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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Ichi H Dec 06. 2023

76. VIP

차별이 없다

우리 항공사는 프리미엄 좌석이 없다. 단, 탑승을 좀 더 일찍 할 수 있는 조건이 있다.


보통 비즈니스 승객들은 최대한 일찍 탑승을 해서 자리에 잡아 노트북을 꺼내어 종종 일을 한다. 또는 밀린 미팅을 굳이 탑승시간대에 전화를 하면서 마무리를 한다.


대체로 나좀 봐줘요? 하는 분들은 비즈니스를 하는사람이 아니라  가족이나 그냥 옆에 있는 여행 파터너에게 잘 보이기위해 유난히 들떠 있는 사람들이다.


“ 야, 내가 이 항공사 지난 10년을 넘게 이용했어 “.  내가 어떻게 아냐고요. 오케이 그냥 그렇게 알리고 싶은 거지?


” 어머 그래요? 저희 항공사릉 이용해 주셔서 감사해요 “  


“ 나 이 항공사만 이용해”


“ 어머 그래요? 전 타 항공사도 많이 이용하는데? 다른 항공사도 많이 이용하세요. 판리하고 싸면 최고지요. 경쟁이 있어야 소비자에게 도움이 되지요”


승객들은 나의 이런 뚱한 대답을 의아해하며 멋쩍은 웃음을 짓는다. 그리곤 묻는다. 내 사촌이 기장이야. ‘ 마이클” 오늘 마이클이 조종안하나? “


그냥 웃는다. 세상에 마이클이 얼마나 많은데. 한국이라면 김 씨, 박 씨 최 씨 뭐 몇 대손 등등 족보라도 따지기라도 하지만, 미국은 족보도 없는 그 마이클이 얼마나 많은지.


” 아 그래요? 마이클은 아니고 아마 마크일 거예요 “  1촌 2촌 4촌…. 다 나온다.


가끔 아주 잘 모시고 온 디자이너 가방이나 옷들을 쫙 입고 와서 가방을 바닥에 두지 말라는 둥, 재킷이 비싸니 잘 걸어 달라는 둥 주름이 가면 안 되니 스웨트를 잘 접어 달라는 둥…..


근데 옷장도 없는 우리 항공사에 그런 옷차림으로 타셨지요? 가방이 천만 원짜리이든 만원이든 그냥 가방입니다. 걸림돌이 될 수 있는, 그냥 가방. 천 원짜리 셔츠나 오십만원짜리 셔츠나 다 그냥 우리에겐 똑같은 걸로 보인다. 차별이 없다.


그냥 차별이 없는 안전한 여행을 바라며 그들이 가는 목적지까지 별 탈없이 살펴보는 임무가 항공 승무원의 일입니다.


당신들은 우리에겐 모두 VIP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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