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t one 떠나는 이유
얼마나 오랫동안 떠날지 몰라서 오픈티켓을 샀다. 영주는 충동적인 행동이라는 것을 잘 안다. 룸메이트 태미가 일어나 ‘ 굿모닝” 하며 어젯밤 데이트가 만족스러웠는지 명랑하게 인사를 한다.
“ 나, 오늘 태국으로 떠나”
“ 뭐? 갑자기? 그게 무슨 말이야? “
” 그냥 오늘 떠나’ 아무렇지도 않게 짐가방을 내려놓으며 커피를 내리려고 주방으로 향했다. 태미는 영주의 즉흥적인 성격을 잘 안다. ” 휴가 받았어?
“아니, 그만뒀어! 언제 올지 몰라서 “ 영주는 한쪽이 찢어진 어깨로 내려오는 잠옷을 팔을 번쩍 들어 올려본다. 태미는 영주의 빛바랜 회색 잠옷이 섹시해 보인다고 놀린다.
” 뭐? 그만뒀다고?? “ 영주와 태미는 학원강사였다. 영주는 원장님께 일주일 전부터 그만둔다고 통보를 했다. 원장님은 한숨만 푹 푹 쉬다가 도대체 왜 무슨 이유로 그려냐고….. 이제 3년 정도 겪어보신지라 맘먹으면 그냥 해버리는 영주를 끝내 말리지 않으셨다. 대신 돌아오라고. 언제 돌아올지 모를 영주에게 그렇게 당부를 하셨다. 영주는 돌아오지 않을 것을 안다. 긴말하기 싫어 알겠다고 하고 돌아섰다.
태미는 힐끔 분주히 움직이는 영주를 살펴본다. 영주의 자그마한 몸매에서 나오는 카리스마를 느낀다. 같은 여자이지만 반할 정도로 탄탄한 근육에 아기자기 오목조목 생긴 눈코입에 가장 돋보이는 것은 그녀의 움직임이다. 두려움 없이 거침없이 움직이는 마치 작은 거인이 망설임 없이 발레리나처럼 춤을 추는 것 같다.
“언제 와? “ 영주에게 왜 가냐고 이유를 묻는 것은 시간낭비이다.
” 몰라! 나 올 때까지 프랭크 부탁해도 돼? “ 프랭크는 영주의 애완 거북이다. 태미는 프랭크의 밥을 조금씩 먹여주며 고개를 까딱거린다. 프랭크도 뭔가를 아는지 좁은 공간에서 느릿느릿 발가락을 꼼지락 거리며 까닥 거린다. ” 야호 프랭크! 너랑 나랑 파티할까? “ 태미의 목소리에 서운함과 아파트를 혼자 독차지할 수 있는 설렘이 담겨있다.
영주는 아주 간단히 필요한 속옷가지와 갈아입을 바지와 원피스 한벌을 챙기고 지난번 괌에 다녀온 후 남은 달러들을 모두 챙겼다. 뭐 필요하면 가서 사면 되겠지. 언제 올지 몰라도 적어도 두 달 안에는 오겠지 싶어 원장님께 미리 다음 달 월세를 미리 부탁하고 나왔다.
태미는 왠지 믿음이 가지 않는다. 오드리헵번같이 멋지게 차려입고 화장을 하지 않아도 이쁜 얼굴을 덕지덕지 거의 분장 수준으로 치장을 한다. 그녀의 씀씀이는 화장품값으로 다 나가는 것 같다.
영주는 공항에서 대충 끼니를 채우기로 했다. 재빨리 집을 떠나고 싶었다. 홀리가 “티파니에서 아침을’에서 장신구를 화려하게 차고 우아하게 크루아상과 커피 한잔을 들고 보석을 바라보듯이 흰 셔츠에 청바지 차림이지만, 영주는 쓴 커피 한잔을 마시며 공항 활주로를 지그시 바라본다.
영주에게는 떠나는 이유가 없다. 떠날 수 있으니까 떠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