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 - Drifters

Part three 카이

by Ichi H

카이는 영주를 인천공항에서부터 보았다. 작은 체구의 한국여자 움직임이 꽤나 자신감 있어 그녀의 모습이 신선했다. 카이가 만난 한국여자들은 대체로 수줍어하고 절제된 행동이 몸에 배어 있던 내숭이라고 할까나? 언어의 장벽일 수도 있다.


비행기 탑승 입구 구석에 아무렇지도 않게 바닥에 드러.누워서 먼산을 바라보듯이 멍을 때리고 있는 그녀가 딴 세상에서 온 느낌이다. 무슨 생각을 하는 걸까? 그녀에게 다가가 말을 걸고 싶었지만, 선뜻 나서지 못하겠다.


카이는 2년을 보낸 한국을 떠날 때가 된 거라고 생각했다. 한국말로 일기도 조금씩 써가는 수준이 되었으니 이젠 중국말을 배워볼까 하고 대만을 가보려고 한다. 대만을 가기 전에 태국에 일주일 정도 들려 비자를 받고 바로 가야 한다. 카이는 대만에 가서 일자리를 찾아야 하는 고민에 빠졌다. 영어를 가르치는 선생님일은 조금 지루하지만, 한국말을 동시에 배울 수 있어 좋았다.


90년대 중반 영어에 대한 관심이 많아 많은 외국인 친구들이 영어선생님으로 한국을 접할 수 있어서 좋은 기억을 담고 떠난다. 한국여자 친구도 사귀어 사랑에도 빠져 보았다. 한국여자들은 참 강하다는 생각을 했다. 무위식 속에 그들에게는 반항심이 곁들여져 있어 때론 억세다는 오해를 받기도 하지만 그들은 열정이 많다.


뒷좌석이다. 카이는 아까 보았던 그녀가 어디 있는지 호기심에 두리번거린다.. 흠…. 혹시 비행기를 놓치지는 않았겠지? 왠지 아쉬운 마음이 든다.


그녀다. 화장실을 가려고 하는 그녀의 모습이 보인다. 다행이다. 그녀를 태국 돈무앙 공항버스터미널에서 다시 마주쳤다. 공항을 잽싸게 빠져나가는 그녀를 따라잡지 못해 아쉬워었는데….. 마지막 기회다. 그녀에게 다가가 어딜 가냐고 물었다. 차라리 나를 데려가세요라고 구걸하지? 순간 바보 같은 질문에 그녀가 경계를 하고 도망칠까 두려웠다.


그녀의 눈빛은 묘하다. 경계심과 호기심? 진정 갈길을 잃고 헤매는 어린아이를 보듯이 근심이 든 표정이다. 하긴 헐렁한 민소매에 구멍이 난 반바지 모습이 그리 자신감 있는 남자의 모습은 아니다. 어깨너머 자란 긴 금발 곱슬머리는 한국사람들에게는 케니지를 연상케 하여 뜻밖의 호의를 많이 받았다.


카오산으로 가는 버스를 같이 타게 되었다. 그녀의 이름은 영주다. 이름처럼 동글동글 귀엽게 생겼지만, 그녀의 목소리에는 카리스마가 넘친다. 그녀의 영어 실력이 놀랍다. 뭐지? 설렌다.


거침없는 그녀의 가이드 덕분에 카이는 시간을 많이 벌었다. 그녀와 헤어지기 싫다. 카오산에 하룻밤 지낸다고 하니 다행이라고 생각했는데, 난데없이 오늘밤 버스를 타고 떠난다고 한다. 카이는 될 대로 돼라 하는 심정으로 같이 동행해도 되냐고 물었다.


카이는 순간 그녀가 처음부터 자기를 지켜보며 따라온 미친놈이라고 생각해서 도망칠까 두려웠다. 하지만, 버스표 팔리기 전에 사라고 알려준다. 간식거리를 사러 간다고 한 그녀를 보면서 또 한 번 설렌다. 어디서 저런 자신감이 나올까? 그녀의 나이가 궁금하다. 워낙에 동안인 한국여자들은 나이를 가늠하기 힘들다. 23세 살인 카이는 설마 자기보다는 나이가 어리겠지? 21살 22살?


거의 만석인 탓에 안면이 있는 그녀와 좌석을 나란히 앉게 되었다. 행운이다. 이태리에서 온 파블로와 지아라는 커플도 버스 뒤편으로 합석을 했다. 영주는 피곤했는지 다른 승객이 탈 때까지 말없이 창밖을 유심히 내다본다. 어두운 밤에 뭐가 보인다고….. 지치고 가녀린 그녀의 모습에 당장 안아주고 싶다.


배가 고파 간식거리 봉지를 꺼내어 먹는데 파블로가 기타를 한번 쳐줄 수 있겠냐고 한다. 사실 카이는 기타를 장식품으로 가지고 다닌다. 혹시나 잘 치는 사람을 만나면 음악을 들을 수 있으니 불편해도 항상 메고 다니게 되었다. 영주가 처음 소리 내어 웃는다


영주의 고른 치아가 빛이 난다. 그녀의 웃는 모습은 화창한 날 기분 좋은 햇빛같이 매력이 넘친다. 그녀의 입술이 입가에 벌어지는데 나도 모르게 눈길이 고정이 되어버렸다. 씹고 있던 망고가 흘러나올 뻔했다.


그녀는 금세 고개를 돌려버린다. 아! 창피해! 더러운 새끼! 젠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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