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t two 만남
비행기가 만석이다. 영주는 신혼부부가 나란히 앉은 좌석에 끼여 앉게 되었다. 예쁘다. 행복한 모습이….
방콕 돈무앙까지 6시간 정도이니 한숨 자고, 영화 한 편 보고 나면 대충 도착할 것 같다. 인천공항에서 출발인데 꽤나 많은 외국인 승객들이 보인다.
신혼부부도 손을 꼭 잡고 잠이 들었다. 영주는 그런 모습에 호기심이 생긴다. 아직 결혼에 대한 생각은 없지만, 막연히 누군가와 저렇게 여행을 가도 재미있을까?
방콕은 후덥지근하다. 환전을 한 후 화장실을 들려 헐렁한 바지에 민소매 티셔츠로 갈아입었다. 누가 보면 현지인 같이 보일 것이다. 사실 예전에 푸켓에 갔을 때 장만한 것이 동남아를 갈 때 참 요긴하게 쓰인다.
카오산으로 가는 버스를 기다리고 있는데, 한 금발 머리 남자가 말을 걸어온다. “저기요? 혹시 어디로 가나요? “ 한국말을 꽤나 구수하게 잘한다. 잘생긴 젊은 청년의 충청도 억양이 섞인 한국말에 영주는 당황스럽다.
무슨 질문이 그래? 어디로 가냐고? 영주는 경계심이 생겼다. 생긴 것은 참 곱상하게 잘생겼다. 고슬고슬 금빛나는 긴 곱슬머리는 한번 보면 잊지 못하는 얼굴이다. 어! 저 남자 비행기 안에서 봤는데? 눈빛이 맑다.
”아 미안해요. 제가 서울에서 비행기를 탔는데, 사실 태국은 처음인데 아까부터 보니까, 태국을 잘 아는 것 같아서요 “
아마도 신혼부부 커플과의 대화를 들었나 보다. 신혼여행 가는 부부에게 갈만한 곳을 알려준 것이다.
“ 아 네, 전 지금 카오산 거리로 가서 숙소를 알아보려고 해요” 카오산거리는 예전부터 배낭족들의 성지다. 인터넷 카페와 저렴한 유스호스텔이 많은 곳이기도 하다. 많은 배낭족들이 모이니 여러 여행 정보도 실시간 알 수 있다.
“ 난 카이입니다. 혹시 미안하지만, 카오산까지 같이 동행해도 되나요?” 어깨에 기타를 하나 짊어지고 있는 카이가 그리 위험인물로 보이진 않았다.
영주는 어린 동생 같은 카이를 미아로 만들고 싶진 않았다. 오지랖이지? “ 영주입니다. 뭐 어차피 카오산 가는 버스를 타려고 하는데 알려드릴꼐요”
‘ 영주! 이름이 이쁘네요. 고맙습니다 “ 영주는 오히려 카이 덕분에 경계를 해야 하니 힘이 솟아나는 것 같았다.
” 영주! 태국에 뭐 하러 왔어요? 영주는 카오산에 며칠 있어요?’ 카이는 대만을 가기 위해 잠시 태국에 비자를 받으려 들린 것이다.
재잘재잘 철없는 어린아이같이 질문을 하는 카이가 귀엽기도 하고 외외로 참 순수하다고 느낀 건지 영주는 경계심을 풀고 거북이 섬 코타오를 가려고 한다고 말한다.
카오산은 정말 전쟁터이다. 하룻밤을 자려다 자정에 출발하는 버스가 있다고 해서 그냥 버스에서 잠을 청하는게 돈과 시간을 절약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된다. 영주는 카이에게 숙소 몇 군데를 알려주며 행운을 빈다며 헤어질 준비를 했다.
“ 영주! 혹시 나도 거북이섬에 동행해도 괜찮아요? “ 영주는 당황스럽다.
”카이, 대사관 가서 비자받아야 한다고 하지 않았어요?” 카이는 태국에서 좀 더 시간을 보내고 싶다고 그런데 어디를 갈지 결정을 못했는데, 계획 없이 그냥 여행하고 싶다고 한다.
내가 버스를 전세를 낸 것도 아닌데, 마음대로 하라고 했다. 태국의 장거리 버스는 예전 한국에서 화장실이 있던 그 버스를 연상케 한다. 나름 편안하다.
카이와 난 뒷좌석에 자리 잡았다. 얼떨결에 커플이 되어 버스를 탄 분위기다. 이태리 부부 커플이 바로 앞 좌석에 탄다. 파블로와 지아다. 중년 부부는 장애인 선생님들인데 방학을 받아 태국을 온 것이다.
영주는 자리를 뜰 때마다 생기는 이방인 식구들이 귀찮아졌다. “ 영주, 혹시 숙소는 알아요?”
다들 영주의 얼굴을 쳐다보며 당연히 정답이 나오겠지 하는 표정이다. ‘ 섬에 두세 군데 방갈로가 있어요. 일단 가서 알아보면 될 것 같아요 “
파블로와 지아는 ” 어머 잘되었다. 우리도 영주를 따라가되 돌까요? “
영주는 가식적으로 입꼬리를 올리며 답을 주었다. 카이는 챙겨 온 간식을 꺼내며 게걸스럽게도 먹는다. 저 다비드 석고상 조각같은 얼굴에 어떻게 저런 천진난만한 모습이? 더군다나 파블로가 기타를 보며 혹시 공연을 볼 수 있을까요? 하는 농담에 무지 순수한 얼굴로 한마디 한다. ” 나 기타 못 춰요! 그런데 여행을 하다 보면 기타를 잘 치는 사람을 만나면 빌려줄 수 있어요”
영주는 카이의 천연덕스러운 모습에 그만 웃음이 나왔다. 영주의 눈이 카이의 눈을 따라간다. 영주는 카이의 눈빛이 그녀의 입술을 따라가는 것을 눈치챘다. 모른 척 창문 쪽으로 재빠르게 고개를 돌렸다. 아! 젠장!
뭐지? 혼자 집을 나섰는데, 지나가는 길에 식구가 셋이나 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