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 - Drifters

Part five Full Moon Party

by Ichi H

섬에 들어온지 일주일 후 드디어 보름달 밤이다. 파블로와 지아가 보름달 파티를 다 같이 가자고 제안한다. 하긴 혼자서 가면 재미없어서 애초에 영주는 일정에 넣지 않았다. 뜻밖에 친구들이 생겼고 경비도 아끼고 같이 배를 대여해 타고 가면 시간도 절약이다.


짐가방을 그냥 섬에 두고 가는 게 왠지 불안하다. 카이는 전재산을 몸에 칭칭 감았다고. 영주는 방갈로 주인 커플에게 짐가방을 맡겼다. 일주일 지내보았지만, 참 순수하고 등쳐먹을 사람들 같지는 않았다. 아직 영주는 섬을 떠날 계획이 없다.


바다 앞에서 펼쳐지는 광란의 불꽃쇼와 조명이 필요 없는 밝은 보름달을 끼고 우린 미친 듯이 춤을 추며 밤새 철없는 늑대무리처럼 놀았다. 이젠 친근하기까지 한 도마뱀소리와 파도가 찰랑찰랑 발끝을 기분 좋게 건드리니 세상에 극락이 있다고 하면 아마도 여기일 거라고 영주는 생각한다.


밤이 깊어 질수록 다들 더 미쳐갔다. 카이가 갑자기 물속으로 뛰어든다. 다들 아차! 싶다. 영주의 진심이 입 밖으로 터졌다. ”저 새끼 전재산 몸에 칭칭 감았다고 했는데? 미친 거야? “ 파블로와 지아도 소리를 지르며 거든다. “ 오마이갓! 바보야”


카이는 헤벌레 웃으며 파도 위에 동동 떠오른다. 다들 덩달아 깔깔거리며 카이의 엉뚱한 행동에 바보같이 모래사장을 데굴데굴 구르며 웃음을 참지 못한다. 영주는 순간 눈물이 날 것 같다. 언제 이렇게 웃어봤지? 초등학교 때 학교 가다가 친구가 소똥을 밟았을 때? 아님 고등학교 때 친구가 쌍꺼풀 만든다고 미친 듯이 눈깔을 깔 때?


카이는 기분이 좋다. 에라! 모르겠다. 영주의 얼굴이 발가스레 타오르고 맨발로 팔딱팔딱 비치를 뛰어가며 춤을 추는 그녀의 모습이 너무 사랑스러워 카이는 물에 빠지지 않으면 타버릴 것 같다. 불쇼를 하는 댄스들 사이에서 미친 듯이 춤을 추며 떨쳐보지만, 도저히 안 되겠다. 바다로 뛰어든다.


영주의 깔깔거리는 웃음이 카이의 가슴에 별똥이 떨어지듯 박혀버린다. 카이는 벅차오르는 마음을 보름달을 쳐다보며 위로해 본다.


새벽이다. 다들 비치에 대자로 뻗었다. 테크노 음악이 점점 흩어진다.


파블로와 지아는 꼭 껴안고 옆에서 쪽잠을 청해본다. 곧 몇 시간 있으면 해가 떠오르니 숙소를 구할 필요가 없다.


카이는 비스듬히 누워있는 영주에게 다가와 귓속에 고백을 한다.


“ 나 너 사랑하는 것 같아. 한눈에 반했어. 나랑 결혼해 줄래? “


영주는 눈이 감긴다. 뭐라고? 결혼? 사랑? 만난 지 일주일도 안되어 그게 가능해? 카이가 나에 대해 뭘 알지? 영주는 등을 돌려 잠든 척을 한다. 영주는 이미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 영주는 이제야 깨달았다. 얼마나 그 기다림이 고통스러울지 아니까 그래서 떠난 거야. 영주는 그 마음이 들키고 싶지 않은 거였다.


카이는 영주의 바들바들 떠는 몸을 자기 몸으로 가까이 당겨 온기를 나눈다. 영주는 내버려 뒀다. 추워서 떠는지 카이의 몸이 닿아 떠는지 영주는 혼란스럽다. 영주는 카이를 좀 더 일찍 만났으면 어땠을까? 하고 생각해 본다. 영주의 나이는 26이다. 연상이라서? 연민을 느끼는 걸까? 어린 남동생 같은 남자에게 모성애를 느끼는 걸까?


보름달이 내려보며 웃는다. 부끄럽다. 영주는 그리움과 서러움에 사무친다.






매거진의 이전글단편 - Drifter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