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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Ichi H Oct 13. 2023

71. 이상한 나라

귀신 1편

6:55 분! 알람이 울리기 직전 눈을 뜨는 것은 습관이 되어 버렸다.  눈을 다시 감으려는 순간 일제 강점기에 흔히 우리가 역사책에서 나 보던 반짝거리는 금버튼이 목까지 차있는, 검은 교복을 입은, 눈이 부리부리한 남학생이 난데없이 나타나 목을 조른다. 순식간이었다.


눈빛이 너무나 짙고 강렬하여  죽는 순간에 잘생긴 남자다라는 착각을 할 정도로 머리도 단정히 잘라져 있다. 숨을 쉴 수가 없다. 내 목을 왜 조르냐고 물을 틈도 주질 않는다. 발버둥 치다가 이러다 손목과 다리뼈가 부러지지 않을까 착각을 할 정도로 저항을 하고 빠져나오려고 애를 쓴다. 굳어진 내 몸이 말을 듣지 않는다.  그는 필사적으로 내 목을 조른다. 온몸이 흥건히 젖은 느낌이다. 한 줌의 숨구멍이 절실한 순간이다.


똑! 똑! 순간 그의 모습이 사라진다. 헉! 하고 한 줄기 공기가 목구멍을 타고 내려간다. 목을 만져본다. 아직도 온기가 남아있다. 혹시나 해서 오빠에게 출근 전 부탁한 나의 세 번째 알람이다. 시간은 7:01! “일어나! 출근해야지?” 재촉하는 오빠의 말에 “엉” 하고 간신히 짧게 대답한다.


가위에 눌렸다고 하나? 알람은 울리지 않았다. 귀신의 장난이다. 뭐가 불만일까? 난 그의 얼굴이 아직도 기억이 난다. 머리를 문 앞에 두고 자지 말라는 엄마의 미신 같은 말을 난 철저히 믿기로 했다. 그날밤만 머리를 문 앞에 두고 잤다. 그는 다시는 나타나지 않았다.


2018년 여름 한국을 7월에 오게 되었다. 둘째가 전주시에서 주최하는 재외국인 아이들을 위해 마련한 여름 문화캠프를 참석하게 된 것이다 서울에서 모두들 모여 단체로 만나서 전주로 간다고 해서 며칠 일찍 도착하여 북촌에 머무르기로 했다. 큰애는 6월 초부터 미리 한국에서 여행을 하고 있었다.


방학을 하자마자 고등학생인 큰애를 배낭을 메우고 친구랑 한국을 혼자 보냈다. 다들 미친 짓이라고… 어떻게 16살짜리를 혼자 보내냐고 은근히 뒷담을 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난 아이를 믿었다. 그리고 한국을 믿었다. 한국은 아이에게 친절했고 아이의 한국사랑은 그렇게 급속도로 성장했다.


2주간 배낭여행을 마치고 할머니집에 들렀다가 서울에서 큰아이를 만났을 때에는 아이가 또한 어른으로 성장을 했다. 이젠 다들 정말 잘한 일이라고…..


큰아이가 우리 숙소에 도착했다. 이틀 모녀상봉하고 아이는 홀로 미국으로 가는 비행기를 타고 집에 잘 도착했다고 한다.


북촌은 가장 한국적이고 위치도 좋아서 한국을 가면 꼭 며칠 머무르다 시골을 간다. 난데없이 갑자기 7월에 오는 바람에 숙박비가 꽤나 비싼데 유난히 저렴한 한옥집이 자꾸만 눈에 띈다. 몇 번을 지나쳐 다른 곳을 찾으려고 하지만, 전주에 숙박을 며칠 해야 하니 몇만 원 차이라도 밥값이라도 아끼자는 생각에 예약을 했다.


 늦은 밤이라 둘째와 택시를 타고 숙소에 도착했다. 바로 앞에 슈퍼가 있어 참 다행이다 싶었다. 주인은 없고 옆방에 세 여자분들만 계신다. 부산에서 서울로 놀러 오셨다고 이것저것 친절히 알려주신다. 예전에 꽤나 유명한 고깃집이었나 보다. 벽에 TV에 나온 적이 있는 맛집 소개글이 보인다. 거실을 들어선 순간 뭔가 오싹한 느낌이 들었다. 후덥지건한 여름에 뭔가 기운이 좋지 않다. 부엌 안쪽에 한옥에서 자주 보는 쪽방이 보인다. 아무도 없는데….. 주인은 다른 집에서 지낸다고 한다.


나의 방은 아마도 안방인 것 같다. 짐을 풀고 지친 몸을 잠시 찬 바닥에 대고  열을 식혔다. 순간 흐느낌이 들렸다. 잠시 눈을 감은 사이 아이는 슈퍼에서 사 온 컵라면을 정신없이 먹고 있다. 뭐지?

누구지? 분명 옆방 아가씨들은 다시 야경을 본다고 나갔는데? 방문을 열고 두리번두리번…… 자꾸만 쪽방이 거슬린다. 숨이 막힌다. 뭔가 콱 막힌다.


샤워를 하고 잠을 청했다. 비몽 사몽 대충 잠을 자고 일어나니 부엌에서 수다소리가 들린다. 아이는 대자로 뻗어잔다. 다행이다. 부엌을 나오니 삼삼오오 모여 부산아가씨들이 커피를 마시고 있다. 안쪽에서 키가 크고 날씬한 발레리나 댄스같이 야리야리한 몸매에 검은 생머리가 엉덩이 넘어까지 정갈히 빗겨진  여자분이 “ 안녕하세요” 하며 돌아선다. 흠…. 귀신인가? 그녀도 눈썹이 짙고 어디서 본듯한 얼굴….. 소름이 돋는다. 그녀의 나이는 아마도 대충 내 나이쯤? 40대 중반? 웃는 표정이지만 슬픈 눈을 가지고 있다. 그 남자처럼…. 잘생긴 얼굴이다.


이것저것 물으면서 그녀가 나를 보며 한마디 한다. “ 굉장히 특별한 기운이 느껴져요. 무슨 일 하세요?”  “ 아, 전 그냥 평범한 승무원입니다”  “ 아 그래요? 그런데 예약 때부터 기운이 보통이  아닌 걸 느꼈어요”


그녀는 타로를 보는 점쟁이라고 한다. 나의 기운이 너무 강하게 느껴져서 어쩌면 나도 점쟁이가 아닐까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 승무원들은 다 점쟁이들입니다. 워낙에 사람들을 많이 상대해서 웬만하면 다 알거든요 “


이상한 나라에 들어선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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