 승객을 꼭 목적지까지 모시는 것이라고 한다.


그 승객은 수술실에서 다른 한 생명을 구하고 수술복을 갈아입을 시간 없이 곧장 공항으로 뛰어 온 중년 의사였다.


그 의사의 딸은 엄마와 대학교 투어를 간 중이었다. 도착 후 다음날 호텔에서 엄마가 일어나 준비를 하는 동안 아이는 잠을 자고 있었다. 그러니 그 딸은 영원히 잠에서 깨어나지 못했다.


한 생명을 구하던 의사가 아빠의 마음으로 공항까지 오는데 얼마나 힘들었지 가늠이 안된다. 그의 희끗한 흰머리결로 나는 남편의 얼굴이 보였다. 나도 모르게 눈물이 쏟아진다. 아마도 나이가 비슷해 보여서 일까?


그는 수술실에서 18살 딸의 부고 소식을 받았다. 수술실에서 받은 소식에도 그는 끝까지 환자의 수술을 마치고, 마지막 비행인 우리 비행기에 타게 된 것이다.  만석인 비행기를 태워달라고 그가 담담하게 도움이 필요하다고 간절히 부탁을 했다는 것이다.


흐르는 눈물을 참을 수가 없었다. 나의 딸도 18살.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고통이었을 것이다. 감히 위로라는 것을 할 수도 없는 처지였다.


우리는 각자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했다. 아버지의 눈물을 삼키고 그가 마지막으로 딸을 안을 수 있도록 우린 목적지를 향해 출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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