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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Ichi H Mar 13. 2023

31.귀차니즘

승무원의 사치

의외로 많은 승무원은 여행을 싫어한다. 쉬는 날에는  문 밖에 나오지 않는 사람들도 많다.


대선배 승무원 에릭은 승무원을 20년째 하면서 태어나서 처음으로 여권을 신청한다고 한다. 회사가 국내선만 있다가 다른 회사를 2014년에 합병하면서 국제선이 생겼다.


새로 교육을 받고 여권을 지침 해야 하는 이유로 에릭은 고민에 빠졌다. 국제선 타기 싫은데 혹시나 하는 마음에 불안하다고 한다.


승무원들은 의외로 여행 초짜들이 많다. 몇십 년을 여행일을 하면서 혼자서 호텔밖에 나가는 것을 두려워하는 사람들이 있다.


예전엔 한창 Uber가 나왔을 때 가격이 저렴하여 자주 이용하던 때였다. 시애틀 다운타운을 가는데 전철을  타면 싸기는 하지만 무지 느린 이유로 한 선배와 Uber를 타기로 했다. 둘이 타면 가격도 비슷하고 거의 30분을 아낄 수 있다. 그런데 선배말이 “무섭지 않니? 그런 차 타면?” 하는 질문에 의아스러웠다. 내가 간땡이가 큰것도 있겠지만, 그 선배의 두려움이 조금은 답답했다.


한 번은 뉴저지에 있을 때였다. 기차를 타고 1시간 거리 뉴욕시내 브로드웨이를 간다고 했더니 승무원들이 모두 같이 가도 되냐고, 한 번도 그 생각을 하지 않았다고 한다.  다들 뉴욕을 도착해서 우왕좌왕하는 사이 브로드웨이 쪽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 어디인지 아니?” 뉴욕은 의외로 길 찾기가 쉽다. 랜드마크도 많고 거리들이 숫자로 새겨져 있어 걷다 보면 엠파이어 스테이 빌딩이 보이고 센트럴 파크가 나오고 동서남북 대충 출발 점만 잘 파악하면 된다. 승무원들이 다들 길치들이다.


뉴올린즈에 Mardi Gras 축제가 있을 때였다. Fat Tuesday라고 프랑스 식민지 때의 축제가 여전히 개최된다. 사람들이 가면도 쓰고 재미난 의상도 입어보고 음악, 술과 흥이 넘치는 축제이다. 각 퍼레이드 그룹들이 지나가면서 사람들은 보라색이나 초록색 목걸이들을 축제 프레이드 군중에 던져준다. 선배 승무원은 한 번도 프레이드를 본 적이 없다고 한다. 사람들이 많은 곳이 두렵고 싫다고 기피를 했다고 한다. 혼자서도 잘 노는 나를 보며 같이 가서 즐겁게 보낸 기억이 난다. 너무 신나게 노는 그 선배의 모습이 신기했다.


하와이에서 긴 시간을 지내는 비행이 있었다. Maui, HI에 갔을 때 다들 저녁에 보자고 하면서 비치나 수영장에 있을 때 혼자서 랜트차를 빌려서 다른 곳으로 드라이브를 간다고 했더니, 길을 아니? 라고 하는 선배 질문에 황당했다.  얼떨결에 그 선배를 데리고 갔다. 아! 차라리 혼자 왔으면 좋으련만. 선배가 쇼핑에 무지 집중하느라 조금 피곤한 날이었다. 길은 모르는데 쇼핑가게는 잘도 찾아간다.


승무원들은 몇십년을 하고 나면 귀차니즘이 생기기 시작한다. 같은 곳을 여러번 가기도 하고, 날씨차이와  시차 문제로 옷을 여러벌 싸야 하는 경우도  생길수 있어 귀차니즘이 생긴다. 하루종알 그냥 호텔에서 놀다가 집에 오는 경우가 생긴다. 귀차니즘이 생긴 선배들은 그냥  가만하 혼자 내버려 둔다.


나도 이제 귀차니즘을 조금은 즐겨야 하는데…..그 귀차니즘은 내가 즐길수 있는 사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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