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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Ichi H Mar 12. 2023

30. 비밀 얘기 해줄까?

종달새는 멈추지 않는다.

입사한 지 얼마 안 되었을 때였다. 교육받을 때 짝이 있던 친구와 비행을 하게 되었다. 다들 초급 초짜들이니 기장들이 안쓰러웠는지 저녁을 사준다고 한다. 첫 입사를 하면 밥을 잘 얻어먹고 다닌다. 회사 내에서 동료들이 만든 문화다. 팁도 내어주고 밥도 사주고. 이젠 나도 지난 몇 년간 밥 사주고 팁내주느라 등골 빠지는 줄 알았다.


기장은 곧 자기가 정년퇴직도 하고,  집세도 없고 돈 쓸데가 많지 않아서 저녁도 사주고 아침도 사줄 테나 주문을 하라고 한다.  정말 다음날 아침밥이 방으로 도착했다.  


미국항공사들은 2001년 911 테러 이후 많은 것이 바뀌었다.  기내와 조종실을 분리하기 위해 차단문을 설치하였으며, 안전한 비행을 위해 기내에 들고 탈 수 있는 물건들의 제한이며, 예전에는 기장이든 승무원이든 활주로를 다니며 서로 짐칸에 짐을 싫은 것도 도와줄 수 있었다. 하지만 이젠 모든 게 통제와 제약이 되어 버렸다.


기장은 아주 오래전 부기장 시절 비행을 할 때 에피소드를 얘기해 주었다. 플로리다에서 비행을 마치고 다 같이 가까운 비치를 가서 밤새 술을 마시고 놀았다고 한다. 그런데 술이 똑 떨어졌다고 한다. 가게도 문을 닫고 어떨 수도 없이 그냥 숙소로 갈려고 하는데,  다른 기장이 공항을 가자고 하더란다. 택시를 불러 타고 공항을 가더니 조종실 창문으로 기어 올라가 술 가방을 털어서 가지고 나온 것이다. 지금 그랬다면 철장 신세가 되지만, 그때는 아마도 반성문 한번 쓰고 넘어갔을 것이다.


비밀 얘기라며 또 털어놓는다. 뭔데? 뭔데? 하며  승무원들이 새모이 먹으려고 옹기종기 모였다.  가족들과 도친구고 여행도 가고 많은 이벤트를 같이 나누는 절친이며 이웃인 승무원 가족이 있단다. 어느 날 그 승무원 이랑 비행을 같이 하면서 밤새 동료들이랑 술을 먹고 놀다가 헤어졌는데, 다음날 아침 승무원들끼리 조금 어색해 보이더란다.


그날 비행을 마치고 이웃이니 카풀을 해서 같이 퇴근을 가고 있는데, 그 승무원이 울면서 할 말이 있다고 하더라. 기장은 차를 잠시 세우고 그녀 말을듣자니, 어젯밤 승무원들끼리 한잔 더 한다고 방으로 가서 좀 더 마셨다고 한다. 실컷 마시고 일어나 보니 두 여자가 벌거벗은 몸으로 같은 침대에서 일어났더란다. 한 사람은 레즈비언 그리고 유부녀 절친. 뭔 상황이야?


기장은 너무 웃겨서 한바탕 웃었단다. 절친 승무원은 어쩌냐고? 뭐라고 남편한테 말하냐고? 묻는데 기장은 절대로 남편한테도 말하지 말라고 했단다. 굳이? 왜? 자기도 비밀로 해줄 테니 평생 말하지 말라고 했단다. 아직까지 잘 산다고 한다. 그날밤 우린 더 많은 그의 라테시절 비밀을 들었지만, 조금은 그의 비밀을 지켜 주고 싶다.


비밀은 없다. 특히 작장 내에서 얼마나 많은 승무원과

기장들이 스쳐 지나가는지, 비행을 나가지 않아도 동료들에게서 아침 CNN뉴스 속보같이  정보를 전달해 주는 승무원들이 있다. 그들은 어찌도 그리 쏠쏠한 비밀들을 잘 아는지 모르겠다.


사내불륜을 하는 이들은 아무도 모르겠지? 일하다가 이벤트를 벌인 동료들은 비밀이 유지되겠지? 하면서 다들 태연하게 행동을 한다. 안타깝지만 그들은 모른다. 비밀운 이미 탄로 났다는 것을….


아직도 종달새들은 멈추지 않고 지저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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