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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Ichi H Oct 16. 2023

73. Hollywood

좀비?

회사가 연중행사 파티를 유니버설 스튜디오를 전체를 빌린다고 하니 안 갈 수가 없지.


해마다 행사에 한 번도 참석을 한 적이 없다. 이번엔 한번 가보고 싶었던 그러나 미루었던 그 장소에 간다고 하니 한번 고려를 해봐야지? 손님을 초대할 수 있어 누구를 데려갈까 고민을 했다. 식구들을 다 데려가려니 주중이라 불편하고, 대체로 어른들 파티이니 애를 굳이 데려가서 동료들과 놀지도 못하면 재미가 없을 것이다.


친구가 해리포트 광팬이다. 유니버설 스튜디오에 있는 해리포토 마법사의 테마 파크에 꼭 가고 싶다고 노래를 한 친구인데 행사가 9월에 있다. 친구의 생일달이기도 하고 주중이라 남편은 일을 아이들은 학교를 굳이 빼어 가기가 애매하다 싶어 친구를 놀라게 해 주었다.


신이 난 친구는 자신이 숙박을 예약하겠다고 한다. 비행기값이나 입장료 그리고 저녁과 술까지 모두 포함되었으니 숙박은 굳이 자기가 부담한다고 한다. 되도록이면 도보로 갈 수 있는 곳을 구하는데, 근처 마침 큰방을 빌려주는 에어비엔비가 있어 다행이다 싶었다.


로스앤젤레스는 동네가 아기자기하다기보단 조금 분산된 느낌이 있다. 최대한 가까운 위치에 숙소를 구했다. 일찌감치 일찍 도착해서 우린 열심히 광적으로 즐겨 보자고 다짐했다. 숙박하는 곳은 꽤나 큰 전형적인 할리우드 스타일의 모던 취향 건물에 인테리어가 아트 갤러리 분위기 같다. 젊은 동양 남자가 우리를 맞이한다.


아픈가? 호리호리 하게 생긴 이 남자는 창백한 얼굴에 힘이 없어 보인다. 웃는 상도 아니고 그렇다고 화난 얼굴도 아닌 분위기가 무슨 초상집을 초대받은 기분이다. 잘생긴 얼굴이 초췌 해져서 그런가 아파 찌든 환자 얼굴이다.


남자는 아래층에는 내려오지 말라고 하며 부엌과 우리 방을 보여주고 아래층에 있는 자기 방으로 사라진다.  우리의 방은 깔끔하고 넓고 다락방 같은 공간이 하나 더 깊숙이 있고 매트리스가 놓여있다. 침대를 나눠 쓸 수 있는 곳을 구했다고 한다. 친구는 위쪽에 있는 다락방 매트리스를 선택한다. 난 자연스레 반대편 침대를 쓰기로 하고 일단 짐을 풀었다.


짐이라고 해봐야 별것 없다. 우린 최대한 편한 캐주얼로 바꿔 입고 꽃단장을 하고 일찍 파티에 가기로 했다.


그날밤 친구는 해리포트만 10번을 넘게 탔다. 줄 서는 사람이 한정되었으니 마지막 다섯 번째는 아마도 혼자 전세를 빌린 거나 마찬가지였다. 소원 풀고 정말 말 그대로 뽕을 뽑았다. 즐거웠으니 다행이다. 지친 몸을 이끌고 숙소로 돌아온 시간은 거의 자정이 넘은 시간이었다. 조용히 들어가 샤워를 하고 지친 몸을 눕힌 시간은 아마도 1시가 조금 넘어서 일거다.


다리가 서늘하다. 누군가가 자꾸만 잡아당긴다. 누구야 발버둥을 치는데 자꾸만 이불을 잡아당긴다. 눈을 뜨기가 힘들다. 검은 그림자가 보인다. 누구야! 하고 비병을 지르는데 소리가 나오질 않는다. 친구를 깨워야 하는데, 뭐지?


친구의 이름을 수없이 불러보지만 반응이 없다. 식은땀이 흐른다. 발과 손이 너무 차가워 동상이 올 것 같다. 순간 검은 그림자가 덮친다. 나를 무섭게 째려본다. 사람인가? 너무도 선명하게 나를 째려본다. 머리를 치렁치렁 얼굴을 가리고 온몸이 흐느적거리는 힘이 없고 두 팔이 늘어진 형체다.


소름이 끼쳤다. 귀신이라면 저렇게 악랄한 귀신은 못 본 것 같다. 절대 이 귀신은 호기심에 찾아온 귀신이 아니다. 목적이 뚜렷한 귀신이다.


귀신은 나에게 덮치려다 이불을 필사적으로 잡아당기는 나의 몸부림에 지친 것인지 친구의 침대로 검은 그림자를 드리운다.


안돼하며 악을 쓰는 나의 신음 소리를 들은 친구가 뒤척인다. 난 더 안간힘을 써본다. 꽝! 옆에 있던 물병이 떨어졌다. “ 괜찮아?” 친구의 목소리다.


사람인 줄 알았던 그 형체는 문에서 슬그머니 사라진다. 사람인가? 좀비인가? 시간을 보니 새벽 6시다. 친구에게 일찍 일어나 체크아웃하자고 했다. 부리나케 짐을 싸들고 난 도망치듯이 그 집을 나왔다. 하룻밤만 머물기를 참 다행이라고…..


그 좀비는 무슨 사연이 있을까? 아직도 소름이 끼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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