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 - Drifters

Part four 동침

by Ichi H

아 제기랄!

숙소가 모자란다. 예상에 없던 난제다. 누군가가 하룻밤을 동침을 해야 한다. 파블로와 지아는 부부이니 당연 동침은 문제없겠지만, 그렇다고 생전 처음 보는 지아를 남편과 떨쳐 보내자고 제안은 못하겠다. 지아도 그러고 싶지는 않은 표정이다. 아마도 나와 카이가 커플이 될 수 있다고 했는지 내게 윙크까지 한다. 오 마이갓!


카이는 눈치를 보면서 비치에서 하룻밤 캠핑을 한다고 하지만, 사실 그들이 도착한 날에는 난데없이 폭풍우가 치는 날이다.


카이는 난처하다. 영주의 마음을 잘 안다. 괜스레 미안한 마음이 든다. 카이는 식당 구석에라도 하룻밤 잠을 자는데 문제가 없을 것 같다고 제안한다.


영주는 바닷가 앞의 숙소를 포기하기 싫다. 쓸데 없이 오지랖이 생겨 문제가 된 일이니 책임을 져야 한다. 영주는 카이와 하룻밤 같이 보내겠다고 한다. 배낭족들에게 돈을 뺏기거나 물건을 도난당할 수도 있어 일단 짐을 먼저 풀 테니 밖에서 기다리라고 했다. 철저히 가방을 재점검하고 영주는 카이에게 문쪽은 자기가 잔다고 제안한다. 혹시나 모를 상황에 최대한 빨리 빠져나가야 하니 만반의 준비를 한다. 설마 이 외지에 있는 섬에서 카이가 도망치는 변수가 일어나기는 어려울 것이다.


천둥번개에 잠을 설치기도 했지만, 영주는 뜬눈으로 밤을 지내다 새벽같이 나와 비치로 나간다. 비가 온 탓인지 아침공기가 조금은 쌀쌀하다.. 영주는 카이가 벽 쪽을 보면서 쪼그리고 자는 모습이 안쓰러워 일찌감치 나왔다.


방갈로 주인은 젊은 커플인데, 능과 성이라는 첫째 8살 남자아이 둘째 5살 여자아이를 키우며 숙박업을 새로 시작한 부부다. 일찍 일어나 비치를 돌아다니는 아이들은 엄마와 비슷하게 생긴 다른 동양 와국여자가 신기한지 영주의 뒤를 쫓아오며 호기심에 깔깔대며 해맑은 웃음을 짓는다. 영주는 흥얼거리며 노래를 부른다. 아이들도 무슨 말인지 모르지만 흥얼거리며 영주를 따른다.


커피를 마실까 하고 방갈로 식당으로 돌아오니 카이가 손을 흔들며 반긴다. 곱실거리는 금빛머리 한줄기가 그의 얼굴을 가린다. 귀뒤로 천역 덕스럽게 넘기는 카이가 귀엽다.


카이는 천둥소리에 심장박동소리가 가려져 천만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어찌나 쿵쾅거리는지 영주의 귀에 들리면 어쩌나 내심 걱정이었다. 꿀잠을 잤다. 언제 곯아떨어졌는지 기억이 없지만 천둥소리와 그의 심장박동에 마취된 느낌이었다.


영주가 없다. 설마 그녀가 이 외땀섬에서 빠져나간 걸까? 방갈로 창문 앞으로 바다가 한눈에 담긴다. 카이는 좀 더 높이 있는 식당으로 가서 영주를 찾아보기로 한다. 멀리서 영주의 모습이 보인다. 피리 부는 사내아이같이 영주가 두세발 떼면 뒤에서 아이들이 그 뒤를 재빠르게 따라간다. 신기하다. 그녀는 벌써 아이들을 매수했다.


그녀가 점점 가까이 다가온다. 가슴이 또 쿵쾅!


“굿모닝 영주!” 카이는 힘차게 손을 흔든다. 아! 바보같이 보였어. 카이는 금세 후회한다.


“굿모닝 카이” 영주는 천천히 식당 방갈로로 올라온다. 어디에 눈을 마주쳐야 할지 난감하다. 어쩌다 동침을 했으니 괜스레 어색하다.


파블로와 지아도 합석이다. 옆좌석에 중년의 프랑스 아줌마 마리도 책을 보다가 모두 반겨 인사를 하니 덩달아 같이 인사를 한다.


“ 어제 잘 잤어? “ 지아가 나의 어깨를 톡치며 의심적은 눈으로 바라본다.


영주는 혹시나 이들이 오해를 할까 하고 ” 오늘부터 카이 방이 너희 옆 방갈로방이야 “ 하고 얼른 대답해 준다.


어색한 침묵이다.


카이가 침묵을 깬다. ” 아침 먹고 내 가방 옮겨도 돼?”

영주가 다시 침묵을 깬다. “ 그래 천천히 먹어”


영주는 최대한 어색함을 지우려 아이들에게 그림을 그려주며 아침을 먹는 카이모습을 최대한 모른척 한다. 혹시나 눈이라도 마주치면 재촉하며 눈치를 주는 것 같아 미안하다.


카이는 영주의 모습이 사랑스럽다. 아이들의 순수한 웃음이 그녀의 따뜻한 마음이 전달된 것 같아 영주의 차가운 겉모습이 진실이 아니라는 것을 눈치챌 수 있다.


영주와 카이는 서로 마주 보며 파라다이스의 아침을 맞이한다. 달콤한 파인애플주스가 어색한 공기를 달달하게 감싸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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